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r Economics’ 와 관련하여 이번에 저희가 함께 나누어 보고 싶은 내용은 보건(health care) 이라는 주제입니다. MDG와 연관된 건강 지표들은 지난 1990년이래 놀랄만큼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역에 따른  격차(disparity)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더 자세한 정보는 WHO 통계 참고)

WHO 자료에 따르면 빈곤과 건강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보건지출(health care expenditure)로 인해 빈곤해지며(빈곤선아래로 떨어짐), 특히 동일 국가 내에서도 부자와 빈자의 건강관련 지표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인권, 빈곤, 보건과 관련된 정보 – WHO Fact Sheet). 아래 지도에서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건강지출과 관련하여 본인분담금의 비율은 아프리카 지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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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전체 건강지출 비용가운데 본인부담금 비율(out of pocket payment) 2013(WHO)

이 책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신자유주의자들 역시 보건과 관련된 원조 및 보조금 지원과 관련된 정책들을 지지해왔습니다. 또한 기술개발으로 인하여 비싸지 않는 비용으로 보건서비스와 약품들을 이용하여 치료가능한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 이용율은 예상처럼 높지 않은 것인지 말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전 세계적으로 매해 900만명에 달하는 5세 미만 아동들이 설사(diarrhea)와 말라리아(malaria)와 같은 치료가능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설사증을 앓는 5세 미만 아동 가운데 경구용 수액체(ORS, Oral Rehydration Solution)를 복용하는 아동이 3분의 1(27%)밖에 되지 않습니다(출처 : UNICEF 인도 통계). 끓인 물과 소금, 설탕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설사증으로 사망하는 아동이 인도에서 연간 150만명에 이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미 개발된 ‘특효약 3종’만으로도 설사로 인한 사망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효약 3종’이란 물을 정화하는 염소 소독제, 경구용 수액제의 주성분인 소금과 설탕입니다. 100달러짜리 가정용 염소 소독제 한 봉지만 있으면 23종의 설사증을 예방할 수 있고, 거의 무상에 가까운 경구용 수액제를 사용하면 설사증으로 인한 사망의 주요원인인 탈수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렇게 손쉬운 방법을 ‘low-hanging fruit’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쉽게 딸 수 있는 열매라는 뜻으로, 비싸지 않는 가격으로 사람들의 건강을 보장해줄 수 있는 모기장이나 백신 등을 의미합니다. 이 ‘low-hanging fruit’들은 비용이 저렴하고 기술도 간단해 제대로 활용만 하면 상당히 많은 자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손쉬운 방법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데도 사용률은 저조한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이들이 건강 문제에 무관심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정보가 부족해서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일까요? 또는 주변에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진료소와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들의 삶이 너무 가난해서 이러한 방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기 전에 앞서 우리는 건강으로 인한 문제가 빈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전통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이 문제를 어떠한 접근방법으로 풀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억하시는 것처럼, 빈곤의 덫에 대한 논의는 원조정책이 건강과 관련된 빈곤의 덫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제프리 삭스가 설명하는 건강문제에서 비롯된 빈곤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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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는 원조(Aid)가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 사는 국민은 상당수가 말라리아에 노출되어 있고 이러한 국가들의 대부분은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말라리아 예방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말라리아에 걸리면 허약해져 일을 할 수 없게 되어서 근로소득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다시 말라리아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vicious cycle)을 고착화합니다. 즉 삭스는, 건강을 위협하는 말라리아를 억제하지 못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원조를 통한 공공보건정책(예를 들면 잠잘 때 모기의 접근을 차단할 모기장을 보급하는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앞의 장에서 언급한 ‘빅 푸쉬’처럼 만약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어 말라리아 박멸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면, 건강 악화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을 깨뜨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원조 회의론자들은 말라리아가 만연한 국가의 가난은 제프리 삭스의 견해처럼 그 원인이 말라리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이들 국가가 말라리아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부실한 공공관리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원조 회의론자들은 공공관리의 취약성을 개선하지 않는 한 말라리아 박멸은 가난을 극복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어느 쪽 입장의 근거를 뒷받침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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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감염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선정해 말라리아 퇴치 정책 실시 이전과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생활실태를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말라리아가 유행한 지역에서 말라리아 퇴치 정책 실시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성취도(교육, 소득증가와 같이 성취되는 요소들)가 감염률이 낮은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성취도를 따라 잡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제프리 삭스가 주장하는 것만큼 말라리아 퇴치 성과가 크지는 않지만, 말라리아가 박멸되면서 만성적인 빈곤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로 1951년까지 말라리아가 발생한 미국 남부지역과 남미 일부 국가에서 실시한 말라리아 퇴치 정책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아동기에 말라리아를 앓지 않은 사람은 말라리아를 앓은 사람보다 연소득이 50%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또한 인도, 파라과이, 스리랑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용효과적인 말라리아 예방에 대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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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계산해본다면  케냐에서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모기장 하나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14달러(구매력 환산기준)이고, 케냐 성인 1인당 연평균 소득은 590달러(구매력 환산) 정도입니다. 그리고 출생 직후부터 두 살까지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자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말라리아에 감염될 확률이 30% 낮다고 합니다. 즉 말라리아로 인한 소득감소율이 50%라고 가정했을 때 모기장을 이용하지 않아 말라리아에 노출된 케냐인구의 30%가 모기장을 구입하게 된다면, 1인당 소득은 295달러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대략적으로 한 아동이 성인이 되어 노동에 종사하는 전체기간 동안 모기장에 투자한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연평균 수익은 88달러(295달러 * 0.3)입니다. 이 정도면 모기장을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 아닐까요?
 
모기장 외에도 건강에 대한 투자가 높은 수익을 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상하수도 시설과 염소처리한 물을 들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아동기금의 연구 결과(출처 : 물과 위생상태와 관련한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아동기금의 조인트 연구사이트(WHO Water and Sanitation fact site)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13%가 수돗물이나 수원을, 약 25%가 안전한 음용수를 이용할 수 없었으며, 42%가 집 안에 화장실이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수도관을 통해 염소처리한 물을 가정으로 공급하면 설사증 발병률이 95%나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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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안전한 음용수를 이용하는 인구의 비중 지도 (WHO)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문제에 따른 빈곤의 덫에 갇혀 있으며 돈만 있으면 그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삭스의 이론에는 결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기장이나 예방접종 등은 거의 무료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건강문제와 관련된 빈곤의 덫에 갇혀 있을까요?

저자들은 이 장에서도 무작위 통제실험을 통해서 왜 가난한 사람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법이 건강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무작위 통제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사례연구와 관련된 더 많은 사례는 WHO의 World Health Report 2013의 Chapter 3 : How research contributes to universal health coverage 참고).  

첫째, 낮은 수준의 수요(low level of demand) 및 높은 가격 민감성(price sensi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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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아에서, 한 달분 음용수를 정화하는 클로린(Population Service International(PSI)가 공급하는 염소의 상표명) 한 병 가격은 800콰차(구매력환산 기준, 0.18달러)입니다. 이 염소 소독제로 물을 정화할 경우 어린이의 설사증을 48%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잠비아 사람들은 이 놀라운 효과를 알고 있는 것일까요? 식수정화에 쓰는 물질을 아느냐고 묻자 잠비아 주민의 98%가 ‘클로린’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잠비아는 가난한 나라지만 일반 가정에서 식용유를 구입하는 데 매주 4,800콰차(구매력 환산 1.10달러)를 지출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한 달에 클로린 한 병을 사는 데 드는 800콰차가 큰 부담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염소 소독제를 구입해 물을 정화하는 비율은 10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일부 가정에 클로린 한 병을 700콰차(구매력 환산 기준, 0.16달러)로 판매하면 50% 정도가 구매한다고 하였고, 300콰차정도의 가격에 판매한다고 하여도 놀랍게도 사람들의 4분의 1이 그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케냐에서는 모기장의 수요량 역시 매우 낮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코헨과 뒤파라는 학자들은 관리진료소와 함께 모기장을 무상으로 공급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PSI는 같은 진료소를 통해 무상이 아니라 시장가격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받고 모기장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코헨과 뒤파는 모기장 무상지원활동을 지속해야 할 지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들은 진료소를 무작위로 선정해 진료소별로 모기장 가격을 다양하게(무상에서 PSI가 책정한 가격인 0.6달러에 이르기까지) 책정, 공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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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가격에 따른 건강관련상품(예방 목적)의 수요곡선

 

그 결과 클로린과 마찬가지로 모기장의 수요는 가격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료 모기장을 선택했고 할인된 가격의 모기장의 수요는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다른 마을에서 같은 실험을 반복했을 때도, 모기장 가격이 무상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서너배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모기장 수요가 가격에는 민감하지만 소득에는 그리 민감하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가격이 조금만 상승하여도 모기장을 구매하는 비율은 매우 낮아진 반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모기장을 구매하는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득이 증가하여도 모기장을 구입하는 비율이 증가되지 않는다면 이는 건강문제와 관련된 빈곤의 덫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지 않게 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만약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의 결정과 행동이 원조나 무료제공 정책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고(예를 들어 복지의존성처럼)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항상 건강서비스를 무료로 지급해야 하는 것일까요?
 
먼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비자에게 일정부분의 구매비를 부과하는 것(Cost-Sharing)과 무료로 지급하는 것의 비용효과성 분석을 논의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소비자가 일정부분의 구매비를 지불하는 것이 긍정적인 이론적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선택효과(Selection Effect)로서 가격(여기서 이 가격을 ‘Positive Price’라 합니다)을 부과하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 더 많이 그것을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제품이 매몰비용(Sunk Cost, 미시경제학에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으로 뷔페에서 본전생각으로 많이 먹는것등)의 특성을 지니는 것이라면 이러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제품에 가격을 부담한 것이 아깝기 때문에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번째는, 만약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상품의 질이 좋을 것이라는 신호(Signal)로서 이해를 하게 되면 가격부과 원칙이 판매와 사용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가난한 나라에서 ‘가격부과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논의 또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합니다. 비록 ‘가격부과정책’이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는 것보다 사용율(Usage Intensity)을 높일 수는 있으나, 취약계층(가난한 사람들,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음)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선택효과를 넘어, 가난한 나라에서는 돈이 없거나 신용의 제약으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격부과정책이 바로 선택효과와 연결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격(Positive Price)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이 아플 가능성이 더 높고,  건강관련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 필요한 사람이라면 가격을 부과원칙을 통해서 이러한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 또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제외(Screen out)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가격부과'와 ‘무료배포' 접근방법 중 어느 것이 비용효과적인 방법일까요? 설사예방과 관련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무료로 소독되어 있는 정수기를 집집마다 배포하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무료배포가 아직까지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들을 더 잘 이용하게 하고 미래에 이 방법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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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비용효과성 분석 : 비용 당($1000) 설사증 감소비율

 

보건 정책(health care)을 수요와 공급측면으로 나눠서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수요측면(demand for health care)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왜 건강서비스에 대한 가난한 사람들의 수요는 낮은 것일까요? 왜 그들은 비싸지 않은 모기장을 많이 이용하지 않고 예방접종을 받지 않을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요? 그들은 건강 관련 서비스에 돈을 지출하지 않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저자들의 인도 우다이푸르 사례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의 성인들은 한 달에 0.5번 병원을 방문합니다. 극빈층 가정의 한 달 예산 중 건강관리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인도 농촌지역의 경우 최대 5%에 달합니다. 예를 들어 우다이푸르의 가난한 가구 가운데 8%가 지난 달에 건강과 관련하여 총 5,000루피(구매력 환산 228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일반 가정의 1인당 한 달치 건강관련 지출의 10배에 해당합니다. 또한 건강 관련 지출이 많은 상위 1%의 가정은 그 지출 금액이 일반가정의 1인당 한 달 건강 관련 지출의 최대 26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우다이푸르에서는 조사 대상 가구 가운데 3분의 1이 소득 중 일부를 건강관리를 위해 빌린 돈을 상환하는데 쓰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왜 치료에만 돈을 쓰고 예방에는 쓰지 않는 것일까요? 실제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예방’이 아니라 ‘치료(curative care)’에 많은 돈을 사용한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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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제공 주체별 건강관련 지출 비중

 

다스와 하머(Das and Hammer)의 조사에 따르면 델리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민간 의사를 찾아가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 델리에서 병에 걸린 사람들의 60%는 민간의사(private providers), 20%는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 나머지  20%는 민간신앙(bhoshops)을 이용합니다. 모순적이게도 부자들이 공공 건강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높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민간신앙을 이용하는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저자들이 만난 우다이푸르 사람들의 경우 역시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간호사와 의사의 진료보다 사설 개업의를 선호했습니다. 물론 사설개업의의 의료서비스 질이 뛰어나다면 이런 선택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개업한 의사 가운데 의과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은 50%에 불과하고,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33%나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문이 닫혀있거나 의사가 없어서, 그리고 질이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합니다. 

공급측면의 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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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예방 조치인데, 이는 전통적으로 정부가 주도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공중 의료 시설을 기피하는 이유는 그것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먼저 공중 의료 시설은 운영시간 중에도 닫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이 공중 의료 시설 종사자의 높은 결근율과 의욕 부진은 예방 조치를 널리 시행하지 못하는 주요 걸림돌이 됩니다. 2002-2003년에 월드뱅크(World Bank)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에콰도르, 인도, 인도네시아, 페루, 우간다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계 종사자의 평균 결근율은 35%(인도는 40%)였다고 합니다(참고 : 월드뱅크, Provider Absence Surveys in Education and Health). 왜 이렇게 결근율이 높을까요? 이는 사설의료 시설의 의사는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하지만, 공중의료시설 종사자는 무단으로 자리를 비워도 급여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경우 결근에 대한 유인책이 더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공급 측면의 개선을 통한 해결을 시도한 에티오피아의 보건요원 양성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많은 사람들이 보건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보건소까지 가는데 하루가 넘게 걸린다는 사실, 그리고  보건소가 비어 있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상황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인도에 가서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케랄라 지방을 연구하고 이를 에티오피아 실정에 맞게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2003년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 새로운 시스템을 시작, 이를 통해 35,000명의 보건요원을 양성하여 국민들에게 의료를 직접 제공하였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시행 결과, 불과 5년 만에 보건요원 당 국민 수는 3만명에서 2천500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모기장이나 물을 정화하는 클로린은 정부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물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률이 저조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왜 이렇게 수요가 낮을까요? 바로, 보건이 어떤 혜택을 주는지에 대한 무지와 ‘시간적 비동태성’ 이 주요한 원인입니다.

잘못된 정보에 휩쓸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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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이 효과적이고 저렴한 의료 혜택을 이용하지 않는 까닭이, 혹시 그것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요? 앞서 언급한 ‘심리적 매몰비용’ 효과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많은 돈을 지불한 대상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야기로, 무료로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그것을 귀하게 사용하는 비율이 낮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멜린다 게이츠는 TED 연설에서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을 만들지만, 화장실을 짓고 그냥 두면 그들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즉 우리가 반복하고 있는 문제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이를 원하도록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녀는 ‘심리적 매몰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마케팅을 통해 행동변화를 위한 동기를 부여해야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싼게 비지떡’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듯 사람들은 때로 가격을 근거로 품질을 판단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대상을 하찮은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가난한 나라의 보건 분야에는 시장 가격 이하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그저 공짜로 주면 물건을 받고, 정작 그 물건은 덜 사용하는 것일까요?

코헨과 뒤파가 실시한 연구를 보면, 모기장 가격이 매우 낮거나 무료일 때 모기장 구매(또는 수급)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조금을 통해서 저렴하게 모기장을 구입한 사람들은 그것을 실제로 사용했을까요? 실험이 끝나고 일주일 뒤 현장 조사원들이 모기장을 구입한 사람들의 집을 일일이 방문 조사한 결과, 모기장을 구입한 후의 실제 사용 비율은 60-70%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국가나 환경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보조금 지원이 이용률을 낮추는 원인이 아니라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의 구매력이 있는 집단이 형성된다거나 앞서 언급한 가격부과 원칙에 대한 긍정적인 유인이 작용하게 된다면,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배분하는 것이 더이상 비용효과적이거나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거없는 믿음(faith)에 의존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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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통계에서 일 수 있듯이 가난한 계층들이 부자들보다 민간요법이나 민간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더 높습니다(가격이 더 비싼데도 말입니다). 건강과 관련된 분야는 특히 막연한 확신과 민간요법같은 미신적인 면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특히나 정보에 접근할 기회조차 극히 제한되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것입니다. 우리만 해도 바른 예방접종과 관련된 건강관리 지식을 아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예방접종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면, 예방접종은 특정 질병만 예방하는 것인데 정보가 부족한 부모는 자녀를 치료받게 함에 있어 어떤 예방접종으로 어떤 질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그 증세만을 치료하는 경우 민간신앙에 의지하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들이 쓰는 약초와 주문은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환자에게 최소한의 안도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았던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은 가슴통증이나 혈뇨 등의 치명적인 질환을 앓게 되었을 때보다 열병 혹은 설사증에 걸렸을 때 의사를 찾아가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 의사(주로 민간의사)가 제공하는 항생제는 일시적으로 설사등을 낫게 할 수 는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적 비동태성(Now or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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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과 현재를 생각하는 방식 사이에 상당한 차이(동태적 비일관성)를 보인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보다 눈앞의 상황에 보다 충실한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당장 급한 일이 아니라서(그 효과를 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운 경우) 다음으로 미뤄도 되는 일에 비해 지금 당장 감수해야 하는 시간이나 비용이 많다면 사람들은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사실 가난한 사람들 뿐 아니라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아마 가난한 부모도 예방접종의 효과를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위해서는 몇 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번거롭다고 느끼게 될 것이고, 따라서 당장 바쁜 일이 생긴다면 미루고 싶은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모기장이나 클로린 구입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도 이러한 심리 때문일 것입니다. 비싸지는 않지만 그 돈을 당장 더 유용하게 쓸수 있다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경제적 유인을 통한 면역접종 완료시키기(Encouraging immu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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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접종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한번에 완료되지 않기 때문에 접종완료율이 매우 낮습니다. 저자들은 예방 접종 캠프에서 소규모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 실험에서 접종에 참여하는 부모에게는 달(dal) 2파운드를,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부모에게는 스테인레스 쟁반 세트를 주었습니다. 지역 NGO의 보건의료담당자는 처음에 이 실험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뇌물(?)을 주면서 하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건강에 유익한 행동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저자들이 제시한 경제적 유인이 너무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예방접종을 하면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도 주민들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린 자녀를 집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나쁜 일이 생긴다고 믿는 사람들이 고작 달 2파운드(돈으로 따진다면 40루피, 이 금액은 공공사업에서 받는 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를 받으려고 마음을 바꿀 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찌 되었건 예방접종 캠프 서른 곳에서 앞선 말한 유인을 제공하는 실험이 실시되었는데, 이 실험은 예상 외로 성공을 거두어 실험을 실시한 마을의 예방접종률은 일곱 배 상승하여 38%에 이르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 6마일 내외에 위치한 인근 마을의 예방접종율 역시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또한, 실험 실시 이전에는 할 일이 없어 거의 일손을 놓고 있던 간호사들이 쉴 새 없이 바빠지면서 예방접종 한 건당 들어가는 비용 역시 낮아졌습니다. .
 
몇몇 의사들은 38%의 예방접종률은 ‘집단면역’(공동체 전체가 완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예방접종률)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80-90%에 한참이나 못 미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의학계에서는 공동체 전체를 완전히 보호할 수 없는데다 본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하는 의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자원낭비라고 말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물질적 유인이 예방접종의 혜택의 가치를 떨어뜨리고(유인을 받기 위해서 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을 속물화한다고 비판하며 예방접종이 주는 혜택을 깨닫게 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합니다. “예방접종의 유용성을 깨달으면 자연히 자녀에게 예방접종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달이라는 유인을 지급하지 않은 마을에서도 1차 예방접종 비율이 무려 77%였다는 사실은 예방접종에 대한 저항이 그리 크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예방접종 완료율이 38%를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예방접종 절차를 완료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물질적 유인을 제공하자 사람들이 두어 차례 더 예방접종을 받긴 했지만, 접종을 완료하면 스테인리스 쟁반 세트를 공짜로 준다는 유인은 다섯번의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새해 결심 지키기(New Year Res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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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매년마다 반복한 것처럼 또 다시 올해의 새해결심을 세우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매년 그렇듯 올해는 꼭 지키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시겠지만 그 달성율은 그리 높지 않으실 겁니다. 운동을 하는 것, 다이어트를 하는 것, 담배를 끊는것, 용돈을 매달 일정금액씩 저축하는 것 등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을 통해서 달성되는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미루는 습관(항상 시험 전 날에 숙제를 하는 것, 아프기 전에는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는 것 등)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일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특성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동일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넛지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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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공급 측면만을 개선함으로써 건강을 증진시키고 빈곤을 퇴치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요 측면(즉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있는 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자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면서 넛지(nudge, 슬쩍 밀기)라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방법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특정행동(procrastination)을 독촉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넛지의 핵심은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이라는 개념인데, 다시 말해 넛지는 개인이 특정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다수 국민에게 가장 유익한 대안이 자동으로 선택되고 개인이 특정행동을 할 경우에는그 대안을 기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안을 선택할 자유를 인정받지만 그 대안의 선택이 수반하는 사소한 손실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대부분 디폴트 옵션을 따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염소처리된 안전한 식수를 집에서 손쉽게 공급받고 있으며 정수기를 통해서 정수된 물을 바로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도관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각 가정별로 식수를 염소 처리해야 하는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누군가가 신경써서 그것을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즉, 누군가는 염소 소독제를 구입하고 또 가족이 마실 물에 미리 적정량의 염소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세 수돗물은 대단히 훌륭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돗물은 염소처리를 거친 상태로 각 가정에 공급되기 때문에 가정에서 따로 염소 처리에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 바로 설치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돗물을 공급하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식수에 염소를 투입하도록 하는 넛지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와 그의 동료들이 고안한 ‘one turn’이라는 염소 투입 기계가 바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우물가에 손잡이를 한 번 돌리면 적정량의 염소가 물에 투입되는 기계를 설치했습니다. 이 기계를 이용할 경우 식수의 염소 처리가 간편해질 뿐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주민의 설사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참고 : Poverty Action Lab)

가난한 나라의 신뢰할 수 없는 의료서비스 체계나 의료정보의 부족과 같은 의료서비스 공급측면의 문제와 더불어 사람들의 행동이 보여주는 동태적 비연속성과 정보 부족으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은 건강관련 서비스가 왜 가난한 나라에서 낮은 이용율을 보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더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따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이용할 수 있고, 집안에서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으며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서 멀리 있는 보건소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사람들이 귀찮은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책을 설계하거나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행동에 있어 변화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말처럼 만약 우리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보건 및 개발 분야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이들의 행동을 그 문화와 사회속에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기회를 많이 가진다면, 비로소 우리가 이들과 함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읽어볼 자료

Jessica cohen and Pascaline dupas, “Free distribution or cost-sharing” evidence from a randomized malaria prevention experiment”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25(1) 201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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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 | IMPACT KNOWLEDGE] The reasonable man adapts himself to the world; the unreasonable one persists in trying to adapt the world to himself. Therefore, all progress depends on the unreasonable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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