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세상과 접속하는 법

[divider]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아동을 후원하기 위해 매달 월급 통장에서 적은 액수라도 꼬박꼬박 기부를 한다.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페이스북에서 메시지를 친구들에게 공유해 달라는 비영리 단체의 요청에 ‘공유하기(share)’ 버튼을 누른다. 쇼핑 매장에서 비슷한 품질과 성능을 가진 제품을 두고 저울질하다가 평소에 친숙하게 느끼고 있던 비영리 단체의 로고가 상품에 찍힌 것을 보고 그 제품으로 최종 구매를 결정한다. 비영리 단체의 후원금 마련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주말에 집안에서 늦잠을 자는 대신 이불을 박차고 침대에서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한다.

이러한 행동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인간은 ‘나만의 울타리’를 넘어서 ‘타인과 공존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 존재라는 점 아닐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 이라는 말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를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가족, 또래 집단, 회사, 국가, 그리고 더 넓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공동체가 와해되고 집단 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오늘날, 누군가 파편화된 개인이 부유하는 곳으로 현대사회를 규정한다면 이러한 입장은 인간이 외부 환경에 따라 타인들과 관계 맺는 양상을 달리하며 적응해 간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할 때에만 수용 가능하다. 외부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자신의 삶 속에서 타인과 관계 맺으려는 욕구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본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습성인데, 전통적인 관계 맺기가 혈연, 지연과 같은 물리적 요소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면 현대인들은 기술의 도움으로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특성을 보인다.  

 

비영리 섹터가 직면한 도전

[divider]

이러한 관찰이 비영리 조직에게는 무엇을 의미할까? 비영리 조직의 클라이언트 중 장애인, 노숙자, 아동, 노인, 경제적 취약계층과 같은 대부분의 집단은 비영리 조직으로부터 직접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비영리는 외부에서 지원하는 자원을 대리자의 입장에서 위탁받아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영리 기업이 제품,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과 화폐 교환으로 직접 거래하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결국 비영리 조직의 성공에는, 조직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주는 제3자 이해관계자들의 자본, 네트워크, 전문성 등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잠재 후원자들의 니즈와 욕구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 

한국에서는 비영리 단체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가 정부 혹은 지자체와 같은 공공 영역이지만, 특히 미국처럼 비영리 섹터가 GDP 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5.5% (2012년 기준, The Nonprofit Almanac 참조)에 이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에서는 공공 자금보다 기업, 개인이 속한 민간 영역에서 주로 자금 조달을 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정부가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을 하지 않아도 자생력을 가진 우수한 비영리들이 살아남아 생태계가 활발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은 비영리 조직의 소셜 미션을 지지해줄 수 있는 기업, 개인 후원자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자연스레 낳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비영리 조직 이외에 정부가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마을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과 같이 다양한 조직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기존에 활동하던 조직들에게 가던 자원이 분산되고 있으며, 조직들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처럼 국내 비영리 생태계에도 더욱 치열한 경쟁 원리가 도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비영리 단체는 어떤 이들을 어떻게 조직의 후원자로 유치할 것인지, 그들의 어떠한 니즈와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큰 세상의 ‘코즈’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은 모습과 형태를 다르게 할 뿐 여전히, (혹은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서두의 언급은 바로 비영리 단체의 성공이 잠재적 지지자 및 이해관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활동에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데 있음을 의미한다. 

[tooltip text=”밀레니엄 세대, 무엇이 다른가” gravity=”n”] 밀레니엄 세대에 대한 설명은 베스 캔터 & 앨리슨 H 파인, <비영리,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라>, Impact Square 출판팀 옮김, HubSeoul, 2011, pp.58-59 참조 [/tooltip]

[divider]

1978년에서 1992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 세대를 통칭하는 ‘밀레니엄 세대’의 특성을 규명한 케이스 재단의 «사회적 시민 베타(Social Citizen BETA), 2008»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학교와 교회, MTV, 블로그, 페이스북 등의 공간에서 수많은 이슈나 가치를 경험하며 자란 세대로 후원금을 내고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도록 교육 받은 이들이다. 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자원봉사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한 첫 세대이기도 하여, 1974년에서 1989년 사이 10대의 봉사활동 참여 비율은 20.9%에서 13.4%로 감소했지만, 1989년부터 2005년 사이의 기간 동안 28.4%로 상승해 두 배 이상의 증가를 보여주었다. 또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생 숫자가 20% 증가하였는데, 이처럼 밀레니엄 세대들은 대학 진학 후에도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세대(digital natives)인데, 디지털 도구는 그들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상호 연결된 시대에 살도록 한다. 

베스 캔터와 앨리슨 H. 파인은 그들의 책 «비영리,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라» 에서 이러한 새로운 세대의 특성이 비영리 조직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밀레니엄 세대의 이상주의와 능숙한 소셜 미디어 활용 능력은 그들의 관심사에 대한 열정을 낳았으나 당연하게도 비영리에 대한 열정을 잃게 했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조직에 대해서는 부모 세대보다 무심하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정보를 공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조직에서 개인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이전 세대들이 인지하던 벽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밀레니엄 세대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지지
하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는 동시에 그 분야의 나홀로(stand alone) 비영리 조직에 대해서는 매우 무관심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롭게 부상한 젊은 세대의 특성은 미국의 경우로만 국한되지 않으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관찰된다.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빈곤, 교육, 아동, 주거, 장애인,여성, 사회적 배제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 문제와 관계를 맺고 행동하려는 적극성을 지니고 있는 동시에, 부모 세대들이 따랐던 조직에 대한 충성, 집단주의, 조직 활동을 통한 문제 해결의 사고방식에서 매우 자유롭다. 세상의 문제와 ‘나’를 연결지을 수 있는 도구와 형태들이 다양해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코즈와 창의적인 방법으로 연결되길 원한다. 

비영리가 마케팅을 활용하는 3가지 방법 

[divider]

그렇다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과 동시에 잠재적 후원자들의 적극적 레버리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받아들게 된 비영리들은 어떻게 조직의 목적을 가장 잘 달성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비영리가 마케팅을 활용해서 코즈에 관심은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봉사활동, 기부금 등의 전통적인 참여 방법에 만족하지 못하는 잠재적 지지자들을 어떻게 조직의 든든한 후원자로 끌어들이고 결과적으로 조직의 소셜미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지 크게 세 가지 유형을 각각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tooltip text=”비영리 마케팅의 성공” gravity=”n”] Fred Mael & Blake E. Ashforth (1992), “Alumni and Their Alma Mater: A Partial Test of the Reformulated Model of Organizational Identification”, Journat of Organizationat Behavior, 13 (2), 103-23. [/tooltip]이 대기업으로부터의 기부, 적절한 봉사활동, 긍정적인 입소문을 퍼뜨려주는 사람들과 같은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협조적인 행동을 형성하는데 있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성공적인 비영리 마케팅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1. 후원자들이 사랑할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다

 

01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1위-5위

 

2012년 10월, 포브스 지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The World’s Most Powerful Brands)” 리스트 1위부터 5위는 순서대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코카콜라, IBM, 구글이 차지하였다. 달러로 환산한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871억 달러로 그 뒤를 잇는 2위 마이크로소프트(547억 달러), 3위 코카콜라(502억 달러)와 비교해 가히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었다. 브랜드는 ‘판매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들로부터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특한 이름, 로고, 그래픽, 포장디자인 등을 종합하는 것’이라는 다소 간단한 정의부터 ‘브랜드화 된 상품, 개인, 혹은 활동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구조물’이라는 보다 추상적인 정의까지 그 의미의 범위가 넓다. 하지만 간단히 설명한다면 브랜드는 제품이 소비자들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 것이라는 약속의 징표로 이해할 수 있다. 그 동안 자신을 열광시키는 영화를 제작해 온 감독의 신작이 개봉할 때 흔히 ‘믿고 본다’는 표현을 사용해, 작품에 대한 기대와 또한 그 기대가 충족될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내는 팬들을 보면, ‘브랜드’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충성 고객을 얻을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신뢰로 매출 향상을 꾀할 수 있다. 

 

02

비영리의 가치사슬에 강력한 브랜드를 심는다.

 

그렇다면 비영리 섹터에서는 어떤 조직이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을까? 광고 마케팅 에이전시 Cone에서는 “The Cone Nonprofit Power Brand 100” 보고서에서 미국의 비영리 단체 100곳을 대상으로 브랜드 가치(brand value)를 평가한 순위를 발표하였는데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 전년도 수입, 성장 전망(propensity for future growth) 이 세 요소를 고려하여 브랜드 가치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부터 10위까지의 자리는 다음 비영리가 차지했다.

 

03

1. YMCA of the USA | 2. The Salvation Army | 3. United Way of America | 4. American Red Cross 5. Goodwill Industries International | 6. Catholic Charities USA | 7. Habitat for Humanity International 8. American Cancer Society | 9. The Arc of the United States | 10. Boys & Girls Clubs of America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2012년 봄 호에 실린 아티클 “The Role of Brand in the Nonpr-ofit Sector” 에서 저자 나탈리 카일랜더(Nathalie Kylander)와 크리스토퍼 스톤(Christopher Stone)은 비영리 섹터에서 마케팅, 브랜딩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활동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며 그 원인을 다음 네 가지로 설명하였다.

1) 여전히 많은 비영리 리더들은 브랜딩을 금전적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적 행위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2) 브랜드 관리는 다양한 조직 구성원의 참여를 필요로 하는 전략 수립(Strategy planning)과 비교했을 때, 탑 매니지먼트의 독단적인 의견을 조직에 강요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3) 때때로 브랜딩이 조직의 필요보다는 리더십의 허영심에 기반한 것이라 생각한다. 
4) 협력 조직들 간의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보다는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조직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조직의 빛을 잃게 한다.  

이렇게 영리 섹터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브랜딩에 대한 회의주의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영리 조직의 리더들은 조직 운영 역량, 자원 동원, 초점을 잃지 않고 소셜 미션을 추구할 수 있는 점 등을 브랜드의 중요한 기능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기부자들이 비영리 조직에 기부를 하면서 기대하는 바는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자신의 돈이 의미 있게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는 시점과 실제로 비영리가 대상자들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과정까지 걸리는 시차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기부자들은 애플의 신제품을 구매할 때처럼 자신의 기여를 통한 만족감을 즉각적으로 느끼기 힘들다. 이 때 기부자들이 비영리 조직의 미션이 내거는 약속이 실제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가지지 못한다면, 기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부자들에게 기대를 실현시켜주겠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비영리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를 수행하는 핵심적인 활동이 바로 브랜딩이다. 

비영리가 마케팅을 활용하는 첫 번째 방법은 비영리 조직의 브랜드를 조직의 DNA에 심는 법이다. (참고로 이는 뒤에서 살펴볼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마케팅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 마케팅과 비교했을 때, 비영리 조직의 밸류 체인 안에서 마케팅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유형의 뛰어난 사례로 미국의 비영리 단체 채리티 워터(charity: water)가 있다. 지난 IBR 3월호 Leader’s Story “깨끗한 물 한잔의 의미를 아는 품격있는 리더” 기사에서 조직의 설립자 스캇 해리슨(Scott Harrison)을 소개하면서 다룬 바 있는 채리티 워터는 미국에서 최근에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비영리 조직으로 깨끗한 물을 제공하기 위해 기부금으로 현지에 우물을 만들어주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실 채리티 워터의 사업 모델은 유사 사업을 진행하는 다른 비영리와 차별화되지 않는다. 기부금을 모아서 물이 부족한 국가에 우물을 설치해주는 것이 채리티 워터가 하는 일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채리티 워터를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성공요인은 즐겁고, 희망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심지어 애정을 부르는 비영리 브랜드를 만들어내, 기부자들을 열광시켰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여태까지 어떤 비영리가 그러한 브랜드를 만들어 냈던가!) 스캇 해리슨은 많은 이들이  자선단체에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신뢰할 수 없어서 기부를 꺼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원금의 100% 가 고스란히 우물 파는 활동에 사용되는 100% 모델을 수립한다. 인건비나 기타 제반 시설 비용에 들어가는 조직의 운영비는 따로 후원을 받음으로써, 일반 기부자들의 돈이 모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채리티 워터는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자신의 기부금이 어느 지역에 어떻게 쓰였는지 사진, 동영상, 구글맵스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후원자들에게 보고를 하여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채리티 워터는 깨끗한 물을 만나 즐거워하는 이들의 생생한 표정들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 홈페이지,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뉴스레터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진들은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아 동정심과, 불편함 마저 부르는 죄책감을 이용해 후원을 요청해 왔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주목할 만하다. 스캇 해리슨은 미디어의 활용 철칙에 대해 [tooltip text=”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gravity=”n”] Venturebeat, “How charity:water became tech’s favorite non-profit”, Ciara Byrne, Nov. 16, 2011 [/tooltip] “물이라는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멋지고,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면서 투명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했어요. 많은 자선단체는 죄책감을 이용해요. 그러나 그런 죄책감보다는 저는 기회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그 솔루션이 아름다운 방식으로 실현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즐거운 변화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 외에도 유명 인사와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연례 행사 채리티 볼(charity: ball)이나 기부자들로 하여금 생일을 맞아,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는 대신 채리티 워터에 기부해달라고 요청하는 생일 기부하기(Pledge Your Birthday) 캠페인 역시 기부를 즐겁고 신나고 의미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채리티 워터의 브랜드 파워를 보여준다. 

이러한 마케팅 활동으로 채리티 워터는 특히 젊은 세대로 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2007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8,232개의 우물 프로젝트를 후원했고, 이 덕분에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사람은 320만 명에 이른다(2013년 4월 기준). 채리티 워터의 사례처럼 비영리의 활동을 브랜딩이라는 마케팅적 요소를 활용하여 전달하고 설득하는데 성공할 때, 비영리 조직은 더 강력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든든한 후원자들을 만날 수 있다.

 

04

채리티 워터의 심볼, 노란색 물통

 

2. 코즈마케팅, 영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한다  

두 번째 유형은 우리가 ‘코즈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도 알고 있는 영리기업과 비영리 조직의 협력을 통한 마케팅이다. 코즈마케팅은 개인 혹은 집단이 가치 있다고 믿는 신조, 이상, 목표 이슈 또는 조직적 운동을 가리키는 ‘코즈’를 활용해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통해 비영리 조직은 후원자 및 기부금 확보, 사회 이슈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 확산 등의 효과를 누리고 기업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으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하고, 이윤의 향상까지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05

비영리와 영리 기업의 윈-윈(win-win)을 위한 마케팅, 코즈마케팅

 

비영리 조직이 코즈마케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인 이슈와 영향력을 고려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들이 등장하는 데서 비롯된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단순한 화폐가치의 교환을 뜻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에게 소비 행위는 개성과 정체성, 취향을 표현하고 증명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제는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고 의견을 내는 방법을 소비 행위가 대체 혹은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신의 구매 행위가 사회적으로 선한 목적을 추구하는데 연결되어 있을 때 소비자들은 그 제품에 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며, 비영리 조직은 기업과의 협력적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이러한 ‘목적(purpose)’이 이끄는 소비활동을 촉진하고 소비자를 비영리 조직의 후원자로 만들 수 있다.  

코즈마케팅의 예시로, 코카콜라와 세계야생동물기금(World Wildlife Fund, WWF)이 지구온난화로 서식지를 잃어가는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펼친 Arctic Home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코카콜라는 자사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 아이콘,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해 WWF와 손을 잡고, 코카콜라 역사상 처음으로 빨간색을 버리고 하얀색 캔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그리고 하얀색으로 탈바꿈한 코카콜라 캔의 포장지에는 북극곰 보호를 위한 관심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새겨져 있는데, 소비자들이 포장지 안에 새겨진 코드를 문자 메시지로 전송하면 해당 코즈를 위해 기부를 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1달러를 기부할 때마다 코카콜라는 WWF에 200만 달러를 기부한 것과 별도로 최대 1백만 달러까지 기부하기로 약속한다. 비영리 WWF에서는 조직의 브랜드를 영리 기업의 상품에 노출시키으로써 동물 보호 활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기회를 누렸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문자 기부와 코카콜라로부터의 매칭 기부를 통해 후원금을 두둑하게 유치할 수 있었다. 

 

06

코카콜라와 WWF가 함께 진행한 Arctic Home 캠페인

 

기업과 비영리가 함께 구축한 코즈마케팅 모델을 궁극적으로 완성하는 중요한 축은 결국 소비자들이다. 아무리 기업과 비영리가 우수한 모델을 만들어놓아도 소비자들이 그 캠페인에 반응하고 결국은 상품을 구매해야, 비영리는 목표했던 기부금 또는 코즈에 대한 인식 확산, 또 기업은 매출 증대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실질적인 캠페인의 성공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코즈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갖추어져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tooltip text=”실험” gravity=”n”] Hyunmyung Do, Sunhwa Lee, Premium for Good: The effects of fitness and regional domain of CSR, Impact Report No.1, (Dec., 2011), www.impactsquare.com. [/tooltip]이 있다. 성인 약 200명을 대상으로 코즈와 연계된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에 대해 소비자의 지불 의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디자인된 이 실험은, 이윤의 일정 부분이 자선단체에 기부되는 경우와 그러한 언급이 없는 경우로 실험자들을 무작위 배치한 다음 쿠키 한 상자를 얼마에 지불하고자 하는지 조사하였다. 실험 결과 코즈 연계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의 쿠키 한 상자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하겠다는 가격 (4,800원)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쿠키의 가격 (3,800원)보다 유의한 수준에서 높게 나타났다. 

비영리 조직은 코즈와 연계된 상품에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하고자 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이제는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활용, 기업과 함께 성공적인 코즈마케팅을 기획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조직이 목표로 하는 임팩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3. 비즈니스 모델에 마케팅을 입히다 

세 번째는 비영리적인 미션을 추구하기 위해 마케팅을 최전선에 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케이스이다. 조직의 출발점인 사회적 미션을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추구하기 위해 영리적인 모델과 기업 활동을 활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경우인데, 이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는 하나를 구매하면 하나를 기부하는 One for One 모델을 확산 시킨 선두주자 탐스슈즈(TOMS SHOES)이다. 

탐스슈즈는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2006년 아르헨티나로 떠난 여행에서부터 시작된다. 많은 아이들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맨발로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그는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들이 흙을 통해서 전염되는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맨발로 학교에 출입하는 것이 금지 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마저 놓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에 빠진 블레이크는 자선 활동 만으로는 장기적으로 이들에게 신발을 공급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신발이 한 켤레 판매될 때마다 신발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One for One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한다. 한국에서 소비자가 탐스슈즈를 한 켤레 구매하면 자동적으로 신발이 필요한 어린이에게 신발이 한 켤레를 기부하는 것이다. 

블레이크는 아르헨티나의 민속화인 알파르가타에서 영감을 얻어 참신한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을 갖춘 탐스슈즈를 디자인하였고, One for One 이라는 강력하고 심플한 메시지로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어낸다. 타임, 피플 등의 유명 언론은 앞다투어 [tooltip text=”탐스의 이야기” gravity=”n”] 임팩트스퀘어, IMPACT BASE 참조 (base.impactsquare.com/toms) [/tooltip]를 보도하였고 스칼렛 요한슨, 리브 타일러, 키이라 나이틀리 등 TOMS의 취지에 공감한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도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07

탐스 슈즈를 신은 배우 엘렌 팜페오(좌)와 앤 헤서웨이(우) (출처 : denimblog.com)

 

탐스의 사례에서 비영리 조직이 눈여겨 볼 점 중에 하나는 바로 One for One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탐스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은 구두보다는 캐쥬얼하고 다른 운동화들보다는 더 세련된 멋이 가미된 탐스의 디자인에 열광하기도 하였지만, 그에 덧붙여 자신의 구매로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쉽게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으로부터도 만족감을 느꼈다. (어떤 이들은 탐스를 신는 이들을 보면 모종의 연대감 마저 느낀다고 한다.) 직접 신발을 구매할 수 없는 이들에게 신발을 나누어 주는 소셜 미션을 추구하기 위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상품 판매와 기부과 바로 연결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하고, 이 독특한 관계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함으로써 탐스의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소셜 미션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면서 탄생한 탐스는 탐스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발휘하였고, 2006년 창업 이후 현재까지 51개 국이 넘는 곳의 빈곤 지역에서 200만 켤레 이상의 신발을 기부하는 큰 성공을 낳는다. 탐스의 성공은 자선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한 접근이 보다 큰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08
 

한편 탐스 사례는 소셜 미션에 기반한 독특한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과 더불어 이러한 접근 방법을 취하고자 하는 조직이 주의 해야할 문제점과 비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살펴볼만 하다. 탐스에 대한 주요 비판의 논지는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한 켤레씩 쥐어주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니며, 나아가 제품을 팔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을 돕자는 소셜 미션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발을 ‘뿌리면서’ 현지의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앗아 오히려 지역 경제를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탐스의 모델이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선진국의 소비자들에게만 만족감을 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비록 “신발이 없는 아이들”이라는 사회적 문제의 출발점이 아무리 선하더라도, 이 문제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비즈니스 모델에 제대로 결합되지 않는다면 목표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탐스의 Chief Giving Officer로 있는 Sebastian Fries는 자신들의 사업 모델에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탐스가 공짜로 신발을 얻는 아이들의 가난을 고착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 “우리는 가난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덜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tooltip text=”입장을 밝혔다” gravity=”n”] New York Times Blog, “Questioning the TOMS shoes Model for Social Enterprise”, Adriana Herrera, March 19, 2013 참조 [/tooltip]. 하지만 탐스의 안경 사업인 탐스 아이웨어(TOMS EYEWEAR)는 판매되는 안경에 따라 안경을 자동 기부하는 대신, 전세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안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맞춤 안경 기부, 백내장 수술 실시 등을 제공하는 모델을 도입하는 등, 기존 모델에 대한 비판점을 학습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탐스의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사회적인 선함을 입은 브랜드를 잘 활용하면 보다 쉽게 사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후원자 또는 소비자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때 마케팅 자체를 위해 선의를 착취하는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초기의 사업 모델과 운영 전략의 구상에 있어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사회적 임팩트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09

비영리의 소셜 미션과 영리의 조직이 만나 만들어진 비즈니스 모델, 마케팅의 무기가 되다.

 

가깝고도 먼 미래의 후원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divider]

지금까지 비영리 조직이 마케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변화하고 있는 기부자들의 특성과 외부 환경을 고려하여 짚은 뒤, 마케팅을 활용하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물론 이 분류가 엄밀한 논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은 아니며 주관적인 시각도 반영하고 있을 수 있지만, 소셜 임팩트를 증폭시키는 도구로 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프레임워크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세 가지의 활동이 서로 독립적인 것은 아니기에, 한 비영리 조직 내에서도 다수의 유형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채리티 워터처럼 기부의 경험을 특별하고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브랜드를 조직 활동 안에 DNA로 심는 마케팅. 영리 기업과 비영리가 서로의 이해 관계를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코즈 마케팅. 그리고 탐스슈즈처럼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해 솔루션을 찾다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고, 이것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발전한 경우. 이렇게 세상에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활짝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마케팅을 영리 섹터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면, 그 거부감은 마케팅의 본질과 잠재력을 지나치게 한정된 범위에서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금만 손을 뻗으면 비영리 단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올 후원자들이 저기 밖에 있는데, 과연 비영리 조직은 가깝고도 먼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둘 사이를 잇는 다리를 마케팅이 놓아줄 수 있지는 않을지 앞서 살펴본 사례들을 보며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SHARE
Big Thoughts for Impact

NO COMMEN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