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인사이트.04_The Journey to Shared Value (4) – 공유가치창출 전략은 새로운 것인가?]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공유가치창출은 2011년 1월 마이클 포터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게재한 “The Big Idea”라는 아티클에서 등장한 뒤 지금까지 약 3년간 전세계의 기업에게 가장 많은 토론과 도전을 낳은 주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렇게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는 것은 CSV가 가지고 있는 문제 의식과 이를 둘러싼 이슈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영역에서 이 주장을 반대하거나 약점을 공격할 여지가 있는 첨예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은 공유가치 전문가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아래와 같은 반응을 공유하고, 논의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이거 예전부터 있던 것 아닌가요? 마이클 포터가 원조 아닌 것 같은데요?”

 

이는 아주 당연한 반응이다. 언뜻 보면 최근 수년간 많이 발전해왔던 전략적인 사회공헌에서도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과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맥락에서는 이미 비슷한 논의를 던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겠고, C. K. 프라할라드(Coimbatore Krishnarao Prahalad) 교수의 BOP(Bottom of Pyramid) 논의는 마이클 포터의 공유가치창출 방법론 중 하나인 ‘상품과 시장을 재인식(reconceiving)하라’는 논의와 거의 같은 내용이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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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적 사회공헌에 대해서도 이미 연구를 진행했었다.


다음은 C. K. 프라할라드 교수의 BOP 전략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한 논의이다. 사실 앞서 언급되었듯이 마이클 포터 교수가 이야기하는 3가지 공유가치창출 방법인 시장과 상품의 재인식, 가치사슬의 생산성에 대한 재정의, 클러스터의 구축 중 시장과 상품의 재인식은 본래 시장이나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다시 한번 고려해보는 것으로 저개발국가로의 진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결국 선진국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저개발국가에 진출하더라도 일부 상류만이 고객으로 인식되던 상황에서, 저개발국가의 농촌인구나 저소득인구에 대해서도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보자는 작업이다. 또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잃어서 일종의 불용자산이 되어버린 상품을 저개발국가나 저소득층에게 맞추어 재개발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부분도 포함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는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하는 공유가치창출 전략이 C. K. 프라할라드 교수의 BOP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이는 공유가치창출을 추진하는 방법론의 일부일 뿐이지 공유가치창출의 통합적인 맥락에 비해서는 좁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BOP 시장에 대한 논의는 도리어 마이클 포터 교수가 공유가치창출이라는 주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활용되었거나 참고될 수 있었던 배경이나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상품과 시장을 재인식하는 부분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 역시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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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C. K. 프라할라드 교수는 B.O.P를 시장으로 인식하자는 주장을 했다


기업들의 최근 활동을 살펴보더라도 마이클 포터 교수의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논쟁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델은 공유가치창출이라는 말은 쓰지 않지만 최근의 2020 Legacy of Good Plan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공유가치창출을 내포하거나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 문장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 발표문에도 델은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것과 회사의 이익이나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특히 profit through impact 라는 표현은 공유가치창출의 가장 중요한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렇게 기업들의 최근 노력 중에는 공유가치라는 표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여러가지 환경의 변화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물과 그 미래 비전이 공유가치창출과 매우 유사하거나 동일한 방향성을 지니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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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Dell은 2020 Legacy of Good 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였다


마지막으로 공유가치창출의 대표 케이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네슬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네슬레는 마이클 포터 교수가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개념을 발표하였던 2011년 보다 훨씬 앞서서 공유가치창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기업이다. 그들이 발행해온 여러가지 보고서를 참고해보면, 2004년의 지속가능보고서에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윤을 연결시키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안들이 전략적으로 잘 구성되면 그 중에서는 이윤을 증대시키는 방향성을 지니는 사업들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언급이며 그 결과의 제시 수준이다. 그러다가 2007년에는 아예 지속가능보고서의 수준으로 공유가치창출 보고서(Creating Shared Value Report)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글이 세계에 공표되기 무려 4년전의 일이다. 당시 네슬레의 논의는 아주 발전된 수준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공유가치창출의 원본적인 개념과 실행 사례를 마이클 포터 교수의 이론 보다 앞서 제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네슬레는 전세계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투자와 홍보와 지지를 아끼지 않는 조직이며, 전사 수준에서 공유가치창출 전략을 도입하고 수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조직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나 제 3회 공유가치서밋에서도 네슬레의 회장과 마이클 포터 교수의 대담이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발현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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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네슬레는 2004년부터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과 이윤 창출 간의 관계를 모색하였으며, 2007년 처음으로 공유가치 개념을 제시한다

 

여러 측면에서의 논쟁 이슈를 살펴보았듯이, 공유가치창출은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개념은 아니다. 이미 유사한 현상은 사회에 존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학자나 전문가에 의해서 곳곳에서 정리되거나 해석되고 있었다. 심지어 실제 경영 현장에서 개별 기업들에 의해서 공유 가치의 개념이 실현되거나 도전되고 있기도 했다. 때문에 마이클 포터 교수가 CSV 논문을 발표한 것은 이러한 맥락을 기업경영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사회의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통합한 총정리를 한 작업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장 옳겠다. 그러므로 우리가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 주제는 마이클 포터 교수가 주장하는 공유가치창출이라기 보다는, 그가 통합하고자 노력했던 실존하는 공유가치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성공사례들을 잘 살펴보면, 그 결과는 마이클 포터 교수의 설명으로 대부분 충분하게 해석되지만, 이를 개별 기업의 전략에 적용하고 실제 실행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가는 과정은 이론에서 제시하는 내용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가능성과 다이나믹스를 포함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이해와 적용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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