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핵심, 유의미한 관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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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광고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TV에서 최근 재미있게 본 광고 영상에서부터 스타 광고로 매출이 껑충 뛰었다는 어떤 브랜드의 이야기, 혹은 거추장스러운 팝업 창을 계속 띄워대며 강제로 광고를 보게할 때 느낀 불쾌감 등 사람마다 광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느낌은 각기 다를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광고는 '관객에게 특정 행동을 촉구하거나 지속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득/독려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 를 뜻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광고의 핵심적인 속성은 바로 '설득/독려를 의도하는 커뮤니케이션'인데요, 광고의 홍수가 넘쳐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24시간 광고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광고 제작자들이 혹시 일방적으로 정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격은 아닌지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행동의 유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관객과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며, 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관객과 광고의 유의미한 관계이죠. 즉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그들의 마음이 움직일 지점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 구체화하여 광고라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비로소 의도하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광고기획자들이 누구보다도 최신 유행과 트렌드를 민감하게 관찰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것이겠지요. 

광고는 상업적인 기업 뿐만 아니라 비영리, 재단 등 소셜 섹터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특정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 촉구, 기부금 모금 등의 행동을 이끌어내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클리오 국제광고제, 뉴욕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의 3대 광고제에 속하는깐느 광고제의 2012년 Grand Prix for Good 부문 수상작을 중심으로 코즈와 관련된 인상깊은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 참고로 이번 포스트는 임팩트스퀘어의 사업 파트너인 디지털마케팅 대행사 나인후르츠미디어와 공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제품이 곧 미디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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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I want to save a life
Grand Prix for Good 부문의 그랑프리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6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백혈병과 림프종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치료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골수 이식이지만 골수를 기증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현재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골수기증을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피 몇 방울이 필요한데, 사실 무서워서 골수이식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보다는 사는 것이 너무 바빠 굳이 피를 뽑으러 기관까지 방문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죠. 그래서 HELP Remedies라는 제약회사는 미국의 광고대행사 Droga5와 함께 재미있는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참고로 Droga5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니세프의 TAP PROJECT를 진행했던 회사이기도 합니다.) 설명 영상을 보실까요. 

 

 

보통 상처가 난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밴드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Help Remedies는 면봉과 골수기증센터로 보내는 우편봉투가 함께 들어있는 제품을 출시합니다. 소비자들은 면봉을 이용하여 상처를 닦은 후, 피가 묻은 면봉을 봉투에 넣어 바로 골수기증단체(DKMS)에 보내기만 하면 골수기증서약이 완료됩니다. 누가 봐도 편리하고 아름다우며 아이디어 넘치는 이 캠페인은 당연히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을 빠르게 타기 시작합니다. 미디어에서도 앞다투어 이 캠페인을 소개했는데요. 입소문을 탄 이 제품은 4달러라는 밴드치고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캠페인 덕분에 판매가 1900%나 급증했고 골수기증자의 수도 3배 증가하였습니다. 이 제품에 Help Remedies의 ‘Take Less’ 정신 ('기왕이면 약을 덜 먹자, 현대인은 약을 너무 많이 먹고 있어!')이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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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미지가 주는 강력한 메시지, 인쇄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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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전통적이고 오래되어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인쇄광고. 하지만 짧은 순간에 소비자의 눈을 잡아둬야 하는 매체의 속성상 인쇄광고는 다른어떤 매체보다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Circle 캠페인 – 세이브 더 칠드런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의 비쥬얼에 놀라 약 5초간들여다보다 카피를 읽게 되면 비로소 머릿속에서 이 광고가 완성됩니다. 카피는 이런 내용입니다. "가정폭력을 당한 어린이가 자라면 그 중 70%가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가 됩니다 (70% of abused children turn into abusive adults)" 간결하면서도 멋지게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수작입니다. 다만 이 광고를 보는 분들이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70%의 부모도 있지만 이 상처를 멋지게 극복해낸 30%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다른 편견을 낳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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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amos – 국제 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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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두 사진에서는, Claudio Marcelo Fink가 그의 어머니 Clara Atelman Fink와 1974년에 함께 찍은 모습, 그리고 2006년 홀로 아들없이 홀로 사진을 찍고 있는 어머니 Clara의 모습이 나란히 보입니다. 1976년 23살에 Claudio는 불법무장단체에 납치되어 군법재판에서 테러리스트라는 이유로 살해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좌측에 4명의 소년들 Gustavo M. Germano, William A. Germano, HM Diego Germano and Eduardo R. Germano의 1969년 시절 모습이 보이는데요. 40년 후인 2006년에 찍은 사진에서는 한 명, Eduardo 가 빠져 있습니다. 그는 1976년 18살의 나이에 산타페에서 납치되어 고문 후 살해당했습니다. 

마지막 두 사진은 1968년에 Roberto Ismael Sorba 가 그의 두 친구 Jorge Crest and sister Azucena Sorba와 함께 있는 좌측의 모습과 1976년도에 Roberto가 납치되어 사라진 후 그의 자리는 빈 자리로 남겨진 채 두 명의 인물만 보이는 우측의 모습이 나란히 있습니다. 

국제 앰네스티는 '우리는 기억한다'라는 의미의 이 Recordamos 캠페인 인쇄광고로 올해도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사진을 찍은 Gustavo Germano는 자신의 형제가 아르헨티나 군대에 의해 피랍되어 고문당하다 살해된 스스로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이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단순하고 잠시 우리를 침묵하게 만드는 이 사진들에서 그동안 사진 속 가족과 친구들의 가슴속에 아프게 새겨졌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이 광고는 Gold Press Lion,Gold Outdoor Lion을 수상하였고 Grand Prix for Good 부문의최종 후보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3) 미디어를 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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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마케팅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자산 중 하나는 광고에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가끔씩 듭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를 살수 있는 회사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광고의 기업이나 브랜드를 꼽아보면, 생각보다 그 브랜드의 수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실 겁니다. 실제로 많은 비영리 기관들은 미디어로부터 광고 분량 역시 후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미디어로부터 후원을 받은것이 아니라 광고를 집행하는 브랜드로부터 후원을 받은 비영리 광고에는 어떤 사례가 있는지 보실까요. 

 

Integration Day – COORDOWN ONLUS

세계다운증후군의 날(3월 21일)을 맞아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냅니다. 팸퍼스, 일리커피,토요타가 참여한 광고를 우선 보시죠. 

 

 

네, 이 브랜드들은 하룻동안 광고의 일반인 모델 대신 다운증후군 환자를 모델로 등장시킨 TV 광고를 방영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두 광고에서 모델의 차이점을 발견하셨나요, 아니면 두 모델 모두 자연스럽게 느껴지셨나요? 어떤 광고에서는 일반인 모델과 다운증후군 환자의 차이를 눈치챌 수 있지만 그 차이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한 광고들도 있습니다. 이 광고들은 3월 21일 하루간 334회 방영되었고TV 광고뿐 아니라 인쇄광고와 TV 프로그램에도 같은 방식으로 다운증후군을 겪고 있는 배우가 대신 출연했다고 합니다. 브랜드는 자신들의 미디어 중 일부(1~5초)를 다운증후군 환자에게 양보하면서도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의 본분을 잃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도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를 보았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이 캠페인이 진행된 주에 다운증후군에 대한 문의도 600% 증가했다고 하니 광고의 성과는 상당히 성공적인 것 같네요. 이 작품은 Gold Film Lion, Gold Direct Lion을 수상하였습니다. 

 

영혼의 목소리를 듣다- I have already died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어쩌면 이것이 가장 진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전래동화에서나 들었을 것 같은 이야기를 현실의 캠페인으로 전개한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네덜란드의 루게릭병재단 (ALSFoundation)은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루게릭병은 근육이 점차 굳다가 결국 호흡 근육마저 쓰지 못하게 되어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대부분이 3년 안에 사망하게 되는 매우 무서운 병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하여 이 병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기금을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ALS 재단은 다소 충격적인 아이디어를 기획합니다. 2년전 루게릭병에 걸린 8명의 환자들에게 모델로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친구, 가족과 함께 루게릭병에 관심을 가지고 기부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를 촬영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일반적인 광고와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었다면 광고가 나가는 시점이였습니다. 광고는 환자들이 세상을 떠난 후 (촬영후 약 2년후) 방송되기 시작합니다. 광고에 나온 환자들은 말합니다. “ 부디 ALS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ALS 재단을 후원해 주세요. 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전 이미 죽었거든요.”

이 광고가 나간 후, 각종 매체로부터 유가족의 가족들에게 인터뷰가 쇄도하였습니다. 루게릭병 환자의 생전의 이야기와 가족의 사연은 각종 매체를 타고 전파되었고 그 효과로 캠페인 이후 3개월간 ALS병에 대한 인지도는 62%에서 81%로, 기부 의향은 27%에서 40%로, 모금액은 전년대비 500% 증가했다고 하니 이 다소 충격적인 요법이 대중의 마음을 상당히 흔들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비영리 광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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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개드린 광고, 여러분들은 어떻게 감상하셨나요.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이런 광고를 보며, '나' 자신이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만약 분노하고 슬퍼하고 감동할 수 있다면 이 감정들은 어디서 출발하는 것이며 그리고 또 어디서 끝나는지 혹은 어디서 끝나기를 나는 바라는지 질문해 보게 됩니다. 

우리 주변의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 만으로는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집합적인 힘(collective power)을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집합적인 힘을 가능케하는 원동력은 또다시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로부터 시작한다는 점 역시 분명하지요. 따라서 비영리 영역에서 거시적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는 이렇게 광고라는 도구를 통해 개인들의 행동 및 의식 변화를 유도하는 노력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질병, 아동학대, 인권유린, 편견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나와 상관 없는 문제' 에서 '나와 관련 있는 문제'로 전환될 때, 즉 개인들이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때 비로소 큰 변화를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비영리 섹터에서 결코 광고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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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Thoughts for 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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