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케이스.07_협력을 통한 공유가치의 창출 – Vodafone의 M-PESA 사례 알아보기]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 해당 기업이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발견하는 데서부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설계하는 데까지만 하더라도 임원급 이상 리더들의 강력한 의지와 내부 부서의 협력을 통한 전사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이 좋아 사회 문제를 정의하고 일말의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는 데에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한정된 내부자원, 실패 가능성에 따르는 재무적, 비재무적 위험 등의 이유로 여전히 실행에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유가치전략을 실행하는 초기부터 정부, 비영리 기관 및 여타 다른 기관으로부터 협력을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보다폰의 M-PESA 역시 정부 지원으로 사업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눈부신 성공 이후에도 공유가치를 더욱 확대해나가는 데에도 다양한 조직과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번 편에서는 공유가치창출 전략의 실행에서 정부 및 외부 기관과의 협력이 가지는 시너지효과의 관점에서 M-PESA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M-PESA, 보다폰 CSV전략의 마일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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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폰은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이동통신 기업이다. 1984년 설립되어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는 전 세계 31개국에서 4억 400만명의 고객들에게 이동통신 및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약 91,0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보다폰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오래전부터 미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이머징마켓으로 진출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현재 고객의 68%와 매출의 약 3분의 1이 이머징마켓에 위치, 발생하고 있을 만큼 성공적인 진출을 이루어냈다. M-PESA는 이처럼 보다폰의 이머징마켓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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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SA의 에이전트로 등록된 상점의 이미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인 M-PESA의 구조는 간단하다. 전국에 위치한 공식 M-PESA 에이전트로 등록된 소매상점이나 휴대폰 매장에서 서비스를 신청한다. 가입 시 부여 받은 PIN번호를 입력하여 송금하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게 확인 SMS가 전송된다. 송금 받은 사람은 근처의 M-PESA에이전트에 가서 해당 금액을 출금할 수 있다. 이때, 받는 사람은 M-PESA 가입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M-PESA 가입신청은 무료이며, 이윤은 송금액 기준으로 책정되는 거래수수료에서 발생한다.

M-PESA는 편리성뿐만 아니라 은행계좌가 없어 송금에 어려움을 겪던 케냐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도입 초기부터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07년 도입 이후 성장을 거듭해 케냐 내에서만 약 78,000개의 공식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2013년 9월 현재 M-PESA를 통해 거래되었던 누적금액은 약 8억 5천만 달러에 달한다. 또 보다폰의 케냐 합작회사인 사파리콤에 따르면 케냐 GDP의 약 43%에 해당하는 규모의 돈이 M-PESA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하니, 간단한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케냐 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M-PESA가 보다폰의 이윤 창출에 기여한 바도 크다. 보다폰이 40% 지분을 보유한 케냐의 사파리콤의 전체 매출 중 18%가 M-PESA로부터 창출되며, 2013년 상반기 가입 고객은 작년 대비 19% 증가한 약 1,820만명으로 케냐 전체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탄자니아의 보다콤의 경우 매출의 14%가 M-PESA로부터 창출된다. 현재 M-PESA와 같은 보다폰의 현금 송금 서비스는 최근 론칭한 인도, 콩고 공화국을 포함하여 케냐, 아프가니스탄 등 약 8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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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렇게 눈부신 성과로 인정받는 M-PESA 서비스 역시 그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보다폰의 CSR 담당자였던 Nick Hughes는 현 M-PESA 서비스의 초기모델이었던 모바일기술을 활용한 마이크로파이낸스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3년 지속가능발전에 관련한 국제포럼에서 영국의 국제개발부 관계자와 만나, 기업 내에서 새로운 CSR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기업 내부에서 사업별 예산을 분배할 때에는 주주의 이익에 기여하는 사업에 초점을 두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장기적 측면에서 이익을 인식하고 있어도 CSR 사업은 우선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 만남을 계기로 영국정부의 국제개발부(DfID,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2000년 Financial Deepening Challenge Fund(FDCF)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도상국 내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에 대해 약 1,500만 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Nick은 이 펀드가 기업 내부의 예산유치 경쟁을 피하고, 향 후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 후 펀드의 경쟁입찰에 뛰어든 그는 100만 달러의 초기 자금 유치에 성공했고, 덕분에 M-PESA의 파일럿 프로그램 실행 및 연구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가 M-PESA 서비스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내부자원조달에는 한계가 분명했고 이런 면에서 볼 때 영국 국제개발부의 FDCF는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투자자들은 항상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그 비즈니스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규모는 2012년 약 80억 달러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지속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사 안팎에서 이러한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면, 내부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공유가치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단 초기 투자자금을 조달하여 모델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나면 내부적으로도 한층 수월하게 자원을 조달할 수 있고 경영진의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화하는 M-P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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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송금서비스로 시작한 M-PESA는 상품결제, 월급지급과 같은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서비스로의 확대는 물론이고, 보다폰의 미래 산업 영역인 농업, 교육, 금융, 건강, 저탄소 및 스마트 워킹 등 6개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과 협력을 이끌어내며 공유가치의 스케일업(scale-up)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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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ESA의 대형광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2012년 론칭한 엠-스와리(M-Shwari)이다. M-PESA 서비스의 성공을 이끌었던 사파리콤과 아프리카상업은행과의 협력으로 내놓은 서비스로, 소규모 대출 및 저축을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파일럿프로그램 진행 당시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시행되지 못했던 M-PESA의 초기모델을 개선된 경제환경에 발판 삼아 새롭게 론칭한 것이다. 엠-스와리는 적금액 1케냐실링 당 1.22달러에 해당하는 100케냐실링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이자 수입 창출뿐만 아니라 소액대출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 3월 현재 케냐에서는 120만 명의 고객들이 활발하게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NGO의 지원금 송금 수단으로 M-PESA를 채택한 것 역시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탄자니아의 외딴 지역에 사는 여성 중에서는 병원에 올 교통비가 없어서 간단한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The Comprehensive Community Based Rehabilitation hospital in Tanzania (CCBRT)는 M-PESA를 통해 여성들에게 교통지원금을 지급하였고, 이 덕분에 수술받은 여성의 수가 2009년 M-PESA 도입 이전 168명에서 도입 이후 2011년에는 338명으로 증가하여 더 많은 여성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전기공급회사 M-COPA의 태양에너지 홈 라이트닝(lighting) 키트의 대금결제수단으로 M-PESA를 채택해 에너지 접근성을 향상하거나, 정부의 행정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벌금납부서비스, 흉작에 대비하는 농부들을 위한 보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협력으로 확장되는 공유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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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다폰의 M-PESA 사례가 가진 시사점은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들 속에서 공유가치창출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FDCF는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조성된 펀드였고, 또 M-PESA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였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서로 다른 조직이 적절히 만나 공유가치가 창출된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협력에 의한 공유가치 창출전략은 확장성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이 탄자니아 여성의 건강을 증진하고, 에너지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예이다. 만약 M-PESA를 단순히 거래대금 결제수단으로만 여겼더라면 이런 기회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해당 기업의 공유가치창출모델을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지속해서 발전시켜나간다면 사회적, 경제적 임팩트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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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비는 없어도 밤하늘 별보기를 좋아하는 낭만주의자. 비즈니스의 혁신성과 사람들의 도덕감정이 만나는 지점이 임팩트 비즈니스라고 믿으며, 그 가치를 더하는 일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중한 편이지만 도전과 변화를 피하지 않는다. sugyeong@impactsqu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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