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s type=”horizontal”] [tabs_head] [tab_title] 기고자 프로필 [/tab_title] [/tabs_head] [tab]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urbanecon@gmail.com

김경민 교수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졸업 후, UC버클리에서 정보통신 석사 학위를 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09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도시공간구조가 오피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보스턴 소재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Property & Portfolio Research(PPR)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및 리테일상업용 부동산 분석 모형 개발과 컨설팅을 담당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 전공교수로 재직하며 도시 개발과 부동산 금융 그리고 Urban Computing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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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tip text=”우리나라의 커뮤니티 개발 현황” gravity=”n”] 제1장과 제2장은 “도시개발, 길을 잃다”(김경민 저)의 일부 내용을 요약 발췌한 것이다. [/tool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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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커뮤니티 개발은 지금까지 대부분 물리적인 개발에 치중하여 진행되었다. 이 중 강북 지역의 주거 환경이 강남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에서 출발한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사업은 우리에게도 그 이름이 낯설지 않은 사업이다. 그러나 ‘강북에 고품격 주거 환경과 교육여건을 조성하여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뉴타운 개발은 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수많은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뉴타운 개발이 과거와 보이는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뉴타운개발의 지리적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뉴타운 구역 내에는 여러 개의 재개발 정비구역이 존재하는데, 일례로 길음 뉴타운 내부에는 길음 1~9지구, 역세권 지구 등 내부에 10개 이상의 지구가 존재한다. 정비구역을 묶어서 하나의 뉴타운을 만든 이유는 개별 지구에 따라 정비 구역별 사업을 하는 경우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난개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tooltip text=”뉴타운” gravity=”n”] 서울시 도시계획 용어집 “뉴타운” [/tooltip]은 가급적 큰 지역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개발을 하려는 것이다.

뉴타운 정책의 출발은 일면 괜찮아 보였으나, 실제 개발이 시작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이는 뉴타운 사업이 대규모 전면 철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인데, 뉴타운으로 지정된 구역 안에는 낙후되지 않은 지역조차 편의상 뉴타운에 포함된 경우가 있어 개발 반대에 직면한 곳이 상당수였던 것이다. 또한, 시장과 같이 상권이 형성된 지역 상인들의 반발, 그리고 저소득 세입자뿐 아니라, 저소득 집주인마저도 철거 후 세입자가 내몰릴 가능성으로 인한 반발 등 무수한 반대에 직면하였고 이는 많은 뉴타운 사업을 멈춰서게 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서울시는 현재 뉴타운 사업 이외에도 수많은 주택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기존의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개개 아파트)을 건설하는 방식의 사업이기 때문에 이들 사업들은 본질적으로 매우 유사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 

국내 커뮤니티 개발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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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발들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크게 1) 추상적인 목표에 함몰된 계획, 2) 커뮤니티의 붕괴, 3) 철거된 주택의 수보다 적은 신규 공급으로 인한 저소득층 전세난, 4) 디벨로퍼(developer)가 없는 개발로 인한 시공비용의 지속적인 증가이다. 일반적으로 개발시행자란 이름으로 알려진 디벨로퍼는 특정 부지나 건물 등을 둘러싼 다양한 측면의 환경·사회·구조적 특성을 파악하고,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이 부동산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전문가라고 설명할 수 있다. 강북에 고품격 주거환경을 조성하여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자는 이 당위성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 해당 지역의 기존 거주 주민들을 재교육시키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며, 그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구체적 계획이 수반된다면 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뉴타운 사업에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문 역량과 장기적 안목을 갖춘 디벨로퍼가 부재하고 있다.

뉴타운 계획의 지역격차해소는 구체적이고 실질적 계획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 주민들을 중산층 주민으로 바꿔치기한 것에 불과하다. 서울시 2007년 자료에 의하면 뉴타운 재정착률은 17.1퍼센트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난다. [tooltip text=”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gravity=”n”] 2009년 1월 15일, 서울특별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 “서울시 주거환경 개선정책 종합점검 및 보완발전 방안” [/tooltip], 2006~2010년 사이 철거된 주택과 신규 공급 주택 수를 비교하면 철거된 수가 13만 채, 신규 공급이 6만 9천 여채에 불과함을 볼 수 있다.3 철거된 주택 대비 공급이 50% 정도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신규 공급된 주택마저도 기존보다 평형이 큰 중산층용 아파트가 많다는 사실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수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당연히 저소득층 주거 불안을 가져왔고, 심각한 저소득층 주택 임대가격(전세) 상승을 불러왔다. 즉, 저소득층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중산층 타운이 조성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 격차 해소’라는 정책 목표는 기존 주민들의 소득 증가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신, 저소득층 주민들을 중산층으로 바꿔치기함으로써 격차를 줄이는 양상으로 나타났거나 혹은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17.1%의 낮은 재정착률은 반대로 보면 무려 82.9%의 주민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세입자뿐 아니라, 집주인 그리고 커뮤니티 중심역할을 하는 교회 등의 종교 시설마저도 해당 지역을 떠난 경우가 다반사로 이는 종국적으로 기존 커뮤니티의 붕괴를 가져왔다. 

위에 언급된 문제점들은 뉴타운 과정상 나타난 부정적인 외부효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외부효과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발 사업에 있어 커뮤니티의 질적 발전이라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기관, 즉 공공 디벨로퍼의 역할을 맡는 기관이 뉴타운 계획 및 개발과정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볼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공공 디벨로퍼와 더불어 민간 디벨로퍼도 존재하지 않는다. 민간 디벨로퍼는 자신의 투자(비용) 대비 수익(건물 매각 수익 또는 임대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람들이다. 디벨로퍼에게 비용은 토지 매입비 또는 건설 비용인데, 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건설업체를 끊임없이 감시 감독한다.

이러한 정의를 따른다면, 한국의 대형 민간 건설회사 대다수는 진정한 디벨로퍼라 할 수 없다. 많은 인터뷰와 사업진행방식을 통해 나타난 진실은 이들이 사업을 진행할 때 일반적인 민간 디벨로퍼와는 반대로 오히려 건설 비용 증가에 혈안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제대로 된 민간 디벨로퍼라면 건설 비용을 최소화하여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디벨로퍼의 역할을 포기하고 오히려 건설 비용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개발을 주도하는 건설업체들의 비용을 관리감독할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시 정부는 인허가권자 역할에만 충실할 뿐, 지역 커뮤니티의 이익을 담보하는 데 필요한 직접적인 사업 개입은 오히려 꺼리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공공 관리자제도를 시행하여 공공성을 높이려고 하여도 아직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더해 실제로 디벨로퍼의 역할을 해야 할 조합은 부동산 개발에 대한 전문성이 없기에 건설업체의 요구에 끌려다닐 뿐이다. 따라서 재개발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공공성도 미약할 뿐 아니라, 사업성마저도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 구조하에 민간 건설업체의 이익에 충실한 구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와는 많이 대비된다. 만약 사업이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관련된 경우라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당연히 공공 디벨로퍼(시 정부 산하 재개발청)가 개입하여 민간 디벨로퍼들이 제대로 개발을 수행하는지를 감시, 감독한다. 또한, 민간 디벨로퍼 관점에서 수익성이 낮아 개발을 꺼리는 지역에 대해서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그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라는 비영리 민간 디벨로퍼 조직이 함께 개발을 관리 감독하기도 한다. 공공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여러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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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미국의 재개발 참여 주체 간 관계 (좌) vs 한국의 재개발 참여 주체 간 관계 (우)

 

미국에서의 커뮤니티 개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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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화의 역사가 우리보다 긴 미국 역시 도심 쇠퇴의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점에 대한 인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시 재개발의 역사 또한 간직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도시 또는 주택 재개발 시 그들이 내세우는 재개발 정책의 목표를 들여다보면 시사점이 많은데, 비록 역사적, 문화적 바탕은 다르지만 그들의 도시 철학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은 우리에게 가이드라인이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과거 미국 정부도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단순 임대 아파트 공급 위주의 정책을 우선시하여 저소득층 임대 아파트를 많이 건설한 후 저소득층 주민을 입주시켰다. 하지만 이 지역이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 되면서 슬럼화의 길을 걷게 되었고, 범죄율 증가, 청소년층의 중고등학교 중퇴, 대학 입학률 하락,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없는 현실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도시 주택 프로젝트인 프루이트 아이고(Pruitt-Igoe)이다. 미주리 주의 세인트루이스시에 건설된 프루이트 아이고는 중산층이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며 남은 거주민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소득층에 의해 도시 중심부가 공동화, 슬럼화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된 프로젝트였다. 1956년 당시 최고의 아파트라는 찬사를 들으며 문을 열었으나 빠른 속도로 낙후되어 1960년대 말에는 빈곤, 범죄 그리고 격리(segregation)의 온상이 되었고, 결국 1972년 33개의 건물들은 전국에 생중계되며 폭파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재개발(urban renewal)과 공공 정책 실패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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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프루이트 아이고 주택 프로젝트의 시작과 결말까지 그 뒤에 숨은 어두운 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프루이트 아이고(The Pruitt Igoe Myth (2011)> (출처 : pruitt-igoe.com)

 

미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지역적으로 분리하는 프로젝트 위주의 정책 대신,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어울려 사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택 재개발, 특히 저소득층 주택의 큰 흐름은 공급 위주의 정책을 수요 위주의 정책, 다시 말해 저소득층 주민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정부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 등의 비영리 민간 개발업자를 통해 개발하는 등 간접 투자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된 주요 정책으로는 바우처 제도와 HOPE VI를 들 수 있는데, 바우처 제도는 저소득층에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보조하여 그들이 살고 싶은 지역에서 살게 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 주택도시개발부(Dep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예산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HOPE VI 역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함께 사는 동네를 만드는 제도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함께 사는 저층 타운하우스 지역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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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Pruitt-Igoe Project의 조감도와 붕괴장면

 

공공성을 보장하는 민간 디벨로퍼, 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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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C(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는 지역 커뮤니티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주체로 미국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되어 있다. 지역의 리더들에 의해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인데, 직업 훈련과 알선,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운영, 노약자 보조 활동, 세입자 권리 보호 활동과 지역 주민 연대 지원, 주택 소유 방법 홍보 등 저소득층 생활 전반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 중 핵심 사업은 저소득층 주거개발이다. 미국 전역에는 4,600개의 CDC가 있어서 130만여 호의 주거시설을 개발 또는 보전하며 지역 개발의 원동력 역할을 맡아왔다. 이 단체들은 민간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려하는 개발이 뒤처진 지역에 주거 단지를 개발해서 활기를 불어넣거나, 과도한 개발 탓에 주거 비용이 높아진 지역에는 저소득층 주거지를 개발하여 지역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한다. 또한, 정부 기관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여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정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소득층 주택 개발 자금의 많은 부분은 여전히 정부의 공적 보조금(public subsidy)으로 마련된다. 즉 정부가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제안요청서(RFP)에 제안 기준을 설정하는데, 설정 기준에 따라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의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따라서 CDC는 정부가 원하는 양질의 주거를 계획해야 필요한 사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주택 프로젝트의 개발 방향이 정부의 주택 개발 정책과 부합하면서 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정부는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방향대로 개발을 유도할 수 있고, 실제 개발 사업의 계획, 실행, 운영은 CDC 등의 민간 회사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 가능하다. 

CDC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있는데, LIHTC(Low Income Housing Tax Credit)와 같은 새로운 정책은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발전되어 월 스트리트의 투자 은행이 저소득층 주택 건설에 직접 투자를 하게 되었고, CDC 등 비영리 주택 개발 회사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LIHTC를 간략히 설명하면, 기본적으로 감세가 아닌 세금 혜택(tax credit)에 기반을 둔다. 즉, 저소득층 주거건설비용의 일정 비율에 대한 세금 혜택 크레딧을 민간 개발업자에게 주는 것이다. 그런데 CDC와 같이 이미 세금을 내지 않는 비영리 기관은 이 크레딧을 받아도 사용할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크레딧을 거래하는 방법이 생겨났는데 이는 백화점 상품권과 같이 다른 조직들(특히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에게 1달러 가치를 갖는 크레딧을 80센트 등의 할인된 금액으로 파는 것이다. 마치 십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 시중에서 9만 원에 거래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의 입장에서는 1달러의 세금을 80센트만 낼 수 있는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면서 금융회사와 CDC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편 CDC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은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주택 재개발 여부를 결정할 때 그 지역이 확실히 쇠퇴한 지역이며 주택이 물리적 여건이 굉장히 노후한가를 두고 판단한다. 예시로 들 수 있는 CDBG(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와 같이 미국 중앙정부가 도시 재생사업을 위해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그 기준은 매우 명확하다. 인구 증가율, 빈곤율, 주택의 과밀도, 주택의 노후도 등 여러 지표를 해당 도시와 그 도시가 위치한 대도시의 상황과 비교하여 쇠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도시의 경제력과 주택의 물리적 노후도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와 같이 양호한 지역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곳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개발 사업을 지양한다.

CDC와 함께한 성공적인 지역 개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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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Cypress Hills Child Care Center의 로고

 

뉴욕 동부의 사이프러스 힐즈(Cypress Hills) 지역에 위치한 CDC인 CHLDC(Cypress Hills Local Development Corporation)는 지역의 거주자와 상인이 설립한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비영리기구로 1983년에 설립되었다. CHLDC는 다양한 커뮤니티 서비스와 지역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8,000여 명 이상의 지역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주택 보전, 경제 개발, 청소년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개발 등을 통해 사이프러스 힐즈 지역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CHLDC의 조직체계는 의장, 부의장, 회계 총괄, 비서관 및 9명의 임원진이 포함된 이사회와 실행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무 조직은 경영, 행정, 프로그램, 회계, 개발계획, 주택 카운셀링, 커뮤니티 구성, 경제개발, 청소년 및 가족 서비스, 경력 및 교육 프로그램, 보육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각 하부 조직은 고유의 업무를 통해 지역민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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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사이프러스 힐즈 센터의 아이들 (출처 : cypresshills.org)

 

CHLDC의 주요 프로그램은 유소년 및 가족 서비스(Youth and Human Services), 주택 개발 및 카운셀링(Housing Development and Counseling), 경제 개발 및 커뮤니티 조직 구성(Economic Development and Community Organizing)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명한 운영 정보 제공이라는 원칙에 따라 공개되어 있는 회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전체 프로그램에 지출된 비용은 8백 30만 달러에 이른다. 

세 개의 주요 부문 내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제공되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소년 및 가족 서비스로 2011년 해당 분야에 지출된 비용이 $4,605,140으로 총지출의 절반을 넘는다. 직업 및 교육 개발(Career and Educational Development) 프로그램은 청소년이 성공적으로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17~24세를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의 젊은이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타국에서 온 지역 주민들에게 영어 교육을 지원하여 이들의 적응을 돕기도 한다. 

CHLDC의 산하 조직인 CHCC(Cypress Hills Child Care Corporation)는 지역 주민을 위한 보육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저소득층의 자녀를 위한 보육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보육 비즈니스를 창업하고 싶은 지역 주민에게 창업을 위한 기술 지원을 한다. 이를 통해 현재 45명의 보육 서비스 제공자가 총 350명에 가까운 영유아에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민간 차원에서 지역의 보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CHCCC의 유소년 및 가족 서비스 프로그램은 어린이 대상의 방과 후 교육과 성인 대상의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이프러스 힐즈 커뮤니티 학교(Cypress Hills Community School)는 CHLDC, 뉴욕시 교육팀, 지역의 활동적인 학부모 모임에 의해 1997년 설립되었다. CHLDC는 이 학교의 스폰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로, CHLDC는 주거 복지, 주택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 개발(Community Development) 프로그램은 유휴지 또는 원활히 이용되지 않는 토지 및 건물을 활용하여 저소득층 주택시설(affordable housing) 및 커뮤니티 시설을 건설하여, CHLDC가 직접 디벨로퍼가 되어 개발 또는 기존 건물을 보수하여 지역 주민의 자가소유를 돕고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아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대안학교를 건설하기도 하며, 건물 소유주가 보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장치를 설치하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지역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우징 카운셀링 프로그램은 예비 주택 구입자와 세입자를 대상으로 하여 자가 소유 방법과 주의점, 정부의 정책적 지원, 주택 모기지 등을 교육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제 개발(Economic Development) 프로그램은 공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층에게 정확한 지원 정보를 제공하고, 소상공인에게 기술 지원 및 상인연합을 조직하도록 도와 지역 경제의 침체를 방지한다. 커뮤니티 조직(Community Organizing) 프로그램은 지역 거주민, 주택 소유주, 지역 리더 등이 지역의 발전과 치안 등을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그룹을 만들도록 지원하며, 해당 커뮤니티 그룹은 지역의 경제적 지속성, 좋은 교육적 환경을 커뮤니티, 건강하고 행복한 사이프러스 힐즈가 되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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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사이프러스 힐즈 센터의 선생님과 아이들 (출처 : cypresshills.org)

 

이상과 같이 CHLDC은 지역 활성화와 함께 비영리조직으로서 지역의 공적인 역할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공공 서비스의 역할을 맡는 비영리 조직이기에 이윤 창출이 힘들고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외부 지원인 정부 지원금과 기부금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지만, CHLDC와 같은 비영리 민간 개발업자(CDC)의 역할이 중요한 근거는 지역민과 가장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조직으로서 정부 지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시 정부와 지역민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데서 온다. 또한,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경제의 지속성에도 큰 기여를 한다. 

우리나라에의 적용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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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뉴타운 개발은 어찌 보면 외형적 모습을 바꾸는데 치중하였고,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 기존 커뮤니티를 붕괴시켰다. 사실 이러한 대규모 철거 후 재개발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60년대 7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도 나타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쩌면 거대한 전환선 상에 놓여있는지 모른다.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 경험을 교훈 삼아 더 이상 외형적 모습을 바꾸는 전략으로 기존 커뮤니티에 타격을 입히는 대신, 기존 커뮤니티를 보전하면서 그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상황을 향상시키는 전략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행히 현재 많은 정치인들 및 행정인들이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략에 공감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어쩌면 서울시의 마을만들기와 같은 정책은 미국 CDC가 하는 일들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가 고민할 점들은 어떻게 하면 CDC와 같은 형태의 기관들이 나타나 활동하면서 실질적으로 커뮤니티를 변화시키느냐이다. 어찌 보면 이는 매우 지난한 일일 수 있다. 미국에서 CDC와 같은 조직들이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역사와 교육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꾸준한 민주주의 학습과 체험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에 애착을 갖고 본인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이 돌아올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노력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변화시키는 데 동참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CDC의 형태로 외부 전문가 그룹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성미산 마을과 같이 성공적인 케이스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나름 중산층 타운으로서 교육과 소득수준이 꽤 높은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지역 커뮤니티 개선이 정말로 필요한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지역 커뮤니티 운동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성미산 마을 이상의 지원과 혁신이 필요할지 모른다. 저소득층 주민들이 중산층처럼 교육수준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육체적 노동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면 그들에게 커뮤니티 봉사를 위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결국 외부(비영리)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전문가 집단의 도움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조직화하는 일에 힘써야 하며, 그 과정을 통해 CDC 형태의 비영리 민간 기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복지를 추구하는 비영리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CDC가 비영리 민간 기업인만큼 기업(회사)으로서의 비전과 실행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CDC 형태의 기업을 목표로 한다면, CDC가 기업 그 자체로서 지속가능해야 공공성을 담보함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과 같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면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윤을 지역커뮤니티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제도적으로는 LIHTC과 같은 제도를 통해 민간 금융기관들이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vehicle)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 중소도시 그리고 서울시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의 경우, 해당 지자체의 재정만으로 주거복지 환경 개선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지자체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모니터링 기능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 알맞은 정책적 수단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적절한 정책적 환경과 지속가능한 구조, 그리고 지자체의 꾸준한 노력을 통한 진정한 ‘뉴’타운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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