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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MYSC 이사, jtkim@mysc.co.kr

김정태는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MYSC의 이사이며 "소외된 90%와 함께하는 디자인" 등을 기획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크리에이티브랩 커뮤니티 크리에이터 교육과정의 기획을 도왔고, 디자인씽킹, 시나리오 플래닝, 적정기술 등을 통한 사회혁신 아이템 발굴을 돕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의 전문멘토로서 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책의 발굴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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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향후 5년간 최대 10조 원의 기금을 확보해 ‘도시재생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심 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사회 구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접근이다. 이에 앞서 2012년에는 세계 최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매년 선발하는 테드프라이즈(TED Prize)의 수상자로 ‘도시 2.0’이 선정되었다. 그동안 개인이 선정되는 관행에서 벗어나 이례적으로 아이디어 자체가 선정되었는데 TED 측은 그 이유를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 기회인 도시의 미래는 너무나 중요한 이슈이기에 어떤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전 세계 인구가 이미 35억 명을 넘으며 농촌 등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를 압도하면서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의미와 기회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2050년경에는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인’이란 표현 대신 ‘도시인’, ‘지구촌’ 대신 ‘도시촌’이란 개념으로의 전환을 앞둔 지금은 바야흐로 ‘도시의 시대’라 할 만하다. 이 글에서는 국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도시의 미래와 도시에 필요한 사회혁신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도시, 희망차거나 암울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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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대’는 관점에 따라 인류 사회의 승리 또는 실패라는 관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도시의 승리’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옹호론자는 하버드대학교 도시경제학과의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이다. 자신의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그는 도시가 사람들을 빈곤층과 소외 계층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설명한다. 도시 외의 지역이 제공하지 못하는 도시 내의 교육, 보건, 복지, 일자리 등의 기회야말로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역사적으로 오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중세 시대에도 ‘도시의 공기는 곧 자유의 공기’라는 개념을 통해 봉건 영주의 지배를 벗어나 자유인의 신분을 획득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도시로 몰려들기도 했다. 과연 오늘날에도 도시의 공기는 자유의 공기일까?

이에 대해 ‘도시의 시대’를 승리가 아닌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실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슬럼, 지구를 뒤엎다»를 쓴 캘리포니아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대표적이다. 역사적으로 도시 경제의 규모와 도시 인구의 규모 등을 추적한 그는 “과잉 도시화의 추동력은 빈곤 재생산이지 일자리 공급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과거 한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오히려 ‘도시의 갱년기’로서 신자유주의와 지역 경제의 붕괴로 어쩔 수 없는 ‘도시로의 난민’이 증가한 것을 ‘도시의 승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도시가 제공하는 기회라는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에 비례해 짙어지는 그늘이 있다고 주장하는 그는 전 세계 도시인구의 1/3인 12억 명이 거주하는 슬럼이 바로 도시의 처참한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시의 시대는 과연 희망찬 미래를 가리키는 것일까 아니면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전조인가? 희망과 절망의 이야기를 모두 포함하는, 갈림길에 선 도시의 시대에 긍정적인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사회 혁신이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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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불렸던 콜롬비아 메데인(Medellin)의 슬럼지역. 재개발 대신 '케이블카'로 도심과의 연결성을 강화하여 성공적인 슬럼 재생화를 진행.

 

관점의 전환: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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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관점이 바로 재개발(redevelopment)을 넘어선 재생(revit-alization)이란 개념이다. 과거 서울에서 벌어졌던 용산참사 사건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 재개발의 관점은 ‘신축하지 않으면 퇴락한다’는 일방적인 논리이다. 섬세하게 계획되지 않는 재개발은 재개발 대상지와 기존의 거주민, 그리고 그곳에 쌓여왔지만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 자본 및 오랜 세월 형성된 커뮤니티 등의 가치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 삶의 공간을 건물의 장소로만 이해하면 모든 구식 건물이나 세련되지 못한 문화 시설은 마치 생명을 다한 시체와 같이 처분되어야 할 대상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원래 재개발의 ‘개발(develop)’이란 단어는 자동사였다. 나무와 식물과 같은 유기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을 의미했던 ‘개발’은 1947년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포인트 포(Point Four) 원조프로그램’을 통해 인위적 성장이 가능한 타동사의 개념으로 확장되어 사용되었다. 세계 전쟁을 통해 폐허가 된 도심의 주거지역과 공장지대를 새롭게 재건하던 당시의 접근이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재개발’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현대사회에 남아있다. 자연스러운 성장 또는 인위적인 부양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이와 달리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재생(revitalization)은 기본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생명력의 활력을 목표로 하는 접근이다. 시설의 낙후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엔 일단 사회자본과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기존의 활력(vital) 징후를 어떻게 재생(re-vital)할지에 집중하는 관점이다. 일본의 커뮤니티 재생 전문가인 야마카지 료는 최근 한국어로도 번역된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멈추자 사람이 보였다”며 “좋은 장소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과 생활이 쌓여 형성된다. 그래서 공간을 디자인하려면 사람과 그 생활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무엇을 만들겠다’는 ‘개발’의 접근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생활의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쇠락했던 섬의 마을이 변하고 주민조차 포기했던 시골 마을이 미래 지향적 활력으로 넘치게 된 이야기가 실제 사례로 제시된다.

한국의 도시재생 사업의 최고 사례로는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 손꼽힌다. 부산의 산복도로를 끼고 형성된 감천2동은 인구가 급감하고 빈집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달동네’였다. 하지만 2009년 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 지원을 통해 달동네가 가진 숨겨진 경관의 재해석과 문화와의 접목이 시작된다. 동네 곳곳의 빈집은 ‘빛의 집’, ‘평화의 집’, ‘하늘마루’ 등 카페와 갤러리로 개조되었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늘어선 집들은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재단장되었다. 그 결과 관광객이 전혀 찾지 않았던 이곳은 지난 2012년 만 명에 불과한 동네인구의 10배인 10만 명의 내외국인이 방문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늘어나는 빈집이 오히려 갤러리나 공방과 같은 문화시설이 쉽게 들어설 수 있는 배경이 되었고, 완만한 달동네의 특성은 다른 지역은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풍경 자산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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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리우데자네리우르이 슬럼 지역에 설치된 작품, '여성들은 영웅이다'. 달동네의 숨겨진 자산인 경관과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목한, 세계적인 도심 재생의 사례.

 

도시재생을 위한 첫걸음은 재발견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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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C가 번역 출간한 «소외된 90%와 함께 하는 디자인: 도시편»에도 전 세계적으로 60개의 재생 관점의 도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이러한 사례의 공통점은 도시재생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가 바로 재발견(rediscovery)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데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마다 문화와 관계망을 통해 특정한 사회자본이 형성되게 된다. 이러한 사회자본은 해당 지역의 특수한 경관이나 지리적 위치와 연결되면서 독특한 ‘커뮤니티 자산’을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커뮤니티 자산이 무엇인지를 재발견할 때 과연 무엇이 재생되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어떠한 외부 요소의 개입이 요구되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런 배경에서 MYSC가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저층 주거지 및 골목길 가치 확산 툴킷’은 서울시의 실핏줄이라 불리는 골목의 다양한 ‘커뮤니티 자산’을 재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재발견은 복잡한 이해관계망에서 공통적인 이해요소를 추출하고, 서로의 차이가 아닌 상호 유익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게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서울시 산하 서울크리에이티브랩(Seoul Creative Lab)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한 프로젝트팀을 컨설팅해준 적이 있다. 이들은 재개발이 추진되는 서울의 한 마을에서 찬성과 반대로 나뉜 마을 주민에게 ‘도시 재생’의 필요성을 알리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시 재생의 관점을 갖기에 앞서, 모든 이해 관계자가 동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자산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먼저 수행하는 것이 아닐까? 재개발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지역 주민이 가진 필요와 욕망을 먼저 이해하고, 현장에 어떠한 삶과 사회 자본이 형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할 때 도시 재생의 가능성이 보일 수 있다.

도시의 시대에 필요한 사회 혁신이란 따라서 도시의 다양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지역마다 존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재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에게 이러한 사회 혁신은 어렵기도 하지만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어려울 수 있는 이유는 그동안 전문가의 시각에서 ‘타동사로서 개발’을 추진했던 뿌리 깊은 관행은 재발견이란 과정에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쉬울 수 있다는 희망은 ‘자동사로서 유기적인 성장’이야 말로 우리 개개인이 순간순간 체험하는 현실임과 동시에 서로의 필요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에는 큰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온다. 듣고자 하는 귀와 보고자 하는 눈이 있다면, 도시의 시대에 필요한 사회 혁신을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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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서울의 저층 주거지 및 골목길의 가치 확산과 재발견을 위해 진행 중인 '골목길 툴킷'을 위해 확보한 다양한 사진 중 일부. 일상적인 거리의 정보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필요와 욕망을 간접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출처 : MY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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