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임팩트스퀘어가 지속가능경영포털에 기고한 [공유가치 인사이트.05_The Journey to Shared Value (5) – 공유가치창출과 조직과의 관계]를 옮긴 것입니다. 원문 PDF 파일은 지속가능경영포털 CSV 게시판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개념 자체는 아직 미흡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약 3년의 기간을 거치면서 여러가지 비판과 논의를 통하여 상당한 진일보를 이루었다. 대표적인 것이 본 시리즈 초반에도 언급하였듯이 비즈니스적 가치와 기회가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하여(through)’ 나타나는 것인지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적 가치가 동시에'(simultaneously)’ 창출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인데, 초기의 아티클에서는 ‘동시에(simultaneously)’라는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다가 최근에 와서는 ‘통하여(through)’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결국 비즈니스적 가치와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공유가치창출의 최종적인 목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가치창출의 개념을 실제 경영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고 그 결과를 이루어 내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한계는 존재한다. 본질적으로는 일종의 트렌드인 동 개념이 본격적으로 기업의 경영에 침투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충분한 결과를 축적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또 각 기업의 기밀에 가깝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할 성격이 아니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논의가 아직은 실행의 관점에서 명료한 방향성과 틀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동의해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보스턴에서 열린 5월 트레이닝 프로그램 및 서밋에서 만난 각 전문가들이며 기업의 담당자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그러하고, 한국에 돌아와 만난 수많은 기업들의 고충 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의 요지는 조직 및 담당자를 어떻게 구성하며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이다. 당장 공유가치창출 프로젝트를 엄청난 규모로 진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유가치창출전략을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전담 인력 정도는 마련을 해야 그 전문성을 축적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명확한 추진 전략이나 정책 없이 소위 “CSV Washing”을 위하여 홍보용으로만 부서를 개명하거나 창설하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본 맥락에서의 논의는 그러한 부작용을 벗어나서 실제 수행을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담당자 혹은 조직체계의 중요성을 전제하고 진행한다.
그림 1. 전문가들이 공유가치창출 관련하여 만나는 담당조직유형을 공유하고 있다.
먼저 공유가치 전문가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현재까지의 논의를 먼저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보스톤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의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우리는 공유가치창출을 논의하기 위하여 기업을 마주할 때 핵심적인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크게 3종류로 파악할 수 있다. 사진에서처럼 전세계에서 모인 전문가들은 각 그룹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얼마나 수행했었는지 앞에 나와 보드에 표시를 하고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함의와 이슈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 카테고리 그룹은 크게 1) 최고경영자(Visionary CEO), 2) 사회공헌/기업재단 관리자(CSR and/or Corporate Foundation Managers), 3) 사업단위리더(Business Unit and Geography Heads)로 구분되어 있었다.
세션 진행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은 두 번째 카테고리인 사회공헌/기업재단의 관리자를 중심으로 공유가치창출에 대한 조직 논의 및 전략 추진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와 외부 인식이 개선되는 추세에 따라 최고경영자가 의사결정에 일부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기존의 사회공헌이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에서 이러한 흐름에 친숙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전략’이나 ‘사업’의 관점보다는 사회적 가치의 관점에서 논의가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외부에 컨설팅을 의뢰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수준이 되면 좀 더 관여도가 올라간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이러한 흐름을 보이는 기업들은 대부분 사회공헌의 수준을 넘어 기업 전체의 전략 수준에서 공유가치창출을 추진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많은 경우 최고 경영자의 비전이나 관심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적인 실현이 올바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사회공헌팀의 전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 이해도 및 접근성과 함께 공유가치전략의 도입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의자가 사업단위에 장착되는 과정을 겪어야 하며, 이러한 다자간의 역량이 모이기 위해서는 결국 별도의 전담 인력이나 부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데에 뜻이 모아졌다. 실제로 네슬레는 중앙에 공유가치전략을 전문으로 고민하고 각 사업단위를 지원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전사 수준의 공유가치창출(CSV at Enterprise Level)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마케팅의 경우 사업단위별 특징을 잘 반영하기 위하여 대체로 사업단위 내부에 속하여 해당 사업에 내재화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유가치전략의 경우에도 중앙통합적인 수준의 출발이 있더라도 결국 각 사업단위로 나누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전문가들의 논의 및 FSG의 경험에 의한 제언을 바탕으로 종합해보자면, 이러한 조직의 구조는 실행의 단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말하자면 초기에는 사회공헌 관련 부서와 수행의지를 가지는 최고경영자 수준의 의사결정자가 함께 해당 기업의 공유가치전략의 비전과 실행 틀을 개발하고 인식을 제고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적합하며, 이러한 노력이 어느정도 내부에서 확산된 이후 전체 기업의 규모에 맞추어 중앙에 전담인력 혹은 전담부서를 구성, 구체적인 실행을 가능케 하는 수준의 전문성 확보와 적용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가 집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실제적인 적용점이 도출된 이후에는 구체적인 사업단위가 맞이하는 사업적 위기나 기회를 바탕으로 사업단위전략과 실행계획을 구성하고 수행하며 중앙의 전담인력과 전담부서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러한 수행이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면 중앙에는 전사적인 통합성과 지식 및 노하우의 축적기능을 지닌 수준만 남기고 각 사업단위에 실제 수행을 추진할 수 있는 소규모의 전담인력이나 부서가 분화되는 과정으로 전체적인 조직 구성은 완료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여러 사업단위에 공유가치전략이 탑재되는 확산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직 글로벌의 많은 기업은 관심을 가지는 수준 혹은 파일럿을 시도할만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섣불리 대규모의 조직을 먼저 구성하거나, 기존의 사회공헌부서를 완전히 공유가치부서로 전환하는 것은 분명히 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가치전략이 단순한 담론을 넘어, 실제적인 전략으로서 실행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변화와 단계적 확장 계획이 명료하게 자리잡아야 하는것 또한 필요성의 측면에서 불가결한 요소이다. 때문에 공유가치창출을 고민하는 기업에게는 항상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와 세밀한 접근을 함께 고려하기를 제언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