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고 얼마 되지 않아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 부부가 ‘올해의 기부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에 가치에 달하는 주식을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재단에 기부한 결과로, 미국 억만장자 사이에서도 아직 20대에 불과한 이들 부부의 행보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커버그 부부에 다음으로는 나이키 공동 창업자 필ㆍ페니 나이트 부부가 오레곤 보건과학재단의 암 치료 연구에 약 5억 달러(한화 약 5천억 원)를,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전 시장이 존스홉킨스대에 3억 5천만 달러(한화 약 3천6백억 원)를 기부할 것을 약속해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억 단위의 거액 기부가 잇따르면서, 미국 부호들의 기부문화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올해 개인기부랭킹 상위권을 차지한 인물을 포함하여, 미국의 기부 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인물들과 역사적 배경을 짚어보며 한국 기부 문화 발전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어보고자 합니다. 

미국 건국과 함께한 기부 자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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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 같은 활발한 기부문화, 특히 개인기부가 7~80%를 차지하는 문화는 미국의 건국 역사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독립 후 미국 사회에 산재해 있었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공공 부문이 혼자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미국 국민들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자발적 참여와 연대로 해결해나갔고, 이는 자연스레 시민사회가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미국건국을 주도했던 청교도의 종교적 가르침 역시 기부문화를 형성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배경입니다. 뉴잉글랜드지역의 청교도 사회를 지배한 ‘매더 왕가’의 일원이었던 코튼 매더 목사는 ‘선행록(Essay to Do Good)’에서 “공공의 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는 이들을 크리스천이라고 칭하도록 두어서는 안 되며, 선을 행하는 자가 사회에서 가장 높은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된다.” 고 말하며 기독교인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삶의 자세로써 자선적 기부를 설파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자선 기부 문화는 건국역사를 배경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입니다.

부자들의 유산: 벤자민 프랭클린이 마크 주커버그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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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의 역사와 종교적 가르침이 기반이 되어, 미국 부자들은 기부 문화의 개척자라고도 불리는 정치가이자 사업가 벤자민 프랭클린에서부터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를 이어 2000년대에는 워런 버핏과 빌게이츠, 그리고 지금의 마크 주커버그에 이르기까지 그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서전에서 코튼 매더의 ‘선행록’을 읽은 것이 삶에 대한 자세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으며, 워런 버핏과 빌게이츠 역시 앤드루 카네기의 ‘부의 복음’이라는 책을 읽고 부의 사회환원을 실천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역사와 함께 호흡하며 이들이 남긴 진정한 유산은 부(wealth) 그 자체를 넘어, 부(wealth)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던 정신과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 “부를 더욱 가치 있게 쓰는 법은 재산 상속 아닌 사회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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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은 앤드루 카네기의 ‘가진 자의 신성한 의무로서의 기부’라는 정신을 대표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이미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고, 세계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죽기 전까지 재산의 반 이상을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Giving Pledge’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아직 기빙 프레지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백만장자들을 향해 “500만 달러로 사는 게 어렵다고 느낀다면 나는 ‘500만 달러로 사는 방법’이라는 책을 쓸 것이다. 그리고 그 500만 달러는 당신의 가족들에게 쓰일 때보다 인류 발전에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에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말하며 부의 사회환원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는 2013년 선정기준의 차이로 탓에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2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2012년에는 같은 매체에서 선정한 고액기부자 랭킹에서 31억 달러를 기부하여 1위에 올랐습니다. 또 포브스가 선정하는 ‘2012 미국 50대 고액기부자 명단’에서는 2위에 랭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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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ork of Mark Hirschey

빌ㆍ멜린다 게이츠 : “기부는 특권이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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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ㆍ멜린다 케이츠는 소아마비와 말라리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건강, 빈곤퇴치, 미국 내 교육 기회 및 정보접근성 확대를 주요 대상으로 기부 및 재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1997년 우연히 신문기사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개발도상국 내 건강 이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빌ㆍ멜린다 케이츠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2012 미국 50대 고액기부자 명단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한화 가치로 약 2조 원이 넘는 금액을 소아마비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United Negro College에 기부하였습니다. 또 워런 버핏과 함께 ‘Giving Pledge’를 주도하며, 기부문화 확산에 모범을 보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게이츠 부부 역시 워런 버핏과 마찬가지로 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으로 ‘사회 환원’을 선택했습니다. 게이츠 부부의 이러한 신념 뒤에는 게이츠 집안 내의 봉사와 사회환원을 강조하는 가정교육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결국 미국의 기부 문화 전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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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Jose_Gnudista, World Economic Forum)

The Chronicle of Philanthropy 선정 2013년 최고액 기부자 랭킹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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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 (deneyterrio)

1위 Mark Zuckerberg, Facebook co-founder, and his wife, Priscilla Chan

– 2013년 기부액 : $9억 9,220만

– 2012년 순위: 2위

– 기부 대상 기관/단체: Silicon Valley Community Foundation

같은 기관이 선정한 ‘2012 미국 50대 고액기부자 명단’에서도 2위를 차지한 마크 주커버그는 올해 1조 원 가치에 달하는 주식을 기부하면서 20대 백만장자 최초로 개인기부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클로니클오브필란트로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의 젊은 억만장자 사이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기부문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앤드루 카네기, 워런 버핏과 같은 기존의 백만장자들은 먼저 부를 획득하고 나서 후에 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부를 얻음과 동시에 기부하는 문화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랭킹에서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한 텍사스 출신의 헤지펀드 사업가 존, 로라 아널드 부부와 구글의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 부부와 역시 30대 후반으로 이와 같은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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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 (Neon Tommy)

2위 Phil Knight, Nike's chairman, and his wife, Penelope

– 2013년 기부액 : $5억 (기부서약)

– 2012년 순위: 12위

– 기부 대상 기관/단체: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Foundation, for cancer research

나이키 공동 창업자 필ㆍ페니 나이트 부부는 모교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기부로 유명합니다. 올해에는 오레곤 보건과학재단의 암 치료 연구에 매칭 펀딩 형태로 약 5억 달러 기부를 약속해 2위에 올랐습니다. 필ㆍ페니 나이트 부부는 2006년 이래로 총 6회의 기부 서약 및 기부를 이행하였는데, 한 번을 제외하고 전부 모교인 오레곤 대학교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기부했습니다. 나머지 한 번 역시 그의 아버지 Alex L. Parks의 모교이자 교수로 재직하였던 Willamette U. College of Law에 500만 달러를 기부하여, 모교사랑형 기부를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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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 (David Berkowitz)

3위 The businessman Michael Bloomberg

– 2012년 기부액 : $3억 5,000만(기부서약)

– 2012년 순위: 순위 없음

– 기부 대상 기관/단체: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for an effort to promote cross-disciplinary work and for student financial aid

뉴욕 전 시장이자 블룸버그 LP의 설립자 마이클 블마이클블룸버그는 존스홉킨스대에 3억 5,000만 달러를 기부할 것을 약속해 올해 기부왕 3위에 올랐습니다. 그중 2억 5,000만 달러는 학문연구를 위해 교수들에게 돌아갈 예정이고, 나머지는 학부생들의 학자금 지원에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대학교에만 약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했고 이와 더불어 금연 확산, 총기 방지, 교통 및 도로안전과 같은 분야에 주로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9년에는 교통 사망 및 사고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 등 교통 및 도로안전에 관련한 기관에 1억 2,500만 달러를 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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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fgate

4위 The financier Charles Johnson

– 2013년 기부액 : $2억 5,000만 (기부서약)

– 2012년 순위: 순위 없음

– 기부 대상 기관/단체: Yale University, for new residential college buildings

뮤추얼 펀드 프랭클린 리소스의 CEO인 찰스 존슨은 모교 예일대의 레지던셜컬리지 설립을 위해 2억 5천만 달러의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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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kimedia 

5위 The real-estate developer Stephen Ross

– 2013년 기부액 : $2억 (기부서약) 

– 2012년 순위: 순위 없음

– 기부 대상 기관/단체: University of Michigan, for athletics and the business school

부동산 개발 회사 the Related Companies의 설립자인 스티븐 로스티븐로스는 자신의 모교 미시간대에 2억 달러를 기부할 것을 약속해 5위에 랭크했습니다. 절반은 2004년 로스의 이름을 딴 비즈니스 스쿨인 로스스쿨에 기부될 예정이고 나머지 절반은 체육학과에 전해질 예정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모교 미시간대를 포함하여 마이애미 예술 박물관 등 예술 분야에 기부를 진행해왔습니다.

한국, 기부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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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개인기부자 상위권에 랭크한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물론 전통적인 신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각자가 중요시하는 사회적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고, 그 분야에 집중적으로 기부한다는 점입니다. 즉, 기부를 가치관을 실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2013년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 동기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41%로 1위를 차지하였고, ‘기부단체ㆍ직장 등의 요청을 받아서’ 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26.9%로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이런 결과를 다르게 해석하면, 자선 및 기부에 대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동기가 존재한다기보다는 개인마다 다른 공감능력에 의존하거나, 외부의 권유에 따르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2013년 242개 NPO 단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개인 후원자 수가 2011년 대비 3.4% 늘어 일반 국민들 사이의 개인기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소식은 긍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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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lickr (Tim Green aka atoach)

국민들은 존경할 수 있는 부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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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야기를 국내 기업 총수들을 포함한 사회지도계층의 기부 관행에 빗대어 다시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이 여전히 많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기부에 대한 관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개인기부가 많은 미국의 경우 부자 개인의 기부금액을 밝히는 반면, 한국은 법인기부를 중심으로 기부규모를 밝히고 있고, 때때로 법인기부의 성과를 해당 기업에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경영자나 재벌총수 개인과 연계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CEO의 기부 및 자선문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법인기부의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처럼 법인기부 성과를 기업 총수나 CEO에만 돌리게 되면 사실관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앞선 통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치관 실현 수단으로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개인기부에 임하는 기업 총수의 사례를 접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거의 잘못에 대한 면피 수단으로 기부하는 인상이 국민들 사이에 짙게 남아있어 더욱 아쉬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사실 앤드루 카네기도 노동자 임금 착취 등 악덕기업가로서 두 얼굴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선에 대한 분명한 가치관을 갖고 이에 따라 실천에 옮겼다는 면에서는 본받을 만합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과반수 이상인 54.2%가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를 꼽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국민들은 사회의 존경을 얻을 수 있는 부유층의 모범적인 기부 사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총수들이 요구에 의한 억지 기부나, 법인기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사회 영역에 적극적인 기부 모범을 보여준다면, 미국의 기부문화만큼이나 훌륭한 한국만의 기부 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실제로 클로니클오브필란트로피,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미국 50대 고액기부자 명단(The Philanthropy 50)은 구체적인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가족재단에 대한 기부금액을 제외하거나 실제로 집행된 기부금액만을 포함하는 등의 실질적인 개인기부에 초점을 맞춘 기준으로 랭킹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클로니클오브필란트로피에서 발표한 2013년 고액 기부자 랭킹은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2013년 이내에 이루어진 1회 당 기부서약과 기부금액을 적용한 순위이지만, 향 후 2월에 정식으로 발표되는 미국 50대 고액기부자 명단에는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게 됩니다. 작년 클로니클오브필란트로피의 명단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 빌ㆍ멜린다 게이츠가 순위에서 빠지게 된 것도 이전 기부서약에 의한 집행이거나 블룸버그재단 등 가족재단에 집행된 기부금액을 제외시켰기 때문입니다.)

 

▶랭킹선정기준

How The Chronicle Compiled the Philanthropy 50 Top-Donor Ranking, The Chronicle of Philanthropy

Methodology Behind List of 2012 Top Givers, For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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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비는 없어도 밤하늘 별보기를 좋아하는 낭만주의자. 비즈니스의 혁신성과 사람들의 도덕감정이 만나는 지점이 임팩트 비즈니스라고 믿으며, 그 가치를 더하는 일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신중한 편이지만 도전과 변화를 피하지 않는다. sugyeong@impactsqu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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