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하버드 마이클이 한자리에서 만나다

“Ideas Worth Spreading”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식인, 예술가, 기업인, 과학자 등 참신하고 영감을 불어넣는 아이디어를 가진 연사들이 18분 내외의 강연으로 아이디어의 향연을 펼치는 TED. 일년에 한 회씩 열리는 TED GLOBAL 의 올해 컨퍼런스 영상이 얼마 전 온라인으로 공개되었다. 이 중 경영 전략과 정치 철학 분야에서 구루로 평가 받는 두 교수가 벌인 토론이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은 바로 마이클 포터와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의 종신 교수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름까지 마이클로 똑같은 이 둘은 심지어 이 날 비슷한 의상으로 무대에 섰다.) <경쟁 전략>, <경쟁 우위> 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을 남긴 마이클 포터는 경영학에서 전략이라는 과목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으며 26세에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임용, 35세에는 최연소 나이로 정년을 보장받은 후 현재에는 사회 문제와 비즈니스 사이의 관계를 주요 연구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한국에 ‘정의’ 논쟁을 불러온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 역시 27세에 최연소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고 현재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학자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TED GLOBAL 2013 에서 두 하버드 마이클은 각각 시민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왜 우리는 시장을 신뢰해서는 안되는가 (Michael Sandel: Why we shouldn’t trust markets with our civic life), 그리고 어떻게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가(Michael Porter: Why business can be good at solving social problems) 를 주제로 각자 강연을 한 후 TED 큐레이터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의 진행으로 짤막한 토론을 가졌다. 

 

마이클 샌델: “시장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마이클 샌델은 “우리 사회에서 시장과 돈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입을 연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오늘날 사회에서는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시장 사회(market society)에서 살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레스토랑 앞에서 긴 줄을 서 본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텐데, 이 때 드는 비용은 바로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이 시간은 돈을 주고서라도 아끼고 싶은 자원일 수 있기에 아르바이트생이나 실직자들을 고용해서 대신 줄을 서게 하고 돈을 지불하게 하는 업체가 등장하였다. 이 업체를 이용한다면 지루한 기다림 없이 자기 순서가 돌아왔을 때 연락을 받고 레스토랑을 찾아와 바로 즐거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시장 원리는 단순히 줄서기 뿐만 아니라 아니라 전쟁과 같은 더 큰 영역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민간군사기업의 수가 미국 군대의 수를 앞질렀다고 한다. 샌델은 이를 ‘시장 경제’와 ‘시장 사회’라는 개념을 대비시켜 설명하고 있는데 시장 경제(market economy)는 인간의 생산 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반면에 시장 사회(market society)는 거의 모든 것이 판매 대상이 된 일종의 생활 방식이다. 시장 사회에서는 인간 관계, 가족 생활, 건강, 교육, 정치, 법, 시민적 의무 모두가 돈으로 거래 가능한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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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TED 강연중인 마이클 샌델 

그렇다면 시장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이 왜 문제가 되는걸까?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고, 돈이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고, 돈으로 최상의 교육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위험한 이유를 샌델은 두 가지 근거로 설명한다. 첫번째는 불평등의 문제이다.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넓여질수록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조건이 된다. 단순히 더 부유하다는 것이 요트, 외제차 같은 사치품을 살 수 있는 특권에 국한된다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지만 건강, 교육, 정치적인 영향력 등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돈이 결정한다면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두 번째로, 시장의 논리가 개입할 때 우리의 사회적 관행이 가지는 의미 자체가 변화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예로, 초등학생들의 독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책을 읽은 권수에 따라 $2의 현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미국의 주요도시에서 이 실험이 진행되었다.) ‘돈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게 하는 행위는 ‘옳은가’?  독서량을 늘리는 기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까? 돈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어, 이후에는 이런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인가?’ 샌델은 청중에게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진행된 실험 결과, 학생들은 인센티브를 적용했을 때 그 이전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은 더 얇은 책을 읽었다!) 샌델이 이 예시를 통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현금 인센티브, 시장 원리를 적용해서 학업 동기를 높이고자 하는 선택이 학업, 독서가 본래 가지고 있는 목적, 즉 세상을 탐구하고 배움 그 자체가 제공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행위의 성격을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거리’로 퇴색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배움, 시민의 의무, 정치 같은 비물질적인 활동 영역에서 작동하기 시작할 때 시장 원리는 그 활동의 사회적 가치, 그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적인 규율을 소거시키는 현상을 낳는 것이다. 

결국 시장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바꾸어 말하면 시장이 넘어오지 못하게 테두리를 어디에 쳐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며 결론적으로 사회의 구성원들이 ‘단순히 돈의 거래 대상’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합의를 이룬 후에야 그것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배움의 가치가 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대체되어도 문제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힘을 실어 권리를 보호하려는 사회적 이슈가 이해당사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돈에 비례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시장 사회가 되는 일을 염려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샌델이 제안하는 토론의 장은 가치관과 관점의 차이를 수반하는 갈등을 낳을테지만, 이러한 갈등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건강한 갈등’이다. 이러한 충돌을 피한다면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샌델은 경고한다. 시장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보유하고 있는 돈의 크기에 따라 철저하게 ‘분리된 삶(separate lives)’을 살아가게 되는데 이 때 우리는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만나 충돌하기도 하고 소통하기도 하며 공동의 선(the common good)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다양성 안에 공존하는 공통성을 지키는 정치체제 민주주의의 자리를 시장에 내어놓게 된다. 결국 샌델이 서두에서 던진 시장에 관한 문제 제기는 경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어떻게 우리는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은 상품화하면 변질되거나 저평가된다. 시장에 속한 영역이 무엇인지, 시장과 거리를 두어야 할 영역이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해당 재화, 즉 건강 교육 가정생활 자연 예술 시민의 의무와 같은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도덕적이면서 정치적인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례별로 이러한 재화의 도덕적 의미와 재화 가치의 적절한 평가방법에 관해 토론을 벌여야 한다.

–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中

 

마이클 포터: “시장과 사회를 구분하는 경계를 허물어야 합니다”

포터는 영양 부족, 용수 공급, 기후변화, 의료보건 정책, 환경 오염과 같은 사회 문제가 산재해 있음을 지적하며 강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 문제를 사회가 어떻게 이해하고 풀어오려고 했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그는 자신이 경영 전략 교수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며, 비즈니스는 돈을 버는 곳이라고 서슴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업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환경 오염, 열악한 노동 조건 등 기업이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이러한 제한된 시각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자선, 비영리, 정부 영역에서만 일어나도록 만들었다고 밝힌다. 하지만 포터는 다음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NGO, 정부에서 내놓은 솔루션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가요?”

이 질문에 포터는 NO 라고 대답하며, 정부나 NGO 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복잡하고 커다란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스케일(scale)의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조세 수입으로, 비영리나 비정부기구에서는 정부보조금, 자선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과연 보조금, 조세 수입, 기부금으로 우리 앞에 쌓여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기업이 가진 자원을 정부, NGO 섹터와 대비시킨다. “자원은 어디에 있는가(Where are the resources?)”라는 차트에서 그는 기업, NPO, 정부의 총 수입을 파이차트로 보여주는데 기업은  20.1조 달러, 정부는 3.1조 달러, NPO 는 1.2조 달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기업만이 부를 만들어내는 조직이며, 정부와 비영리 섹터는 기업에서 생산한 부를 가져가서 재분배하는 곳이라고 그는 말한다. 기업이 이렇게 독보적으로 자원을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이윤, 즉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에서 생산에 소요된 비용을 제한 가치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한 가치 창출 활동을 확장(scale-up)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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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TED 강연중인 마이클 포터

그렇다면 사회 문제와 기업의 이윤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기업 자선(Corporate Philanthropy) 등의 명목으로 기업이 생산한 부를 사후적으로 사회에 환원하였다. 이는 기업의 이윤과 사회적 효익이 하나를 취하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에 있다고 보는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러한 고전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편법을 써서 환경 영향을 무시하고서 이윤을 남기려 하였으며, 직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비용으로만 인식했기 때문에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였다.

하지만 포터는 고민을 해 볼수록 현실은 그 반대였다는 본인의 깨달음을 뒤이어 설명한다. 즉 비즈니스는 사회 문제를 방치할 때가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바로 기업이 그토록 바라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업 이윤을 생각해 본다면,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면 사고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생산성도 높아져서 결국 기업의 이윤 증진에 기여하게 된다. 즉 기업이 선한 마음 때문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다 보니 사회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성장 기회를 찾기 어려워지는 환경이 비즈니스로 하여금 사회 문제에 눈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포터의 주장이다. 포터는 이러한 기업의 가치 창출을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CSV 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임팩트스퀘어 블로그 포스트 CSV 의 아버지로부터 직접 듣는 CSV: FSG 대표 Mark Kramer 인터뷰 참조)  

그의 논리에 따르면 결국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효율은 트레이드 오프관계에 놓여 있지 않고 서로 시너지를 줄 수 있는 보완적 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힘을 활용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포터는 첫번째로 기업 자신이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관점의 변화, 그리고 두번째로 정부나 시민섹터, 자선 섹터가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ISCO 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IT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지역에 본사의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IT 교육을 제공하는 ‘시스코 네트워킹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사회, 학교 등에 무료로 IT 교육을 제공하여 그 어떤 NGO 가 시도했던 것 보다 큰 규모로 IT 격차라는 문제를 해소한다. 이는 CISCO 가 자선적인 목적을 가지고 행한 활동이라기 보다, 열악한 IT 인프라로 인해 점점 더 크게 벌어나고 있는 정보 격차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비즈니스와 사회적 문제가 만나는 지점에서 CISCO 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결국 CISCO 는 네트워킹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수강생들의 IT 역량을 개발하고, 이들의 취업률 향상에 기여하였으며 아카데미 졸업생들이 CISCO 의 직원으로 채용이 되거나 이후에 CISCO 의 제품을 구매하면서 기업의 이윤 향상을 꾀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다. 이처럼 기업 스스로가 ‘이윤을 어디에서 창출할 것인가’의 숙원적인 명제를 고민할 때 사회적 영역이라고 선을 긋고 외면하려고 했던 곳에서 차별화와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공유가치창출의 요지이다. 

반면, 이제 정부나 자선 영역에서도 기업을 ‘사회 문제만 일으키고 이윤을 착취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바라보아야 한다. 정부가 펼치려는 정책적 노력, NGO 의 현장 경험과 날카로운 문제 인식, 대상자들과의 네트워크가 기업의 자원과 만날 때 이들의 파트너십이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정부, 시장, 시민 영역으로 각자 선을 긋고 역할을 구분지었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서 이들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것이 결국 본연적인 ‘가치 창출’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하나의 줄기를 공유하고 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vs. 마이클 맞짱토론

샌델과 포터, 한 무대에서 만나다

시장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자는 샌델과 시장의 가능성을 좁히지 말자는 포터, 사뭇 상반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 같은 두 마이클은 짤막한 토론을 가졌다. 포터가 먼저 입을 열었는데, 샌델의 통찰을 먼저 칭찬하면서 바로 샌델이 여전히  “공공의 영역(public life)”을 시장과 분리하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시장과 공공의 영역이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포터는 이야기한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샌델은 자신이 시장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임을 명심하고 그 시장이 있어야 할 곳을 분명히 하자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그 ‘어떠한 목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토론해 보자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TED 관중들은 이러한 샌델의 반박에 박수로 화답하여, 토론장의 분위기가 샌델에 훨씬 우호적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어서 진행자는 CEO 들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과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입장 사이에서 고민할 때 어떻게 조언을 하는지 포터에게 묻는다. 포터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주주의 권리를 가장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길이라고 대답하였다. 제약회사는 지금껏 부유한 국가의 6억 인구만 타겟팅했기 때문에 실패했지만, 이제 60억 인구가 살고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려 기술 혁신으로 그들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으로 약을 개발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음을 예로 든다. (사실 진행자의 질문은 공유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구분하지 않고 던진 질문이기에 포터는 공유가치에 대한 개념적인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샌델은 제약 회사가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투자하는데 비아그라를 광고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면 자신도 포터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고 재치있게 받아친다. 이번에도 관중들은 샌델의 답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포터는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설득시키려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재적 가치’로 연결고리를 찾다

토론장의 분위기는 확실히 샌델에게 우호적이었지만 사실 포터와 샌델의 논의가 같은 층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샌델은 시장과 시민사회의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에 두고 있는데, 그 자신도 인정하고 있듯이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에서 공동으로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같이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하며, 그러한 담론 형성 자체가 의의를 가진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분명 이러한 공론의 장은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함께 살아가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공간이다. 사회의 규칙과 가치를 함께 확립해나가는 과정이 건강하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담론을 형성한 후에도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포터가 대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바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NGO, 그리고 시장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터에게, 기업이 사회 영역에 손을 뻗친다는 것이 마이클 샌델이 우려하는 ‘가치의 수치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쉬운 예로, 기업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여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해서, 샌델이 예로 들었듯이 현금 인센티브를 통해 학생들에게 성적별로 돈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아니기에 포터의 경계 허물기와 샌델의 ‘시장사회화’는 그 수준을 달리 하고 있다. 포터는 그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 차이를 눈여겨 보고 있다. 비영리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사회적으로 선한 가치’, 그리고 비즈니스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적 이윤만을 지향하는 가치’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로 기업이 가진 자원과 확장 능력(scalability)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러한 기업의 가치 창출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서 다른 대안이 무엇이 있냐는 것이 포터의 반론이다.

하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은 사회의 명령이 아닌 자발적인 적응력(adaptability)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투입하도록 만드는 기제는 무엇일까?

포터와 샌델을 화해시킬 수 있는 연결 고리는 바로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에서 찾을 수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샌델의 주장에서 다른 어떤 것의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을 지닌 재화의 가치가 ‘내재적 가치’이다. 학생들에게 돈을 주며 독서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에서 ‘독서를 통한 배움,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이 바로 독서 활동의 내재적 가치이며, 이러한 가치가 화폐 가치로 환산되는 도구적 가치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샌델의 우려였다. 그리고 포터 역시, 공유 가치를 이야기 하면서 비즈니스의 내재적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과감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거장은 공통 분모를 찾게 된다. 즉, 포터는 비즈니스가 생명을 거래해서 돈을 남기는 활동이라든지 근로자들의 건강이나 환경을 파괴하면서 창출하는 ‘이윤’은 비즈니스의 내재적 가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이키가 운동화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건강함’을 제공하는 회사로, 네슬레가 우유, 물, 초콜렛 등 식품을 파는 회사에서 ‘영양’을 제공하는 회사로 스스로 재정의하기 시작하는 움직임들이 바로 비즈니스가 획득할 수 있는 이윤이 ‘가치 창출’이라는 본연적인 목적에 충실할 때에 가능하다는 깨달음에서 나오고 있는 것 아닐까.

결국 마이클 샌델이 주장하는 ‘가치를 결정하는 공론의 장’과 마이클 포터의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는 어쩌면 서로 대치하는 개념이 아닐 수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편견 때문에 포터의 주장을 신뢰하기 꺼리는 이들이 많으며, 공유가치전략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CEO 들이 소수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지만 몇 안되는 선구자적인 사례들이 시장은 사회에서 분리되어야 한다는 우려를 잠식시키는 균열을 조용히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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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공유가치 전략을 진정성 있게 사업모델로 내재화?할 수 있는 기업가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 네 무엇보다 기업 리더들의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또 한국에서도 멋진 공유가치 사례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 경영학에서 “기업의 존재 가치는 이윤 창출에 있다”라고 배웠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쓸모가 없다는 말이지요.
    이 경영학의 대전제를 기반으로 한다면 저는 마이클 샌델의 견해에 더 동의합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의견에는 모순된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데 “자원은 어디에 있는가? Where are the resources?” 라는 부분에서 예를 들어 말할 때 자원의 크기가 기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을 중요한 포인트로 지적하며 기업만이 (물질적인) 가치 창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정부와 NGO의 역할을 너무 물질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주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덜한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정부는 행정과 법안을 통해 어느 정도는 기업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단순히 자원의 편중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요.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와 기업이 유착된 부조리한 구조이거나 미국처럼 기업의 정계 로비가 공식적인 나라에서는 어렵다고 봅니다.)
    또한 정부와 기업에 비해 규모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NGO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가 있다는 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인식시켜 주고
    이것은 하나의 상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사회 문제(환경 문제 및 부의 재분배 문제 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절대로 가볍게 평가하거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것이 바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언급한 “내재적 가치” 에 가까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회는 점점 “배금주의”가 만연하여 사회 자체가 돈이 이끄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되었던 돈으로 살수 없는 내재적 가치에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전지전능한 돈” 앞에 모든 소중한 영적, 정신적 가치를
    잃어 버린채 건조하고 삭막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기업의 사회 문제에 대한 투자, 이것 자체의 효과는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에게
    있어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과 마케팅을 위한 부분이지 절대로
    사회 문제 그 자체를 해결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사회 문제에 대해
    “그 동안 NGO, 정부에서 내놓은 솔루션이 효과가 있었는가?” 라고 자문하고
    스스로 “NO” 라고 대답했지만 그러하다면 정부와 NGO의 활동이
    어떤 점에서 부족했고 어느 부분이 비효율적인지를 분석하여 개선해야함이
    마땅하며 이 문제를 기업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건 넌센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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