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s type=”horizontal”][tabs_head][tab_title] 기고자 프로필 [/tab_title][/tabs_head][tab]

김정헌

PJT OK 설립자 & 대표, jeongheonkim@projectok.co.kr

김정헌은 대학생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PJT OK의 대표이다. 약 8년간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등 비영리 단체에서 인턴활동을 하였으며, 미국 미시건주 Grand Valley State University 내 JCP 비영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소셜벤처 딜라이트보청기의 공동창업자로, 이전에는 하나은행 기업금융, Arthur D. Little 전략컨설팅에서 근무하였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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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가정신, 출발은 사회 문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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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혹은 [tooltip text=”사회적기업가정신” gravity=”n”] 사회적기업가정신을 정의하는 과정은 “Social Entrepreneurship: The Case for Definition”,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2007년 봄호, Roger L. Martin & Sally Osberg를 참조하였음. [/tooltip]에 대한 절대적인 정의(definition)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영리 vs 영리, 사회적 가치 vs 비즈니스 가치, 사회 복지 vs 경영, 소셜 미션 vs 비즈니스모델 등과 같이 상반된 두 가지 개념이 따라온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은 오랜 기간 동안 서로 대척점에 있던 영리와 비영리 섹터가, 비즈니스 가치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를 추구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각자의 영역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에서 탄생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기업가가 직면하는 큰 도전은 사회적 미션 추구와 이윤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서 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간편한 이분법 안에서 특히 비영리, 소셜 미션, 사회적 가치라고 표현한 부분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회적기업의 첫 발걸음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사회 문제를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문제에 개인적으로 공감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그 다음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심 지역의 높은 고등학교 자퇴율을 보며 그 문제를 인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등학생들이 학업을 완수하지 못하여 그들이 고용 시장에서 겪게 되는 낮은 처우를 생각하고, 문제가 지속될 때 사회가 겪게 되는 진통을 예상하며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불편한 감정,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은 사회적기업가가 되기 위한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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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세계경제포럼에서의 무하마드 유누스 (출처: flickr.com @World Economic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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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재화/서비스 전달은 사회적기업의 미션을 달성하는 충분조건인가?

 

사실 ‘불편한 상태를 인지’하는 행위는 사회적기업 뿐만 아니라 영리 기업에 동일한 사업 동기로 작용한다.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은 고객들의(잠재적인) 욕구, 즉 현 상태에서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욕구를 발견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불균형 상태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면, 그 조직은 일반 기업보다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정부의 간섭을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합의하고 있는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있지만, 동일한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만약 그것을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인지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일반 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무엇이 ‘사회적’ 가치 제안이고 아닌지는 해당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사회적기업은 이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고 이것을 해결하고자 하려는 목적에서 세워진 조직인 점은 분명하다.

사회적 기업가와 소셜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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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사회적기업은 초기에 인지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미션으로 표현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어떻게 그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그들의 미션을 수립할까? 즉, 어떠한 계기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점’들을 인지하고 미션을 세우게 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혹은 소셜벤처 대표들을 만나서 직접 질문을 던져보았다. 

 

공신닷컴 강성태 대표 :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공신 멘토 한 명씩을 만들어 준다 

“저는 제 스스로가 학창 시절에 멘토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어요. 입시나 진학에 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학습 지도뿐만 아니라 인생 상담도 해줄 수 있는 선배 같은 멘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죠. 그런 개인적인 바람이 대학에 입학한 후 중고등학생에게 학습 멘토링을 제공하는 동아리로 이어졌고 현재 공신이라는 사회적기업이 있게 된 겁니다.”

 

딜라이트 보청기 김정현 대표: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이 없는 세상

“아버지께서 예전에 잠깐 보청기 사업을 하셨어요. 지금 와서 돌아보니 아버지 사업을 옆에서 보면서 난청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 때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는 보청기 시장 가격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끼기도 했고요.”

 

에이컴퍼니 정지연 대표: 젊은 예술 작가들의 꿈을 응원한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미술 시장을 조사하면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가져와 보라는 업무를 받았어요. 그 계기로 미술에 대해 무지하던 제가 전시회도 쫓아 다니고 미술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문제점을 보게 됐죠. 신진 작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작품 활동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열악하더라고요. 대형 갤러리와 소수의 ‘큰 손’ 컬렉터들 사이에서만 미술 작품이 유통되고 있었고 미술 시장에 포진해 있는 대다수의 신진작가 작품은 대중들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보았어요. 매우 유명한 스타 작가의 값비싼 작품이 아니더라도 중간 지대에서, 미술 작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공급자와 또 이를 향유하고 싶어하는 수요자들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 둘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부재하다는 것을 원인으로 보았죠. 그런데 제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될 즈음 회사에서 신사업 계획이 철회됐고 이 문제를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어 회사를 나와 에이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올바른 문제 진단을 통한 가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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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회적기업가들이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는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 가정 배경, 우연, 흥미와 관심 등 다양하다. 또 이들이 결론적으로 선택하는 사회적 이슈 역시 교육, 주거, 고용, 의료, 예술 등과 같이 다양한 모습을 띤다. 소셜 미션을 수립한 이후에는 어떤 수단(vehicle)을 통해 시장에 사회적 가치를 제안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되었을 때, 사회적 기업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유의미한 임팩트가 발생되었다는 점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즉, 재화와 서비스가 사회적기업의 미션과 연계되어 있음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회적기업은 그들이 발견한 불균형 상태를 균형 상태로 만들기 위해 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올바로 파악해야 한다. 지역 간 심각한 교육 격차, 고질적인 가난과 같은 불균형 상태가 어떠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된 것인지 올바로 파악할 때 비로소 그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솔루션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이 A인데 B라고 잘못 진단하고 사회적기업이 고객들에게 B에 대한 서비스를 제시한다면 사회적기업의 활동이 소셜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유의미한 임팩트를 만들어낸다고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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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사회적기업의 가치 제안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올바로 파악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성공한 사회적기업가의 대표 아이콘으로 등극한 무하마드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교외 지역 여성들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경제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초기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하였다. 신용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통적인 금융 기관에서는 이들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꺼렸다. 그래서 그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여 빈곤층을 위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에게 낮은 금리로 소규모 자본을 빌려주면 그들은 나름대로 그 종잣돈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시작할 수 있고, 그들이 수익을 창출하는데 성공하여 이자를 갚아 나간다면, 그라민 은행 역시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그라민 은행은 이용객들의 100%에 가까운 원금 상환율과 방글라데시 교외 주민들의 경제 수준 향상이라는 성과를 냈고, 그 공로를 인정받은 유누스는 2006년의 노벨평화상을 수상함으로써 그가 제시한 그라민 은행이라는 솔루션이 올바른 가치 제안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무하마드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사회 문제를 올바로 진단하고 이 진단에서 사회적기업이 제시하는 사회적 가치 제안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체화 될 때, 비로소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가 사회적 임팩트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왜 도시에 주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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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회적기업은 먼저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소셜 미션을 도출한 후에 문제의 원인을 올바로 진단하여 상품 혹은 서비스로 제안할 때, 임팩트가 소셜 미션의 달성으로 이어지면서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 모든 과정 모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난이도를 따지자면 사회적 문제를 ‘발견’하는 일 보다는 그것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해지고 상호 연결망이 촘촘해지면서 ‘도대체 사회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 진단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왜 추운 겨울에도 거리에 노숙자들이 넘쳐나는가? 이들은 주거 공간의 부족으로 인해 거리로 나온 것일까? 그렇다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인가? 마땅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도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거리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 더 큰 원인일까? 이러한 박탈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경제활동 참여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렇게 노숙자라는 사회의 (문제) 상태 하나를 놓고도 그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회적기업이 사회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은 이렇게 복잡하게 꼬인 사회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는 ‘그 지점’을 찾아낼 때까지 치열하게 계속된다. 그리고 그 사회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열쇠는 바로 도시라는(urban) 공간을 이해할 때 찾을 수 있다. 

교외 지역에서 도심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도시화 현상은 사회의 주요 경제 활동이 농업에서 대량 산업, 기술 및 서비스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100년 전에는 전 세계인의 10명 중 2명이 도시에 거주했다면 1990년에 이 수치는 40% 안팎으로 증가하였으며 2010년에는 도시 인구가 교외 지역의 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UN은 2050년 경에는 10명 중 7명이 도시인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즉 우리는 점점 빠른 속도로 도시인이 되어 가고 있다.  

도시는 물리적인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구가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면 이들의 경제활동, 문화생활을 위한 편의 시설과 조직들이 생겨나게 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 역시 발달한다. 이에 따라 도시는 원래의 지리학적 특징에 더해 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사회적인 특성을 띄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발견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해 보면 결국 ‘도시’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이 도시의 특성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이해해볼 수 있다. 

 

1.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높이는 도시의 매력  

도시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형성되지만, 인구가 어느 정도 밀집되기 시작하면 자체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인센티브를 가진 공간이 된다.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인 하버드 대학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이에 대해 그의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tooltip text=”다음과 같이 설명” gravity=”n”]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해냄, 2011, 이진원 옮김, pp. 139-140 [/tooltip]한다. “도시 인구는 도시가 무엇을 제공하는지를 말해 준다. 미국 유타 주 주도인 솔트레이크시티는 모르몬교도가 되기에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에 모르몬교도들로 가득하다. (…)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도시들은 가난하게 살기에 비교적 좋은 장소이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로 북적댄다. 결국 돈 한 푼 없더라도 이파네마 해변을 즐기면서 살 수는 있다.” 즉, 도시는 사람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그 지역만의 ‘기능’을 입게 되고 이 기능은 인구가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면 자석처럼 외부의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인다. 

 

2.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개체가 공존하는 공간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면 개인, 가정, 직장, 학교, 또래 집단 등의 커뮤니티는 그 기능을 중심으로 전문화되기 시작한다. 전통적인 농촌 지역에서는 노약자를 돌보는 행동, 경제 활동, 여가 생활, 의료와 교육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활동을 가족이나 서로 얼굴을 아는 이웃의 범위 내에서 소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활동이 현재만큼 고도화되지 않아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았고, 소규모 네트워크를 통해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개별 조직과 개인, 커뮤니티의 역할과 기능이 작은 단위로 분화되고 고도의 전문성을 갖는다. 특히 경제 활동을 위해 요구되는 전문성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개인 및 조직은 자신이 비교 우위를 가지는 분야를 선택하고 전략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분배한다. 그 결과 도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개체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3. ‘따로’ 그리고 ‘함께’, 도시인들의 높은 상호의존성

앞에서 설명한 전문성의 심화는 도시인들의 상호의존성 증가로 이어진다. 가족 내에서 생활에 필요한 요구를 모두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 조직에 의존하게 되고 그 결과 섬처럼 외로이 떨어진 것 같은 도시인들은 사실 느슨하지만 매우 촘촘하고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상호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글레이저는 정보 기술 시대라고 불리는 현대 사회에서 직접적 접촉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대신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도시는 여전히 직접 접촉을 활발하게 하는 공간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tooltip text=”내다 보았다.” gravity=”n”] 에드워드 글레이저 “도시의 승리” 해냄, 2011, 이진원 옮김, pp.78-79 [/tooltip] “지난 1세기 동안에 전문가들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식이 도시 생활을 불필요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팩스, 이메일, 화상회의는 모두 직접 대면 회의의 필요성을 없애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오히려 지난 20년 동안 출장 횟수는 크게 늘어났다. (…) 오늘날 정보 기술은 세상을 더 아이디어 집중적이고, 더 잘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도시화를 더 진전시키면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정보 기술의 발달은 직접적 연결의 가치를 줄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늘렸다.”

 

사회적기업, 도시를 재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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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가 고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 연결되어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신비로운 공간이다. 하지만 반대로 도시이기 때문에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 오늘날 도시에서 불균형 상태를 느끼고 더 나은 상태를 만들고자 도전하는 사회적기업가들이 마주치는 사회적 문제의 대부분이 이러한 도시의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시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그 매듭을 하나 둘 풀어나가다 보면 한 영역의 문제가 전혀 관계 없어 보일 것이라 판단되는 다른 영역의 문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을 수 있으며, 이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 또한 어쩌면 엉뚱해 보이는 곳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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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종로구 권농동에 위치한 우주 1호점, 공사 이전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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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을 위한 쉐어하우스로 다시 태어난 공간

 

도시의 사회적기업가들이 왜 도시라는 공간을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PJT OK (프로젝트 OK)은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고 싶은 공간,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가 어우러진 쉐어 하우스를 제공하는 우리나라의 소셜벤처이다. 김정헌 대표가 직접 설명하듯, 처음에 PJT OK 을 창업하면서 처음으로 인지한 문제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대학생들의 주거비가 너무나 비싸다”는 것이었다. 지인을 통해 접하게 된 서울의 대학생 주거 문제는 여러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문제는 정말 대학생들의 자취방이 비싸다는 데 있는 걸까? 그렇다면 저렴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인가? 하지만 단순히 가격 만이 문제라면 현재에도 옥탑방, 고시원과 같이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한 공간의 확장은 과연 이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소위 잠만 자는 방이 살기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물리적인 공간 이외에도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오늘날 대학생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좁아진 취업의 문, 공동체 기능을 상실한 대학 안에서 느끼는 공허함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들은 저렴한 ‘방’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꿈을 나눌 수 있는 제대로 된 ‘집’을 원하지 않을까?’

PJT OK의 김정헌 대표가 그 첫 번째 프로젝트인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한 공간 우주(woozoo)’를 소개한다. 이 사례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이 주거라는 도시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가치 제안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서 IBR 독자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생들의 꿈을 담는 집, 우주(wo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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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문제는 환경,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슈와 연결되어 있다. 이 중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메가 시티 서울의 경우에는 주거 이슈가 특히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로 종종 꼽히는데, 최근에는 일반적인 주거 소외계층인 저소득층, 노숙자, 쪽방촌 거주자 등을 넘어 대학생, 신혼부부, 나아가 일반 가정도 높은 주거비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새로운 주거 취약 계층, 대학생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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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도 서울 시내 대학생의 주거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2012년 11월, 대학생 주거관련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이 서울시에서 거주지를 임대하여 생활하는 대학생 2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대학생 중 54%가 1인당 5평 미만의 주거 공간에 살고 있으며, 평균 주거비는 43.5만원으로 생활비 대비 주거비의 비율이 45%에 달할 정도로 체감 주거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대학생의 체감 주거비는 일반 가정의 비해 네 배 이상이지만, 대학생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극히 미미하며,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등록금 동결 및 장학금 제도는 확충되고 있지만, 대학생 주거관련 정부의 지원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학생 주거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주거 시장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에 따른 시장 혁신의 정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넘쳐나는 수요 때문에 공급자들이 굳이 혁신을 하지 않아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주거 환경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민간 자본으로 지어진 비싼 대학교 기숙사, 고시원을 개조한 창 없는 고시텔, 원룸과 하숙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며, 많은 대학생들의 주거 공간은 머물고 싶은 공간이 아닌 잠만 자는 공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불편한 주거 환경은 결국 대학생들만의 자아 성장과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참된 주거와 휴식 공간의 기능을 상실해버리는 더 큰 문제를 낳는다.  

또한, 이런 문제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행스럽게도 최근 서울시에서도 대학생 공공기숙사 공급, 일자리 지원형 임대주택, 지방출신 대학생 공공기숙사 공급 등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생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라는 외부 효과에 의해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방 출신 인턴의 하소연, 우주의 탄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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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내 주변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소셜 벤처의 첫걸음이다.”

작년 여름 딜라이트 보청기에서 일할 당시, 대학생 여름 인턴을 선발하여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그 때 우연히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인턴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다. 인턴 월급을 받더라도 주거비를 내고 교통비를 내면 실제 생활비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당장 내 주변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 그 인턴과 함께 본격적으로 주거문제와 해외의 주거 문제 해결 사례에 대해 조사하면서 우리나라에 맞는 솔루션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4개월을 준비한 후 우리들이 만드는 우리들의 집, 바로 우주(woozoo)가 탄생하였다.   

우주는 대학생의 주거문제를 공동거주의 쉐어하우스 형태와 문화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기업적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우주가 집을 전세로 임대하고 이를 다시 대학생들에게 월세로 내어주는 전대사업이 기본 사업모델이다. 이때 필요한 전세자금은 사회적 투자 자금, 지자체의 유휴공간 활용, 대기업 사회공헌과의 연계, 일반 주택 소유자의 참여 등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집을 무상으로 리모델링한 후 쉐어하우스로 대학생들에게 공급하여 대학생 주거생활의 질 향상과 주거비 부담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학생들은 보증금 없이 월 평균 30만원대면 단순한 ‘방’이 아닌 안락하고 머물고 싶은 ‘집’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는 저소득층 대학생 뿐만 아니라 대학생 집단을 주거소외계층으로 정의하고 모든 대학생의 문제인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미 경제력을 기준으로 대학생에게 주거지를 제공하는 사업은 공공 영역에서 시행하고 있으므로, 우주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합리적 가격의 좋은 집을 제공하고, 나아가 그들과 함께 대안적 대학생 주거 문화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 비즈니스보다 그 확장성과 임팩트는 더 클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파트너를 품는 새로운 주거 공간,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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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크게 부동산 확보와 리모델링을 포함한 하드웨어 부문, 입주자 선발 및 지점 운영/관리의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나뉜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알맞는 입지의 부동산을 확보하고 최적의 리모델링을 통해 창업가, 미술가, 요리사, 패션디자이너, 법조인, 음악가, 개발자 등 같은 다양한 꿈을 가진 대학생들이 모여 사는 컨셉 쉐어하우스에 맞게 공용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우주의 핵심 가치에 따라 남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며 같이 꿈을 이루어나가는 적극성과 개방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입주할 “우주인”을 선발할 예정이다. 우주의 특화 지점은 선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프랜차이즈로 전환된 이후로는 서로 간의 매칭프로세스를 통해 우주인을 선발할 것이다. 또한 대학생들이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반찬제공서비스, 가사도우미, 이사지원, 멘토링, 지역사회공헌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 제공과 우주인끼리의 동호회 활동 지원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한편 이러한 모든 과정은 우주의 최대 강점이자 장점인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만들어 간다. 우주의 운영 조직 내부에 건축 또는 서비스 제공 역량을 보유하는 대신,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들과 함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자 한다. 부동산 확보는 사회복지사가 모여서 만든 골목바람부동산, 주거 관련 이슈와 정보는 서울소셜스탠다드, 건축/디자인은 소셜건축디자인그룹 엔스파이어, 멘토링은 소셜벤처 위즈돔 등과 같이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하는 식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파트너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을 만들고자 한다.

우주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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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고려하여, 단순히 모르는 사람과 사는 것보다 상호 공통성을 기반으로 같이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공동거주가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끼리 한 집에 살게 될 우주 1호점은 종로구 권농동에서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을 위한 쉐어하우스로 2월 4일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하여 2월 넷째 주에 첫 번째 입주자를 맞을 예정이다. 이어 남산 시민아파트 1곳을 새단장하여 탄생할 2호점은 미술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컨셉하우스가 2013년 내 7~8곳으로 확장될 예정이며, 우주는 향후 2년 내에 20곳 이상의 쉐어하우스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우주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컨셉의 쉐어하우스를 공급하며, 내년부터는 프랜차이즈로 확대 전환하여 일반 건물 소유자들이 자신의 건물을 우주에 위탁운영 맡기고 우주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쉐어하우스로 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주는 향후 직영점뿐만 아니라 기존에 공급되고 있는 공공기숙사, 대안주택의 위탁운영을 맡음으로써, 단순한 하드웨어적 공급에 머물고 있는 대학생 공공주택 공급 사업을 콘텐츠와 운영 프로그램의 접목을 통해 대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한다.

우주로 수렴되는 다양한 사회적 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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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가 우주를 통해 목표하는 사회적 임팩트는 다음과 같다. 먼저 우주가 공급하는 쉐어하우스를 통해 지방 출신 대학생의 생활비 중 절반에 가까운 주거비를 최소화하고, 살 수 있는 ‘방’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삶의 질 향상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우주를 통해 대학생 주거시장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켜 주거 시장의 전체 가격은 낮추면서 질은 높이고자 한다. 두 번째, 대학생들에게 자아성장의 공간으로서 집을 제공하고자 한다. 우주에서 꿈이 같은 친구를 만나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이미 꿈을 이룬 이에게 멘토링을 받음으로써 꿈을 실현해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 공유경제 실천의 현장이 되고자 한다. 쉐어하우스라는 컨셉을 통해 타인과 함께 하는 법, 공유를 통한 가치 창출에 대학생들이 앞장설 수 있도록 우주라는 공간이 그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넷째,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집을 만들고자 한다. 영국의 한 NGO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쉐어하우스에 4인이 공동 거주하게 되면 1인 가구보다 연간 평균 쓰레기 배출량이 1톤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주는 도시농업과의 연계, 친환경 머그컵과 식기 제공 등으로 보다 친환경적인 집을 만들도록 노력하며, 향후 리모델링시에도 친환경 에너지의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다섯째, 대학생의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통한 행복한 삶에 기여하고자 한다. 같은 비전과 미래를 꿈꾸는 동료들과의 생활을 통해 정서적, 심리적 교류 및 안정감을 제공하며 현대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우울증 등의 심리적 질병 역시 예방할 수 있다.

우주가 꾸는 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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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지금의 대학생 주거문제를 쉐어하우스로 형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주와 같은 쉐어하우스가 대안적 주거형태로 자리잡는다면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주거 옵션을 줄 수 있으며, 나아가 좀 더 건강한 대학생 주거시장, 좀 더 나아진 대학생의 삶의 질을 이루는 데 우주가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대학생뿐만 아니라 같은 도시 주거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의 학생들에게도 우리가 제공하는 가치와 혜택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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