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케이스.04_미래를 밝히는 태양광 사업 – 그라민-샥티(Grameen-Shakti)의 사례 알아보기]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덥고 비가 많이 오는 나라. 최빈국 랭크에서도 순위를 앞다투지만 행복지수 또한 세계 1위를 달리는 나라. 바로 방글라데시를 수식하는 대표적인 관용어구들이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방글라데시는 국제 개발 및 해외 원조 수혜 대상국으로 빠지지 않는 가난한 나라 정도로 각인되어 있는 경우가 보편적인 듯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우한 환경의 이면에, 방글라데시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재생에너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언뜻 보기에는 어떠한 산업이든 발전하는 것이 수월하지 않아 보이는 땅이지만, 지금 현재 방글라데시가 명실상부하게 가장 성공적이고 빠르게 발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장이라는 데에는 틀림이 없다. 자본 부족과 인프라 미비라는 척박한 토양 위에서, 방글라데시는 어떻게 가장 성공적이고 빠르게 발전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싹을 틔워낼 수 있었을까? 이 모든 벽을 뛰어넘고 방글라데시 주민들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성공의 주역, 그라민 샥티(Grameen Shakti)를 통해 지금부터 그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고자 한다.
그라민 샥티(Grameen Shakti) – 지역의 힘(Rural E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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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골어로 ‘지역의 힘(Rural Energy)’이라는 뜻을 가진 그라민 샥티(Grameen Shakti)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유명한 그라민 뱅크(Grameen Bank)의 계열사로 1996년 설립되었다. 그라민 뱅크의 설립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방글라데시 정부와 함께 추진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태양광 발전 설비 사업으로 시작된 그라민 샥티는, 전력 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함은 물론 발전 인프라 미비로 인한 산업 기반의 취약성을 개선하며 방글라데시의 재생에너지 사업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림 1. 그라민 샥티의 SHS 태양광 패널을 들고 선 아이들
그라민 샥티의 사업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방글라데시의 농촌 마을에 태양광 주택 설비 설치를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지원하고 여성들을 기술자로 교육·훈련시켜 일자리를 제공하여 가정용 태양광 발전시스템(SHS, Solar Houehold System)을 보급함으로써 재생에너지 공급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라민 샥티는 등유값 만큼의 비용으로 야간에 최소 4시간 이상은 정전 없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SHS를 2012년 12월까지 1,000,000개 보급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은 그라민 샥티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써 2009년에는 차세대 글로벌 에너지 혁신 기업 또는 조직체에게 주어지는 자예드 미래에너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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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민 샥티가 방글라데시에서 위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발도상국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업의 필요성과 적합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은 최첨단의 연구 개발사업 및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규모를 갖춘 투자 자본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기존의 에너지 자원이 우선이되 그에 대한 대체재로써 개발되는 것이므로 이에 따라 가난한 개발도상국보다는 부유한 선진국에서 보다 그 적용이 촉구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가 쉽다. 하지만 의외로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이 그라민 샥티의 포커스였다. 사회와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제 1의 원동력으로 볼 수 있는 전력 공급의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재생에너지는 특히 발전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아 발전 비용을 넉넉하게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국가에서 보다 탁월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장기적인 비용 절약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또는 송전망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벽지에서는 특히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이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UNDP, 2011).
그 중에서도 재생에너지 중 송전망에 제대로 연결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가정의 전력 공급원으로 현재까지 가장 많이 개발되어온 것은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으로, 이와 같은 저소득 국가 주민들을 위한 태양광 에너지 사업은 9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꾸준히 진행되어 오고 있었다. 그러나 [tooltip text=”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gravity=”n”]「저소득국가에서의 태양광발전 보급 지원 동향과 과제」(미즈호종합연구소, 2012)[/tooltip]로 인해 보다 활발한 보급이 진전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였고, 이는 그라민 샥티가 들어서기 전의 방글라데시도 마찬가지였다.
[tabs type=”horizontal”] [tabs_head] [tab_title]태양광발전 보급율 저하 요인[/tab_title] [/tabs_head] [tab]
- 발전 설비 및 주변 설비 구입 비용이 높음
- 태양광 발전 설비의 유지 관리가 어려움
- 빈곤 삭감에 도움이 되는 소득 향상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음
- 당해 지역 주민의 생활 양식이나 습관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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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민 샥티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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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민 샥티가 방글라데시 지역 주민들을 타겟으로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제일 처음 맞닥뜨려야 했던 어려움도 위에서 언급된 내용들과 일맥상통한다. 그라민 샥티가 당사의 웹사이트에 밝힌 그들이 초창기에 접해야 했던 도전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tabs type=”horizontal”] [tabs_head] [tab_title]그라민 샥티의 초기 도전과제[/tab_title] [/tabs_head] [tab]
- 지역 네트워크의 부족
- 지역 주민들에 대한 지식 및 인식 부족
- 숙련된 노동력의 부족
- 재생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높은 초기투자비용
- 펀드 자본 부족
[/tab][/tabs]
따라서 그라민 샥티가 밝힌 초창기 당면과제와 위에서 언급했던 개발도상국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업 도입의 장애물을 종합하여 본다면, 방글라데시 지역사회에 SHS를 보급하기 위해 그라민 샥티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크게 1) 초기 설비구입비용 2) 설치 및 유지 관리 3) 근본적인 소득 향상책 4) 현지 주민 이해 의 네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라민 샥티가 선택한 해결책은 각각 다음과 같다.
1) 방글라데시 농촌 마을의 주민들에게 SHS 설치비용이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고 가장 우선적인 문제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그라민 샥티는 고객이 자신의 소득 및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여러 개의 지불 패턴을 제공하고 지불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으며, 설비 구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소액금융 서비스를 지원하였다. 그라민 뱅크의 경험적 노하우를 참고하여 설계된 금융지원 서비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쉽게 SHS 설치에 접근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그림 2. SHS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여성 기술자 '그라민 레이디'
2) SHS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인만큼 그 유지 관리가 까다롭다는 것 또한 충분한 기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방글라데시 농촌 마을이라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문제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그라민 샥티는 이에 대해 무료 설비점검 등의 일차원적인 애프터서비스는 물론, 보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지역 여성들을 교육시켜 훈련된 시설 유지 및 관리 기술자인 ‘그라민 레이디’로 고용하여 시설 유지의 어려움을 해결하였다.
3) 근본적인 소득 향상책이 없는 에너지 산업의 도입이 성공하기는 매우 힘들다. 새로운 에너지 산업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소득 향상이 전제되어야 하고, 한 차원 높은 소득의 향상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에너지 공급의 안정화가 필수적으로, 소득 향상과 에너지 산업은 서로 꼬리를 무는 선순환의 관계 속에서 보다 뛰어난 경제 성장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라민 샥티는 위에서 언급된 ‘그라민 레이디’를 통한 고용 창출로써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 제공과 소득 향상 효과를 가져다 주었으며, 발전 시설을 설치한 가구는 직접 다른 가구에 전기를 재판매할 수 있도록 하여 설치 가구의 소득에도 기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했다.
그림 3. 설비 점검 및 유지 기술을 교육받고 있는 여성 기술자들
4) 아무리 자체적으로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현지 주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 활동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라민 샥티는 프로그램의 주 대상이 되는 농촌 마을의 주민들을 사업 속으로 포함시키기 위하여 그들을 직접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하며 현지 네트워크 속에 녹아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그라민 샥티의 노력은 그라민 샥티가 진정한 ‘지역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공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다.
그라민 샥티, 방글라데시의 미래를 밝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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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민 샥티의 탁월한 성과는 위에서 언급된 바 외에도 수없이 많다. 그라민 샥티에 의해 제공된 약 2만 개의 친환경적인 여성 일자리는 2015년까지 1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며, 야간 업무를 가능케 함으로써 당해 세대의 소득이 향상되었다는 보고를 통해 그라민 샥티가 농촌 마을의 본격적인 경제 활동을 점화하는 데에 기여했음을 확인해볼 수도 있다. 한편, 전화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력으로 충전한 휴대전화를 일시 대여해주는 사업을 시작한 고객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그라민 샥티의 사업이 방글라데시의 지역사회에 점점 더 활기찬 선순환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러한 그라민 샥티의 성과를 그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재생에너지 기업으로만 정리하는 것은 그에 대한 지나친 과소평가가 될 것이다. 그라민 샥티의 노력은 단순히 방글라데시의 빈곤 가구에 전력 설비를 판매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하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그들의 실질적인 생활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지역 사회와 국가의 경제 성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 그 동력을 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대표적인 미래 산업으로 유수의 선진국들 또한 미래 이익의 원천으로 점치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라민 샥티는 사회와의 공유된 가치 창출 속에서 미래 산업 성공 가능성까지 확보하고 있는 우수한 CSV 사례로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방글라데시 농촌 마을 사람들의 문자 그대로의 ‘지역의 힘(Rural Energy)’이 되어주고 있는 그라민 샥티(Grameen Shakti)야말로 바로 방글라데시의 미래를 밝히는 또 하나의 힘(Shakti)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