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혁신적인 선택이 필요할 때

경제•경영학 용어 중에 ‘1월 효과’라는 것이 있다. 1월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이는 새해에는 경제 상황이 이전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러한 1월 효과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올 한해 경제 관련 전망은 대체적으로 비관적이다. 경제 성장에 대한 밝은 전망보다는 저성장•저소비•저투자 등과 같은 3低 현상을 바탕으로 한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저성장•저소비•저투자는 일종의 ‘악의 순환고리’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변화를 위한 투자를 결심하기 어렵게 만든다.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획기적인 경제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이는 다시금 저소비와 저투자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 각계 각층에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먼저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기조 아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15년 올해, ‘제조업 3.0’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 반드시 성과를 거두어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앞서 첫번째 시리즈에서 언급했듯이,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제조업 경기 회복을 시작으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도, 또 실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경영자들 역시 다양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의 발굴이다. 물론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 상황에서 위험이 수반된 새로운 결정들을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상황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혁신’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또는 해결이 필요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삼성 그룹에서 사내 방송을 통해 ‘다시 기업가 정신’이라는 신년 특집 프로그램을 소개, 임직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칫하면 진부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기업 경영의 철학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새로운 경영전략의 추구•새로운 제품의 개발•새로운 시장의 개척 등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통한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한 때 한국의 경제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았던 ‘기업가 정신’이 위기에 처한 현재 경제 상황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는, 결국 기업들이 현 뉴노멀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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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기존 전략에서 유효했던 이해관계자에 대한 정의, 기술 등을 새롭게 탈바꿈시킬 때 일어난다.(이미지 출처)

 

혁신의 아이콘 CSV, 필수가 아닌 선택 

창조적 파괴란, 기존의 경영 방식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더’ 좋게 혹은 부정적인 측면을 ‘덜’ 나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수정이나 개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현존하는 경영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통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바로 창조적 파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9편의 글에서 개념 정의를 통해 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된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는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경영 전략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CSV 전략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CSV라는 이름을 가진 사업을 하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사적 차원에서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앞서 9편에서 이루어진 김태영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CSV가 CSR과 가장 큰 차이를 가지는 부분 역시 CSR은 기존의 기업 활동에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사업을 ‘추가’하는 것이라면 CSV는 기존의 기업 활동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한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CSR은 현재 많은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사업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지만, CSV는 여전히 ‘선택’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 역량’으로서의 CSV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도약과 관련한 문제를 두고 CSV 전략의 혁신적인 접근 방식 및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강조하는 것은 기존의 경영 전략을 활용한 기업 운영이 점차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이전부터 제조업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독일, 미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시장 확대나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고, 대내적으로는 내수 시장이 장기적으로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역시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매출 및 영업 이익을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결국 기업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이 역시 앞선 김태영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강조되었던 부분으로, ‘다른 기업은 가지기 어려운’ 또는 ‘다른 기업은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등으로 표현되는 타 기업과의 차별성을 기반으로 하는 핵심 역량을 갖추는 것이 기업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제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첨단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자사의 제품을 파는 마케팅 기법이 될 수도 있겠으나, 사실 핵심 역량은 단순한 기술이나 기능을 뛰어넘는 노하우를 포함한 기업의 ‘종합적인 능력’이라 볼 수 있다. 즉 다른 기업들이 모방할 수 없는, 해당 기업만의 고유한 가치 사슬(Value Chain)을 확립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CSV는 전사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데, 이는 CSV가 기업 가치 사슬의 ‘본원적 활동(Primary Activity)’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경영 전략이기 때문이다. 내•외부 물류, 제조 및 생산, 마케팅 및 영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수익을 만들어내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 본연의 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 CSV 전략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본래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적 영역과의 접점을 찾아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로써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한번 CSV의 체계를 확립하고 나면 다른 기업들이 모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 역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CSV 전략을 도입하는데 있어 수반되는 생산 과정의 변화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 관계 구축 등과 같은 유•무형의 자산은 그것을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 전사적인 차원의 변화가 필요한 만큼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자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이며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떠한 변화가 필요할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CSV는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구상한다면, ‘평가’에 대한 고민을

현재 국내에도 CSV 전략의 도입을 고민하는 또는 이미 CSV의 도입은 완료한 상태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구상 중인 기업들이 있다. CSV 전략의 필요성 및 그 기대 효과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이를 실제 기업 활동을 통해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이든 새로운 시도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수반하기 마련이지만, CSV의 경우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운 영역인 사회적 부분에 대한 분석 및 이해 역시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더욱 커다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다른 경영 전략과 마찬가지로 CSV 전략 역시 고정된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기 보다는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실행 방안을 구상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나, 만약 실행 방안을 구상하는 입장에서 전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결정함에 앞서 ‘평가’에 대한 고민을 시도해보는 것도 의외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새로운 전략을 도입함에 있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바로 새롭게 시도한 전략의 ‘효과’일 것이며, 이는 앞서 말한 ‘핵심 역량’의 강화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과연 CSV의 도입을 통해 기업의 핵심 역량이 강화되고, 이것이 향후 기업의 생존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CSV 전략의 성과를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략의 성패를 판단하여 계속해서 전략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선진적으로 CSV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내•외부적으로 상당히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는데, 이들의 평가 항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CSV의 수행 방안을 구상하는데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결국 평가 항목은 CSV 전략을 통해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나타내주며 해당 기업이 궁극적으로 계발하고자 하는  ‘핵심 역량’과 관련된 지표로서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CSV 전략의 핵심은 결국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긴밀하게 연결 시키고 이러한 연관 관계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사회문제의 완화 및 해결을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평가 역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접근 역시 기업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소한 부분이 될 수 있으므로 비슷한 부문에서 CSV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평가 항목들을 통해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면 식품 관련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이미 CSV 전략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주목 받고 있는 네슬레(Nestle), 코카콜라(Coca-cola), 마스(Mars) 등과 같은 기업들의 평가 지표를 참고로 할 수 있으며 이에 더하여 식품 사업이 추구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지표들인 SAFA(Sustainability Assessment of Food and Agriculture systems)나 SAI(Sustainable Agriculture Initiative) tool 등을 참고로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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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항목 구축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일,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CSV는 기업들이 선택하기에 ‘쉬운’ 전략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성장의 한계에 부딪힘과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걱정하고 있는 제조업 기업들의 입장에서 고려해 볼만한,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앞서 2~4편에 걸쳐 강조했듯이, 제조업의 경우 제조업 자체가 가진 특성상 사회적 가치와의 연관 속에서 기업의 사업 수행 방식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사의 가치 사슬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CSV라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는 ‘창조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창조 경제’의 가치를 바탕으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 역시 혁신을 통한 도약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각 사의 상황과 역량에 맞춘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창조 경제’는 여러 가지로 해석•적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그래서 침체된 경기를 성장세로 이끌 수 있는 경영 전략에 대한 고민이 ‘창조 경제’라는 단어에 압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명확한 경계 속에서 접점을 미처 발견하기 어려웠던 경제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의 만남을 통해 양쪽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공유 가치’를 만들어내는 CSV 전략 역시 ‘창조 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록 CSV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사실이나, 현재 한국에도 CSV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CSV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에 대한 이해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CSV를 통해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리더십도 필수적이며, CSV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직적 능력도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사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오랜 시간과 예상치 못한 자원들이 필요로 되는 시도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성공할 경우 그 임팩트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그 자체와 더불어 기업이 뿌리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CSV 전략을 추진, 성공을 거두는 사례들이 국내에도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끝으로 ‘제조업 공유가치 케이스’ 시리즈 연재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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