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를 파는 기업도 ‘좋은 기업(good company)’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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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에서 건강 및 공중 보건 이슈가 HIV/AIDS, 기아,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을 퇴치하는 방안을 위주로 논의되고 있다면 선진국에서는 당뇨나 비만과 같은 ‘선진국형’ 질병이 사회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비만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미국에서는 많은 연구들이 소득 수준과 비만/당뇨병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밝히며 건강 문제 뒤에 숨겨진 단순하지 않은 사회경제적 연결고리를 드러내고 있다. 저소득 계층일수록 몸에 좋은 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먹기보다 값싼 정크 푸드나 냉동 식품을 섭취할 확률이 높으며, 따라서 이들이 이들이 비만이나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건강 이슈가 뜨거운 주목을 받으면서 동시에 (억울할 수도 있지만) 집중 포화를 맞는 곳이 바로 바로 탄산 음료나 패스트 푸드를 파는 기업들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하고자 하는 집단이 점점 커지면서 이런 기업들도 자신들이 판매하는 식품이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변호하거나 맥도날드에서 샐러드 메뉴를 선보이는 것과 같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들 역시 건강을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든다. 기업 자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유가치창출 등의 키워드로 나타나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임팩트를 높이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들에 대해 맥도날드와 코카콜라와 같은 기업들은 여기에 동참할 수 없는 태생적으로 ‘슬픈 운명’을 타고 나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중요한 코즈인 건강을 해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공격받는 맥도날드, KFC, 코카콜라, 펩시와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은 무늬만 흉내낼 수 있을 뿐 결코 ‘좋은 기업’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이 포스트에서는 펩시(PepsiCo)의 사례를 가지고 ‘펩시는 과연 좋은 기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독자들을 안내해보려 한다 (참고로 무엇이 ‘좋은 기업’을 정의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잠시 유보하기로 하자!). 

펩시 CEO Indra Nooyi: “펩시는 목적(purpose)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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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펩시에서 최초의 여성 CEO 자리에 앉은 Indra Nooyi 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시적인 상품 판매에만 그쳐서는 안되며 목적(purpose)을 가진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펩시와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은 조직을 유지하고 일상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실무자들과 다르게 조직의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장기 생존을 위한 전략과 비전을 고민해야 하는 지위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 건강 문제는 어쩌면 외면하기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현재처럼 탄산음료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에 관련한 정부의 규제도 심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비판에 뒷짐만 쥔 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면 분명 기업의 성장은 발목을 잡힐 수 밖에 없을 것이기에 Nooyi 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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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빨리요… 블룸버그가 막기 전에…” (출처: Benjamin Schwartz, The New Yorker Cartoon)

 

뉴욕시장 블룸버그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내년부터 16온스(약 450그램) 이상의 탄산 음료 및 설탕이 과다 함유된 음료의 판매를  레스토랑, 

극장 등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였다. 지난 9월 뉴욕시 보건부의 승인을 받았으며 다른 반대가 없는 이상 뉴욕에서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Nooyi 는 이러한 문제를 잘 인식하고 건강, 보건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역에 앉히고 설탕이 덜 들어가면서도 소비자들을 즐겁게 하는 맛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연구 개발하도록 지시하고, 맛과 영양을 모두 겸비한 상품을 만드는 데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예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거쳐 당시 록펠러 재단에서 보건 분야 전문가로 있던 Derek Yach 를 펩시로 영입하기 위해 초대한 점심 식사 자리에서 Nooyi 는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고 한다. 

“난 당신이 WHO 에서 했던 일과 정확히 같은 일을 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우리를 위해 펩시에서 해 주세요”

현재 펩시의 글로벌-헬스 정책 총괄자로 있는 Yach 가 당시에 펩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발표했을 때 공중 보건계는 이러한 깜짝 ‘커밍아웃’에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몸담았던 이가 일명 정크푸드를 파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다니!’ 그는 하나의 안건이 처리되기 위해 길고도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했던 WHO 에서 느낀 한계를 회상하며,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의 협업 없이는 음식과 관련한 보건 이슈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히며 자신이 기업에서 사회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그의 ‘커밍아웃’을 변론했다. 그의 선언은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은  펩시가 판매하는 음료나 스낵은 그 자체로 좋은 식습관을 방해하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울 뿐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였다 (참조기사: The New Yorker, “Snacks for a Planet”).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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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psi Refresh Project 소개 동영상

 

음료와 스낵만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기업’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펩시는 2010년 당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를 탄생시킨다.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리프레시 프로젝트는 펩시가 연간 마케팅 비용의 1/3을 할애하여 내보내던 슈퍼볼 광고를 중단하고, 그 비용을 리프레시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refreshing ideas that change the world)를 개인 혹은 비영리단체가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고 보건, 문화 예술, 지역사회와 교육을 비롯한 총 여섯 개 카테고리에서 유저들의 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순서대로 펩시가 매달 25만 달러, 5만 달러, 2만 5천 달러, 5천 달러를 지원하여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였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어요. 저희 단체는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놀이터를 짓겠어요. 도와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을 리프레시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고 자신의 지인을 비롯한 이들에게 온라인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일반인들로부터 투표로서 지지를 받게 되면 놀이터를 짓기 위해 필요한 돈을 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에 쏟아진 뜨거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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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가 발표될 당시에 그야말로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기업이 코즈를 자체적으로 선정해서 기부하는 top-down 방식의 기업 자선을 넘어, 아이디어 구상부터 누가 기부금을 받을지를 결정하는 과정까지 모두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bottom-up 형식의 기업 자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훨씬 더 민주적인 모습의 기업 자선 시대의 막을 올리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당시 한창 인기 몰이를 뜨겁게 하던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훌륭하게 접목시킨 프로젝트로 평가 받았다. 상금을 받기 위해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들이나 자신이 후원하고픈 프로젝트가 있는 유저들은 자신들의 SNS 계정을 활용해 지인들에게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였고, 그 결과 2010년 한 해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8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펩시의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350만 개 증가, 트위터 신규 팔로어(follower) 숫자 6만 명 이상 증가라는 경이로운 홍보 효과를 펩시는 누렸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는 SNS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핵심으로 한 코즈 마케팅의 혁신적인 사례로 그 지위를 굳혔었다. 

물론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2010년 9월에는 경쟁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승 후보로 유력하게 올라온 조직 중 상당수가 16개 조직으로 구성된 ‘Progressive Slate’ 에 소속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컨테스트의 공정성과 더불어, 이들이 민주적 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고 정치인들 역시 밀접하게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후보나 특정 당파를 지지하는 프로젝트는 리프레시 프로젝트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공격이 이어졌다 (참조기사: New York Times, “Pepsi Refresh Contestant Claims Rules Were Broken”).

이러한 잡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가 불러온 신선함과 혁신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코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를 ‘성공’ 케이스 만으로 평가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에 이어진 펩시 콜라의 판매 실적 부진이 그것이다. 

이어진 부진한 판매 실적, 그리고 Diet Coke 에 판매 규모 2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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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만 평가한 2010년 펩시 콜라의 판매 실적은 암울했다. 2010년 파란색 펩시 콜라캔의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4.8% 하락했으며 (탄산음료 시장 전체의 매출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이 수치는 기업에게 충분히 빨간 신호로 해석되었다), 탄산 음료 전체 시장에서 펩시가 잃은 시장 점유율을 2.6%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Classic Coke 의 뒤를 이어 판매 순위 2위 자리를 성실하게 지켜오던 펩시가 Diet Coke에 까지 밀려 3위로 내려간 것은 코카콜라와 펩시의 양자대결로 펼쳐지는 콜라 전쟁(Cola War)에서 펩시의 패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였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가 부진한 경영 실적을 설명하는 최대 변수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어도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가 사회적으로는 좋은 영향력을 미쳤을지 몰라도 적어도 사업적으로는 기업에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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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펩시, 2위 자리도 Diet Coke 에게 빼앗기다!ㅜㅜ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는 2년 만에 역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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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 그 탄생부터 마지막까지 

 

결국 펩시는 2011년 슈퍼볼 광고를 다시 내보내고 펩시 프로젝트는 2012년 1월 수상자에게 상금을 마지막으로 지원하고 최종적으로 2012년 3월,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그 끝은 그만큼 빛나지 못했던 리프레시 프로젝트의 막을 내린다 (이제 리프레시 프로젝트 홈페이지 주소 www.refresheverything.com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펩시의 홈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를 ‘실패’라고 평가하기에는 개인적으로 판단을 유보하고 싶은 아쉬움이 남지만, 펩시 콜라의 판매 부진은 리프레시 프로젝트를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판단할 수 없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자, Cone Communication 에서 코즈마케팅과 비영리마케팅 분야 부회장(Executive Vice President)을 맡고 있는 Craig Bida 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로 리프레시 프로젝트의 실패는 예고된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참조기사: MediaPost, “Why Pepsi Canned the Refresh Project”).

[tabs type=”horizontal”] [tabs_head] [tab_title]리프레시 프로젝트의 실패 요인[/tab_title] [/tabs_head] [tab]

  1. 리프레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영리단체가 수없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모두 심사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정성 면에서 사기(fraud) 혐의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밖에 없었다. 
  2. 비영리단체가 후원자들에게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투표할 것을 요청하는 일에 상당한 조직의 자원 투입이 이루어져야 했고, 이러한 이유로 많은 조직이 프로젝트에서 참여를 접었다. 
  3. 프로젝트는 제품의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결정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4. 여러 영역과 지역을 대상으로 복수의 조직을 지지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은 것은 특정 이슈에 집중할 때보다 성과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5. 무엇이든 지지한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지지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약 2500만 달러로 추정되는 펩시의 지원금이 막연한 관대함(generosity)을 넘어, 실제로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된 것인지 애매모호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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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a Cola is Timeless, Pepsi is Tim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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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a 가 지적하는 원인들이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세 번째로 지적한,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가치 사슬을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를 찾아내는데 실패한 것이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판단된다.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의 성공이 궁극적으로는 펩시의 매출과 이윤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를 모았을지 몰라도, 프로젝트를 통해 증가한 기업 인지도 및 홍보효과, 그리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 동참하는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펩시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착오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펩시의 임원들은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의 부진한 결과를 보고 다시 펩시를 소비하는 이들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 “Coca Cola is Timeless, Pepsi is Timely” 라는 (결코 신선하지는 않은) 결론에 이른다. 즉 코카콜라와 펩시를 마시는 이들의 성향을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코카콜라 소비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timeless) 가치, 행복한 삶에 높은 가치를 두고 전통적인 것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한 반면(심지어 코카콜라는 상품의 이름으로 Classic 을 쓰고 있지 않은가!) 펩시를 사랑하는 이들은 행복한 삶 보다는 순간에 충실한 신나는(exciting) 삶을 추구하고 현재를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실제로 코카콜라가 꾸준히 산타클로스와 북극곰을 트레이드마크로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반면, 펩시는 1963년에 공개한 “Pepsi Generation” 광고로부터 시작해 마이클 잭슨, 브리트니 스피어즈, 스파이스 걸즈 등 팝 스타들을 내세운 광고로 젊고, 기성세대에 반항하고, 현재를 즐기고, 신나고 즐거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을 펩시의 고객군으로 타게팅해왔다 (참조기사: AdvertisingAge, “Pepsi Tackles Identity Cr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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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1963년 펩시의 유명한 광고 "Come Alive! You're in the Pepsi Generation!" 이전까지의 펩시 광고가 코카콜라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엣지로 내세웠던 반면  (Twice As Much For A Nickel Too 와 같은 광고 슬로건을 보라~) 이 광고를 기점으로 '젊음, 오늘을 즐기는 것. 신나는 것' 과 같은 가치를 상품과 결합시킨 마케팅을 시작한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마이클잭슨의 모습을 볼 수 있는 1983년 The Choice of a New Generation 광고. 이 광고에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세련되고 즐길줄 아는 젊은이'들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대변했고, 펩시의 판매에도 톡톡한 기여를 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코카콜라는 "New Coke" 라는 새로운 맛의 상품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씁쓸한 실패만 맛보았다고.

 

한때는 팝의 요정이라고 불리던 브리트니 스피어즈도 펩시의 팝스타 마케팅에 동참하였다 
그녀의 Joy of Pepsi 광고 


지난 50년 간 펩시가 내건 슬로건을 보면 펩시의 이러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1961–1964: "Now It's Pepsi for Those Who Think Young" 
1969–1975: "You've Got a Lot to Live, and Pepsi's Got a Lot to Give"
1981–1983: "Pepsi's Got Your Taste For Life"
1984–1991: "Pepsi. The Choice of a New Generation" 
1992–1993: "Be Young, Have Fun, Drink Pepsi"
1993–1994: "Right Now" 
1997–1998: "Generation Next" 
1999–2000: "For Those Who Think Young" 

출처: Business Insider, “How Pepsi Lost Cola War Against Coke” 

결국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펩시가 추구해 왔던 브랜드 가치와 어떻게 보면 엇나간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펩시 리프레시 프로젝트에 아이디어를 올리고 투표에 참여한 이들 중 상당수는 탄산음료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즉 펩시가 타겟 고객층으로 삼아야 하는 집단과 야심차게 만든 리프레시 프로젝트에 반응하는 집단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펩시 콜라를 구매하는 이들은 리프레시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어떤 아이디어가 올라오든, 누가 상금을 받든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펩시의 새로운 슬로건 "Live for Now", 그리고 비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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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펩시 홈페이지 메인 화면의 '팝컬쳐 대시보드'  

 

리프레시 프로젝트를 폐기한 펩시는 다시 펩시의 '전통'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래서 "오늘을 살라(Live for Now)"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걸고 슈퍼볼 광고도 다시 시작하였다. 현재 펩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팝컬쳐 대시보드(dashboard of pop culture)'로 꾸며진 화면에서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실시간으로 인기를 몰고있는 트윗이나 사진, 뉴스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펩시의 2012년 "Now In A Moment" 광고  

 

그리고 새롭게 선보인 "Now In A Moment" 광고에서는 팝스타 Nicki Minaj 가 등장하며 짜릿한 흥분과 즐거운 순간을 즐기는 때 펩시가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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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펩시의 새로운 모델, 비욘세

 

그리고 며칠전 발표된 뉴욕타임즈에 기사에 따르면 펩시는 2013년 광고 모델로 비욘세를 발탁했으며 비욘세는 단순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넘어 가수로서, 그리고 비즈니스우먼으로서 펩시가 적극적인 스폰서십을 받을 것이라 한다. 펩시는 연예인들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독립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팝문화를 사랑하는 '진정한 스폰서' 로서 자리매김 하려는 듯 하다. 펩시에서는 이것을 상호협력을 위한 콜래보레이션 프로젝트(collaboration projects)라고 표현하였다. 이 캠페인을 위한 계약은 5000만 달러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Forbes 기사에서는 펩시가 여전히 팝스타를 기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구식의 아이디어(old idea)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계약이 결코 소비자들로 하여금 펩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거나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너무나 유명해져서 더이상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없는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기업의 마케터는 그들이 차별화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소비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데, 팝디바를 내세우는 방법은 참신하지도 않을 뿐더러 진정성도 없기 때문에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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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2013년 3월부터 유럽에서 출시될 비욘세 리미티드 에디션 펩시캔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한 펩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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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도 좋은 기업이 될수 있을까?'라는 다소 우둔한 질문으로 글을 열었는데 CEO가 가지고 있는 건강 이슈에 대한 고민과 사회적으로 선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스낵과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기업으로서는 결코 뚫기 쉽지 않은 난관임을 리프레시 프로젝트의 짧았던 시도를 통해 살펴보았다. 판매 부진을 이유로 펩시는 다시 본인들의 충성 고객들을 겨냥한 광고를 시작했고,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가 코카콜라와의 콜라 전쟁에서 잃어버린 펩시의 위치를 다시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펩시 매출의 상당한 비중을 하고 있는 콜라의 매출 감소를 이유로 지난 2년간 펩시가 시도했던 용기있는 도전을 실패로 낙인찍을 수 있는지는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그리고 "Live for Now" 로 다시 돌아온 펩시의 메시지가 현재 미국의 소비자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역시 의문스럽다. 현재 미국에서 전체 학자금 대출금은 1조 달러에 이르며 2011년 졸업생 1인당 평균 부채금액은 27,200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25-35세의 인구중 29%가 부모와 아직 함께 살고 있으며 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 역시 젊은 세대들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더 암울하게 한다. 이런 이들에게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살라'는 메시지가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과연 펩시를 구매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메시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상징하는 젊고, 즐기고, 마시는 것으로 충분했던 1980년대와 2010년대의 상황은 다르지 않을까.  

동시에 리프레시 프로젝트는 상품의 판매, 비즈니스 가치 향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무조건적인 '선한' 활동 역시 지속할 수 없다는 깊은 교훈을 펩시에 남겼다. 음료를 판매하는 것은, 특히 코카콜라와 펩시의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시장에서는 더욱이, 단순히 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에 입혀진 가치, 이미지, 라이프 스타일을 소비자에게 제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펩시는 소비자들이 (보이지 않게) 열망하는 것(aspirations)을 결코 외면할 수 없을 것이고, 그들이 열망하는 것이 콜라의 톡 쏘는 맛으로부터 오는 현재를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수도 있고 어쩌면 펩시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그리고 발견하기 위한 과제로 남겨진 또 다른 무엇인가에 있는지도 모른다. 펩시의 리프레시 프로젝트를 빨리 접어야 했던 이유가 어떤 부분에서 판단 착오가 있었던 것인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펩시의 행보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임팩트를 미치는 기업에 소비자들은 더 높은 구매의사와 지불가격을 가지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펩시가 처한 상황은 이 기업이 해결해야만 하는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이러한 '나쁜 기업'들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활동을 시도하면 오히려 반작용으로 그 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소비자 층이 달라서, 이들의 사회적 목적을 가진 마케팅 활동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리프레시 프로젝트가 방법적으로 사회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문제가 있었을 뿐이지, 더 우수하게 디자인 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장기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성장하는 기업은 '좋은 기업'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펩시는 코즈와 관련하여 어떠한 행보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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