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케이스.10_사회혁신으로부터 비즈니스 기회 포착하기 – HP의 GPAS 사례 알아보기]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HP는 1939년 설립된 전자통신 회사로, 2013년 기준 1,12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고 전 세계 170개 이상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이다. PC, 노트북, 프린터 등 정보통신 분야의 제조 기업이었던 HP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보안 서비스, 클라우드, 빅 데이터 등 최첨단 IT 기술에 기반을 둔 통합 IT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모하고 있다.

HP는 창업자 휴렛ㆍ패커드의 신념을 이어받아, 오랫동안 기업 책임 및 자선 분야의 선도적 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휴렛ㆍ패커드의 신념과 사회에 대한 HP의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 역량과 사회 혁신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접근법을 취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전략은 CSV의 등장과 맞물리며, 사회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와 경쟁력 확보 기회를 포착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이번 편에서는 HP의 GPAS와 모조 의약품 인증 서비스 사례를 통해 CSV 차원에서의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HP의 글로벌시티즌십 전략: 사회혁신은 또 다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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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의 글로벌시티즌십 전략은 1957년 이래 유지해 온 7가지 기업 목표 중 하나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반응적으로 생겨났다기보다 창업자인 휴렛과 패커드의 신념을 HP의 사회책임활동에 녹여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휴렛과 패커드는 ‘HP는 기업 이상의 무엇(HP is more than a company)’이라는 말을 통해, 기업은 이익 추구 그 이상의 것 – 즉,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또 사회의 안녕(welfare)과 기업의 성공은 상호의존적이므로, 사회 혁신에 기여하는 것이 곧 비즈니스 성공과 연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HP의 글로벌시티즌십 전략은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비즈니스와 사회책임활동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전략적 CSR의 형태를 띠면서, 거버넌스, 환경, 사회라는 큰 카테고리 아래 공급체인 상의 환경 효율을 극대화하고, 제품 수명 주기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등 전사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회혁신 분야이다. HP는 지속가능성 및 사회혁신팀(Sustainability and Social Innovation)을 운영하고 있으며, IT 기술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 미래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것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HP는 교육, 기업가정신, 의료, 환경, 지역사회를 핵심 분야로 설정하고 다양한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정부, NGO 등 여러 조직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이다.  

사회혁신을 넘어 비즈니스로 : GPAS(HP Global Product Authentication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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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회혁신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자 하는 HP의 노력이 돋보였던 서비스 중 하나가 바로 2010년 시행되었던 모조 의약품 인증 서비스이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만 명이 모조 의약품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는 등 모조 의약품 사용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었고, 제약회사도 금전적 피해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고객신뢰도가 훼손당하는 등 사회와 기업 양쪽에서 니즈가 존재하였다. 이에 HP는 글로벌시티즌십 전략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에서의 높은 모바일 보급률과 자사의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활용하여 모바일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의약품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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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MPedigree와 개발한 모바일 모조 의약품 인증서비스

 

HP는 이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사회적기업 MPedigree와 기술력 및 아프리카 현지 시장 정보를 공유하며 서비스를 개발하였다. 이에 기존의 MPedigree의 모조 의약품 인증 서비스에 속도와 편리성을 향상시킨 클라우드 기반 제품 추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서비스의 원리는 간단하다. 제약회사는 HP와 MPedigree의 협력으로 생성한 보안코드를 제품 포장지에 인쇄한다. 최종소비자가 휴대폰으로 해당 보안코드를 전송하면 보안코드 DB가 저장된 HP 클라우드에서 대조작업을 거쳐 고객에게 다시 그 결과를 전송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고객은 구매단계에서 제품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고, 모조 의약품을 구매하여 돈을 버리거나, 건강을 해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작년 초 GPAS(HP Global Product Authentication Service)라는 이름으로 정식 론칭되었다. GPAS는 기존에 모조 의약품 인증 서비스에서의 경험과 HP의 클라우드 컴퓨팅 및 암호화 기술을 활용하여 화장품, 자동차 부품, 장난감, 전자 부품, 심지어 뮤지컬이나 스포츠 티켓과 같은 모조 제품이 횡행하고 있는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기반 고객 보호 솔루션’이다. 서비스 운영방식은 모조 의약품 인증 서비스와 비슷하다. 다만 QR코드로 인식이 가능한 점 등 대상 고객층의 확대에 따라 향상된 환경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포털을 통해 고객들이 전송해준 정보를 토대로 브랜드 매니저가 모조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와 패턴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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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GPAS를 통 해 개발된 라벨을 QR코드로 인식하는 모습

 

GPAS는 2013년 초 세계적인 보안 솔루션 및 프린팅, 소프트웨어를 제작, 판매하는 Brady Corporation가 첫 번째 공식 판매대행업체로 협력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Brady Corp는 HP가 생성한 코드를 클라우드 포털을 통해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고, 이 코드를 적용한 라벨을 제작해 고객 상품에 부착한다. Brady Corp는 HP의 잉크젯 및 프린팅 솔루션의 제품 라벨을 생산하는 파트너이기도 한데, 이번 협력으로 GPAS를 통해 제작된 라벨을 HP 제품에도 부착하여 자사 제품의 보안에도 톡톡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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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HP의 글로벌시티즌십전략은 공유가치 창출 전략 차원에서도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먼저, HP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회 혁신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HP의 제품 및 서비스는 이익 창출과 더불어 사회 혁신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접근은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공유가치 창출의 하나의 방법으로 언급되었던 ‘상품과 서비스를 재인식하는 것’과 접근방식이 일치한다. 따라서 HP의 지속가능성 및 사회혁신팀의 사회혁신 프로그램들은 HP의 제품 및 서비스가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과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업의 핵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문제란 곧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국제상업회의소 위조상품정보국에 따르면, 위조 산업은 전 세계 거래의 연간 약 6,000억 달러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이러한 위조상품으로 인해 고객들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보고 있으며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HP의 클라우드 기술과 보안암호 생성기술은 규모와 문제 해결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HP의 GPAS가 향 후 비즈니스와 사회에 창출할 임팩트는 기대해볼 만하다.

기업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GPAS는 HP가 서비스 제공자이면서 고객이기도 하다. HP 역시 모조품으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던 피해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HP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과거 4년 동안 약 900만 개가 넘는 모조품을 적발했다고 한다. GPAS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업 운영상의 리스크를 줄이는데 기여함으로써 제품 및 브랜드 신뢰도 상승, 자사 모조품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감소 등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HP의 다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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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와 사회혁신에 대한 접근방식과 통합 전략,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 혁신 프로그램 덕분에 HP는 공유가치 창출의 기회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일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PAS가 론칭하고 채 1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서비스가 모범적인 CSV 사례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따라서 충분한 사회, 경제적 성과 평가를 통해 실제로 해당 서비스가 공유가치를 창출했는지, 창출했다면 얼마만큼 효과적이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편 HP는 글로벌시티즌쉽전략을 점검하고 재정비하기 위해 2012년 CSR 전략 컨설팅 기관 BSR과 함께 중요도 평가를 실시하였다. 내부이해관계자 및 임원진 인터뷰와 면담 및 워크숍, 650명에 이르는 HP 직원들과 230명 이상의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정량적 조사를 통해 핵심 과제를 도출해냈다. 여기에는 ‘기술접근성 및 제품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하여 사회적, 경제적 가치 창출의 기회를 찾는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었는데, 이러한 피드백 내용을 통해 HP는 앞으로도 다양한 공유가치창출 전략을 구사해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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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비는 없어도 밤하늘 별보기를 좋아하는 낭만주의자. 비즈니스의 혁신성과 사람들의 도덕감정이 만나는 지점이 임팩트 비즈니스라고 믿으며, 그 가치를 더하는 일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중한 편이지만 도전과 변화를 피하지 않는다. sugyeong@impactsqu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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