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s type=”horizontal”] [tabs_head] [tab_title]기고자 프로필[/tab_title] [/tabs_head] [tab]
김태영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mnkim@skku.edu
김태영 교수는 현재 SKK GSB에 2004년부터 경영전략 분야의 정교수로 근무중이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경제/조직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으며, 홍콩과학기술대학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등 전략 및 조직이론 분야 내 세계적 권위를 갖는 여러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였으며, 2007년 인사조직학회 국제연구상, 2010년 Kelley-SKK GSB EMBA 과정 최우수강의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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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던지는 짓궂은 질문들 중 하나가 바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라는 질문이다. 질문을 받은 아이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생각하는 표정이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의 묘한 경쟁심을 테스트하는 이런 질문은 아기가 어느 편을 택하더라도 선택받지 못한 엄마 혹은 아빠에게는 불만족스럽다 (심지어 선택을 받은 쪽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찜찜한 상황의 원인은 ‘대답의 부적절성’이라기보다는 한쪽의 선택만을 강요하는 ‘질문의 엉뚱함’에 있다.
이분법에 근거한 문제 접근 방식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한쪽만의 선택을 강요하는 이러한 흑백 논리의 사고방식과 이로 인한 대립의 발생은 한국 사회의 종교, 정치, 지역, 학계 등 많은 영역에서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으며, 이러한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은 ‘양다리 걸치지 마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마치 엄마와 아빠 둘다 좋다고 대답하는 아기에게 ‘양다리 걸친다’고 비난하는 격 아닐까?
이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간극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세금을 내기 때문에 모든 할일을 다했다는 밀튼 프리드만적 사고방식과 기업의 경제적 이익 외에도 환경적 혹은 사회적 건정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책임론이라는 두 진영 사이의 넓고도 깊은 골이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다보면 사회적·환경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는 사고방식과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경제적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거치며 다시 한번 증폭된다.
전통적으로 경제적 이익의 추구는 기업이,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정부와 비영리 단체, 재단 등의 조직이 주로 담당하였다. 그렇다면,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양다리식’ 방법은 없는가?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넘어서고자 최근에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는 일련의 시도들을 ‘임팩트 비즈니스(impact business)’ 라고 부른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진행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담론들은 주로 기업이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고 나아가 경제적 이익의 일부를 사회의 성원들과 나누는 관점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이는 현재 많은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벌이고 있는 기부 및 활동들이 소비자 및 사회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의 핵심 역량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이러한 사회적 책임 혹은 기업 자선 활동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지속성, 진정성, 그리고 임팩트의 창출 여부에 대해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의 대표적인 예로는 기업이 경제적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부의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 혹은 기업의 전문성 혹은 본연의 비즈니스와 관련없는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 수행 활동이 목표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충분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비용의 낭비와 실제 성과 창출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하여, 임팩트 비즈니즈는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 모두를 모색하는 접근방식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혁신’과 ‘신시장가능성’을 추구하는 혼합이 자연스레 발생한다.
임팩트 비즈니스는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적 측면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적 측면을 결합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기업, 정부, 비영리단체 등의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마케팅 기법 그리고 수익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비즈니스 모델 역시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21세기 기업의 혁신과 신시장개척은 환경, 자원, 교육, 육아, 여성, 보건, 노인, 산업 등 사회적 제반 문제를 도외시하면서 기업의 성장만을 추구하는 제한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 기업의 핵심역량을 이용하여 제반 사회적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포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매년 지속경영가능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를 발간하는 기업은 현재 코스피 상장사 중 약 65곳, 코스닥 상장기업 중 4곳, 비상장 기업 중 24곳 등 조금씩 그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의 이익과 사회·환경적 이익을 동시에 모색하는 기업체를 발굴하여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 역시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는 이제 영리와 비영리, 기업과 시민 단체, 그리고 정부와 시장과 같은 고전적이고 이분법적 구분에 근거한 시각과 접근 방식을 넘어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통해 사회적 제반 문제를 해결하면서 혁신을 이루고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임팩트 비즈니스 기업들의 출현을 희망하고 있다. 편을 나누고 벽을 쌓아 소통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의 이분법적 질문을 이제는 뒤로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크기를 함께 키우는, 통합된 문제 해결방식과 구체적인 수익 모델에 근거한 한국적 임팩트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