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벤처와 사회적기업 창업을 둘러싼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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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 각계에서는 청년들의 창업을 여러 방면에서 지원하고 또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정부와 각 지자체, 대기업들이 진행하는 지원정책이며 경진대회 등의 행사 발표가 줄을 잇고 있지요. 물론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는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을 창업으로 너무 떠미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만, 혁신적인 도전이 창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지금 이 시간에도 머리를 싸매고 있을 청년들이 중요한 희망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IT 벤처와 사회적기업 창업이 가장 주요한 테마로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영역에서는 지금까지의 정부 주도 중심의 흐름과는 다소 다른 성격의, 즉 개인적이고 시장적인 접근 방법을 갖춘 시도들이 새롭게 등장하며 제 2의 도약을 꾀하는 가운데 IT 벤처는 모바일과 맞물려 성장한 붐이 절정기로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필자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IT 기업에 근무를 한 뒤, 석사에서 경영정보론을 전공하여 P2P 금융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했으며, 그 과정에서 IT 벤처를 창업한 경험도 있으며, 지금은 소셜 비즈니스 섹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사회적기업과 정보기술이 어떠한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지요. 그리고 최근 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러한 고민을 다시 짚어볼 기회를 가졌습니다.

IT 벤처와 소셜 벤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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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스타트업 하다'에 모인 100명의 청년들 (출처: 위즈돔 라이프 큐레이터 1기 조재형)

 

2012년 6월 20일, 100명의 청년들이 ‘스타트업 하다’ (스타트업: 창업한 초기 조직) 라는 행사를 통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주제는 ‘IT 벤처와 소셜 벤처의 만남’이었지요. 1부에서는 100명의 청년들이 서로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해 논의를 했고, 2부에서는 예정되었던 대담자인 이재웅 다음 창업자와 깜짝 게스트인 안철수 원장이 100명의 청년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선배와의 대화를 진행하였습니다. 두 분은 그 명성에 걸맞게 본인들의 풍부한 경험과 철학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이는 IT 벤처의 멤버들이건, 소셜 벤처의 멤버들이건 창업을 도전하고 꿈꾸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IT 벤처라 함은 비즈니스에 정보기술을 사용한 경우이고 소셜 벤처는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하는 조직입니다. '스타트업 하다'를 통해 모인 이 두 분야의 만남은 서로의 강점을 확인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점을 발견하여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는데요, 소셜 벤처 청년의 자격으로 이 모임에 참석한 저는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며 IT 벤처가 가진 정보기술을 활용한다면 소셜 벤처가 해결하려는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데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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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질문에 답변중인 안철수 원장과 이재웅 대표 (출처: 위즈돔 라이프 큐레이터 1기 조재형)

기업가정신의 공통 분모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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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셜 벤처와 IT 벤처가 가지고 있는 공통 분모의 특징을 짚고 넘어갈까요. 이 둘은 모두 벤처 기업이라는 점에서, 바로 기업가정신을 추구하려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기업, 그것도 그 기업의 형태 중에 가장 큰 기대 이윤을 위하여 큰 위험을 감내하는 벤처는 단순히 경제적 보상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기 보다는 본인이 꿈꾸는 세상의 변화를 이루려는 그 과정 자체에 흥분과 열정을 느낍니다. (관련 포스트: 사회적기업가정신, 그 뿌리를 찾아 나서다: 스티브 잡스부터 무하마드 유누스까지) 20대에 20조가 넘는 자산을 가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보면, 또한 애플을 다시 일으킨 업적을 생각할 때 터무니없이 적은 연봉, 고작 1달러를 받고 일한 스티브 잡스를 보면 어떤 기업가들에게는 ‘돈을 벌기 위하여 비즈니스를 한다’는 공식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을 때가 분명 있습니다. 모임에 참여한 벤처들이 감히 모두 기업가정신을 지니고 있었다고 선언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IT 분야에서든 소셜 섹터에서든, 스스로 벤처를 설립하고 왕성히 활동하는 청년들을 만나면 이들이 분명 '변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그 솔루션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이들이라는 점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가가 IT를 이해하고 또 고려해야 하는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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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소셜 벤처와 IT 벤처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소셜 벤처를 비롯한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의 플레이어들이 정보기술을 이해하고 고려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정보기술이 사회적기업가의 손에 들려있을 때 어떠한 놀라운 변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먼저 이러한 고민의 해결을 도와주는 책을 하나 소개드립니다. 구글의 최고경제학자(chief economist)인 할 베리안 교수와 칼 샤피로가 쓴 ‘인포메이션 룰스’라는 책인데요, 이 책에는 정보기술이 가지는 여러 가지 특징과 그 특징의 경제학적 배경은 물론, 활용될 수 있는 방향까지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책에 담긴 내용을 사회적기업가의 상황에 적용하여 이들에게 정보기술이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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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Information Rules> (SHAPIRO, 1998)

 

1) 정보자체가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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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SMS 문자로 건강에 대한 팁을 받아본다, mDhil (출처: mDhil 홈페이지)

 

엘빈 토플러가 예상하였듯이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어느 때보다 큰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보의 생산과 유통 등에서 발생하는 격차는 비단 정보 자체 뿐만이 아니라 경제나 사회 전반적인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가가 해결하려는 사회적 문제 역시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정보의 격차나 왜곡에서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검토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mDhil은 개인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나 지역에 따라서 병원을 통한 전문적 의료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이것이 개인의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지는 문제를 인식한 후에,모바일을 통한 의료 정보 제공을 해소의 방안으로 삼아 노력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정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주목하여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이지요. 

2) 추가 생산에 있어서 한계비용이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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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공신이 멘토가 되어줄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출처: 공신 홈페이지)

 

정보재화는 최초의 생산에는 큰 비용이 들어갈 수 있지만, 한번 생산된 이후에는 그 재화의 추가 소비를 위해 드는 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말하자면 블로그에 이러한 글을 한 번 써서 첫 1명의 독자에게 제공할 때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한번 작성하고 나면 그 뒤의 독자가 글을 읽도록 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은 거의 없는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때문에 이는 구매력이 없거나 매우 낮은 대상에게 특정 서비스를 전달해야 하는 경우에 놓인 사회적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의 사례를 적용하여 설명하자면, ‘공부의신’이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공부의신'은 학습과 관련된 동영상과 텍스트 자료를 생산하여서 온라인에서 유로로 서비스를 하되 저소득층에게는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안철수 원장이 설립했던 안철수 연구소가 백신을 제공할 때 개인은 무료로 제공하되, 기업이나 기관에게는 유료모델을 시행했던 경우와도 매우 유사합니다.기업 입장에서는 초기에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한 비용을 유료 이용자에게서 충당하고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그 외에 충분한 가격을 지불할 수 없는 빈곤층이나 대중들에게도 큰 추가 비용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빵 같은 재화의 경우라면 각 빵마다 생산에 대한 원가가 어느 정도 수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보재화의 경우와 달리 적은 비용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3) 네트워크 효과는 관계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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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온라인 마이크로크레딧 플랫폼 대표주자 kiva (출처: kiva 홈페이지)

 

정보재화는 정보를 공급하거나 수요하는 주체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그 가치가 급속도로 강화됩니다. 메트컬프의 법칙의 설명을 빌려 설명하자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적 기업은 대부분 크건 작건 해당 사회적 미션에 동의하거나 공감하는 어떠한 범위의 대중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이는 최근 발달한 SNS의 인프라를 통하여 더 강력하게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구성되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사회적 기업의 비즈니스에 직간접적인 효용이 증대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kiva는 이러한 전략을 활용한 온라인 마이크로크레딧 플랫폼입니다. ‘대출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여 가난을 해소한다’는 미션을 가진 kiva는 적은 액수의 돈일지라도 자신이 투자한 돈의 가치를 경제적 수익에서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임팩트로 측정하고자 하는 전세계의 사람들과 기존 은행으로부터는 대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저소득 계층 고객에게 소규모 자본을 대출해주는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을 연결해줍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제3세계의 개인과 그 개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선진국의 대중을 연결하여 그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수많은 일자리와 자립의 사례를 멋진 결과물로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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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세계적인 석학 제레미 리프킨은 최근 ‘제3차 산업혁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에서 언급되는 사회의 지속가능을 위한 노력에 대부분 정보기술이 활용 도구로 언급되는데요. 주체에 대한 설정이 같지는 않지만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미션의 해결점이 정보기술에서 나오거나 최소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필자의 믿음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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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3차 산업혁명> (제레미 리프킨, 2012)

 

‘스타트업 하다’ 행사에서 제기한 IT 벤처와 소셜 벤처의 관계는, 그 직접적인 관계 자체에 대한 정의를 논하기 보다는 세상을 더 낫게 바꾸고자 하는 창의적인 도전과 그 도전을 지지하는 융합적 방법론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 올바른 접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정보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노력에 더 큰 희망과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리콘밸리와 같이 빛나는 벤처생태계를 바탕으로 하기에는 여러가지 부족한 요소들이 보이고, 탄탄하게 구성된 커뮤니티를 가지려면 꽤 오랜 세월이 필요한 것이 자명하겠죠. 하지만 정보기술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 뛰어난 인재와 사회적 인프라를 가진 한국에서, 사회적기업가들이 IT의 세계에 더 가까이 접속하기 시작할 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불어올 바람은 결코 미미하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확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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