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s type=”horizontal”] [tabs_head] [tab_title] 기고자 프로필 [/tab_title] [/tabs_head] [tab]

박지원

디자인캔두 대표, jiwon.ing@gmail.com

박지원 디자인캔두 대표는 시각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이며 현재 미 국무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화여대 시각정보디자인과 재학 중 삼성디자인멤버십에서 활동하였고, 이후 디자인전문기업 DAREZ를 창업해 3년간 일했다. 2009년 시작한 디자인을 통한 새로운 기부 캠페인 1/2 프로젝트의 공동창업자이며, 2012년 다학제적 범세계적 디자인운동 디자인캔두(Design Can Do)를 공동 설립하였다. 총 15개의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하였고, 2011년과 2012년 지식경제부와 KIDP 주관 차세대디자인리더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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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뉴욕 맨하탄에 재밌는 구조물이 나타났다. 철제 프레임과 마감이 그대로 노출된 높은 천장과 극장처럼 쭉 배치된 의자들,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철그물로 된 벽까지, 이스트빌리지의 오래된 건물 사이에 버려져 있던 땅에 생겨난 이 구조물은 바로 첫 모습을 드러낸 BMW 구겐하임 랩(BMW Guggenheim Lab)이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과 자동차 기업 BMW가 함께하는 이 BMW 구겐하임 랩은 전 세계 6곳의 주요 도시를 옮겨다니며 도시 디자인과 도시 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to inspi-re innovative ideas for urban design and new ways of thinking about urban life) 2010년 10월 야심차게 발표된 프로젝트이다. 분해와 조립이 가능한 새로운 소재, 그리고 도시마다의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될 수 있는 기본 디자인을 갖춘 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2011년 여름 뉴욕에 첫선을 보이고 이후 2012년 여름에는 베를린, 2012년과 2013년 겨울에는 뭄바이를 여행한 후 다음에 여행할 세 도시와 컨셉을 정하기 위해 현재 휴식기에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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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뉴욕의 BMW 구겐하임 랩 (출처: bmwblog.com)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주목할 키워드는 두 가지이다. 바로 도시(urban)와 디자인이다. 어째서 우리는 이러한 프로젝트와 마주하게 되었을까?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시란,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왜 우리는 이 주제를 주목해야할까?

모든 일이 벌어지는 곳,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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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주목하는 이유는 어찌보면 단순하다. 어느 시대나 사회 문제는 늘 도시라는 환경적 특성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었으며, 특히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사회 문제는 도시 환경과 그 어느때보다도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시 문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래된 발자취를 가지고 있다. 과거 사람들이 도시를 성벽으로 둘러쌌던 시기에 도시는 침략과 굶주림, 그 외 외부 요소의 침입으로부터 개인의 안전을 보호해 주는 일종의 방어 기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막을 통해 성 내 인구가 늘고 이에 권력 관계를 분명히 규정하는 정치 시스템의 발전에 따라 노예제와 같은 부작용 또한 생겨나게 되었다. 수 세기가 지나고 산업화라는 전환을 맞이한 도시는 새로운 노동 조건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 기능하며 가난과 질병이라는 사회 문제를 더욱 본격화시키는 곳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역사를 거쳐 오늘날까지 도시라는 특수한 공간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는 점차 누적되고 심화되고 있는 바, 현대의 도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모든 측면의 사회적 불평등과 자연 자원의 고갈을 낳는 온상으로 인식되기까지 이르렀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도시 문제가 급속한 도시 인구의 증가에 의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온다. 1800년도에는 세계 인구의 3%만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었으나 20세기가 끝날 때 즈음 이 비율은 47%로 증가했다. 2005년 발표된 UN 세계 도시화 예상 연구(UN World Urban-ization Prospects)에 따르면 현재 도시 거주 인구는 32억 정도로 추산되며 2013년에는 약 50억 명으로 늘어 다섯 명 중 세 명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을 것이라 한다. 한정된 공간으로의 인구 집중은 도시 문제의 복잡성을 끊임없이 증폭시킨다. 우리는 여기서 복잡성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복잡성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는 특정 환경 혹은 시스템의 특성으로 일컬을 때 쓰이는 개념으로, 크기, 종류, 질서, 조직 형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되며 변칙성(variety), 다양성(diversity), 다수성(multiplicity) 및 예측 불가능성과 강하게 연계되어 있다. 그간 도시의 발전은 거대한 도시 인구 집단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히려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형성된 도시 내 문화와 공간을 편리하게 대체하는, 즉 복잡성을 무시하고 단순화된 무차별적 개발과 각종 생산 시스템을 도시에 인식하는 방법으로만 이루어졌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렇게 복잡성을 무시한 도시 환경의 발전(혹은 퇴화)이 오늘날 환경, 주거, 경제적 불평등, 교육, 대중교통, 공공 공간 등 서로 연결된 유무형의 다양한 갈등과 문제와 관계된 또 다른 복잡성을 낳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복잡성은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복잡성을 푸는 새로운 관점의 열쇠,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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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이러한 복잡성을 풀어나갈 수 있는 관점으로 바로 디자인, 혹은 디자인적 사고(디자인 씽킹, design thinking)가 현재 주목로 받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색, 선, 형태, 패턴 등과 같이 형태를 갖춘 가시적 결과물을 나타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과학과 경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디자인적 사고의 특징은 서로 상이한(heterogeneous) 대규모의 정보를 소화하고, 이 중에서 핵심적인 정보와 특성을 뽑아내며, 주어진 환경의 한계를 인식하고, 전문 역량을 활용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따르는 불확실성을 관리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최종 결과물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총체적인 과정과 태도가 디자인적 문제 해결 관점의 특징이다. 따라서 도시 문제와 같은 복잡성을 해결하는 방법론으로서의 디자인은, 문제를 발견하고 분명히 정의하며, 이에 대해 도출된 다양한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될 형태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고, 고정불변하는 결과물 대신 지속적이고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솔루션을 실행하는 통합적인 관점이자 과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BMW의 구겐하임 랩이 방문했던 도시들을 살펴보자. 뉴욕, 베를린, 뭄바이는 모두 도시화 정도, 역사, 인구 규모, 경제적/지역적/문화적 불평등도 여러 측면에서 실로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는 곳들이다. 이렇게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도시를 여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워크숍, 공공 토론, 퍼포먼스 공연 등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통해 건축, 예술, 디자인, 과학, 인문학, 교육, 기술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들을 한데 모아 도시성(어버니즘, urbanism)의 문제를 함께 살펴보고 논의한다. 랩을 운영하는 동시에 다양한 전문가들은 현지에서 제기되는 아이디어와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데, 뉴욕과 베를린 이후 BMW 구겐하임 랩은 도시와 관련되어 살펴볼 100가지 이슈를 연구물로 정리해 발표하였으며, 뭄바이 활동까지 포함하여 2013년 가을에는 뉴욕의 구겐하임 박물관에서 그간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 결과물에 대해서 구겐하임 재단의 디렉터 리처드 암스트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이 공개 실험의 결과물을 예측할 수도 예측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은 이러한 우리의 시도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변화시킬 것이며, 전 세계 도시 환경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도시와 디자인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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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계의 도시 환경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이슈들을 디자인이라는 툴과 관점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해결해보려는 BMW 구겐하임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다학제(interdisciplinary)적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조직, 전문 역량, 자원이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이다. 둘째, 이들은 협력적(collaborative)인 방식으로 결합된다. 저마다의 역량과 자원이 조화롭게 결합되어 결과물을 의도하는 것이다. 세 번째, 혁신적인 결과물을 통해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목표한다. 다시 말해서,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 건축을 통해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사명으로 갖는 구겐하임 재단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동차라는 제품을 통해 움직임(mobility)이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인 BMW가 후원하며, 일본의 건축가가 랩을 디자인하고, 각 도시의 정부가 장소를 제공하며, 현지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그 곳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진행된다. 그리고 아직 공개를 준비중에 있지만, 각 도시에서 제시된 다양한 아이디어는 기존 도시 환경의 구성 요소를 혁신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하면서도 유기적인 조화의 가능성을 잃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결과물의 형태로 곧 실행에 옮겨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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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도시 내 편안함(comfort)'에 대한 전세계인의 의견을 공모받아 완성된 랩의 타이포그라피.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 팀인 '슬기와 민'이 작업했다. (출처: www.bmwguggenheimlab.org)

 

본 아티클은 앞서 살펴본 BMW 구겐하임 랩의 사례처럼 디자인적 관점과 과정을 통해 도시 문제를 살펴보고, 나아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샌프란시스코 내 낙후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기획된 크리에이티브 커런시(Creative Currency)이며, 두번째는 남아공 케이프타운 내 공공 공간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한 디자인캔두(Design Can Do)의 워크숍이다. 특히 후자는 디자인캔두 박지원 대표의 기고글을 통해 프로젝트의 의도와 목표, 실제 현장에서의 생생한 활동과 그 결과물까지 보다 자세히 전한다. 

소외된 지역을 살리는 새로운 교환 모델, 크리에이티브 커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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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크레에이티브커런시(Creative Currency) 프로그램 모델 (출처: creative-currency.org)


크리에이티브 커런시는 사회적 경제, 크라우드펀딩, 지역 경제, 공유 플랫폼 등 새로운 경제 모델에 전문성을 갖춘 리더들과 디자이너 개발자 등을 한데 모으는 이니셔티브로, 이를 통해 밑바닥에서부터(bottom-up) 오늘날의 경제와 가치 교환 시스템을 새롭게 상상하는 혁신적 솔루션을 생각해보고, 프로토타입화 하며 실제 실행하고자 2012년에 출발한 프로젝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재무적 데이터 활용을 통해 저소득 주민을 돕는 방법, 지역 내 로컬 커런시(local currency, 편집자 주: 특정 지역 또는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역내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하는 시스템, 또는 여기서 유통되는 통화 수단의 총칭으로 커뮤니티 머니라고도 한다)가 지역 경제와 커뮤니티 조직을 돕는 방법, 커뮤니티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 플랫폼, 마이크로파이낸스,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는 법 등에 관한 질문에 대답을 하고자 한다. 샌프란시스코 내 낙후된 동네인 미드마켓 지역(Mid-Market Dis-trict)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이 이니셔티브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보다 좋은 삶을 누리는 데 걸리는 방해 요소와 비효율성의 극복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미션은 ‘새로운 경제를 위한 새로운 수단(new tools for a new economy)’으로 표현된다. 

재단과 커뮤니티, 금융회사, 시 정부가 한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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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허브 베이 에리어에서의 솔루션 피치 현장 (출처: creative-currency.org)

 

크리에이티브 커런시 프로젝트 팀의 중심 멤버는 크리에이티브 커런시는 디지털 문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슈 제고 활동을 펼치는 그레이 에리어 재단(Gray Area Foundation), 사회혁신 커뮤니티인 허브 베이 에리어(HUB Bay Area),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 우리에게도 익숙한 금융서비스 기업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이다. 각 조직의 자원과 역량은 새로운 모델과 시스템을 만들어내는데 각자의 전문성을 기여하는데, 간단한 예를 들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경우 기존의 결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 모델을 찾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자문을 제공하며 허브 베이 에리어의 경우 이니셔티브가 진행될 장소를 제공하고 협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식이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파트너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바, 키바(KIVA), 아쇼카(Ashoka), 오미드야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 에어비앤비(Airbnb), 소셜캐피탈마켓(Social Capital Markets) 등 소액대출, 사회적기업, 임팩트 투자, 공유 경제 등의 주제에 대해 최고의 전문성을 갖는 조직들이 그 일부이다.  

혁신을 디자인 하는 네 가지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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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프로젝트는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커뮤니티 아웃리치(Community Out-reach) 단계로 해당 지역 내 비영리 조직, 소상공인들, 커뮤니티 리더,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여 커뮤니티 브리프(Community Brief)라는 보고서를 발행한다. 이 보고서는 프로젝트 팀에게 전달되어 미드 마켓 지역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통해 최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솔루션을 내는 데 지침서 역할을 한다. 두 번째 단계는 
프로토타입(Prototyping) 단계로 해카톤(hack-a-thon) 스타일의 협업 세션을 진행한다. 개발자, 디자이너, 기업가, 커뮤니티 대표자, 새로운 경제 모델의 리더 등이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주말동안 한 자리에 모여 앞 단계에서 제기된 커뮤니티 내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의 원형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개발과 액셀러레이션(Development and Ac-celeration)으로 앞 단계의 해카톤을 통해 아이디어를 갖춘 솔루션을 본격 개발하고 테스트하며, 커뮤니티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단계의 결과물은 6월 27일, 크리에이티브 커런시 팀과 여러 참석자들이 모인 자리인 데모 데이(Demo Day)에서 발표되었다. 마지막으로 데모 데이에서 선정된 우수 솔루션은 실행 및 도입(Implementation and Adoption)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들은 기업과 비영리, 사회적 기업, 투자자 등 여러 조직들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협업하게 되며 세계 최대의 사회적 기업가와 임팩트 투자자 컨퍼런스인 2012년 가을 소캡(SOCAP12)에서 쇼케이스를 하게 되었다. 이 네 단계를 모두 거친 뒤, 최종적으로 네 팀이 선발되었으며 이들의 솔루션은 현재 실행과 도입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미드 마켓의 풍경을 변화시키는 정보 다리 솔루션, 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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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팀 중 한 팀을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브릿지(Bridg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는 미드 마켓 지역의 노숙자 문제, 정확히 말하자면 노숙자 쉼터의 운영과 이용에 대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커뮤니티 브리프에 따르면 미드 마켓 지역의 거주 인구는 3만 9천 명인데, 이 중 31%가 일 년에 15,000달러 미만의 소득을 거두며, 전체 인구의 54%만이 일자리가 있어 나머지 절반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주택과 의료 니즈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인구 두 명 중 한 명이 이 지역에 많음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주민들이 노숙자 쉼터 및 재활 서비스 기관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으며, 노숙자 쉼터 앞에는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이렇게 줄을 서는 현상을 분석해보면, 잘 곳과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당장 절박한 노숙자와 주민들이 쉼터와 기관을 찾아다니느라 막상 직업을 구하거나 필요한 교육 또는 훈련을 받을 기회는 꿈도 꾸지 못하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분명한 문제 정의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줄을 서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필요한 때 노숙자 쉼터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브릿지는 이 문제점에 착안하여 기술을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정보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브릿지가 1차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인터넷과 정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노숙자 이용 쉼터 이용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이 교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 교환의 매개체와 해당 서비스의 수혜자들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보자. 브릿지 서비스가 필요한 저소득층 주민들과 노숙자들은 대부분 지속적인 인터넷 접근권을 갖지 못하며 제대로 된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영어를 읽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릿지가 내놓은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웹사이트, 어플리케이션, SMS와 같은 일반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거리에 브릿지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하였다. 그림과 음성을 중심으로 누구나 이해하고 사용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탑재하고, 이를 통해 각 노숙자 쉼터에 잘 곳이 몇 군데나 남아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필요한 사람은 이를 예약할 수도 있게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다. 이러한 1차 목표 이후에는, 쉼터 정보에 더해 음식, 쉼터, 재정 관리, 건강, 직업 등 총 다섯 가지 카테고리에 대한 정보와 행동 가이드, 추천, 그 외 관련 자원을 제공하여 이들이 보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목표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런시는 이와 같이 다양한 관점과 역량을 가진 조직과 전문가, 개인들이 모여 도시 문제를 스스로 발굴하고, 해카톤 방식을 통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은 물론, 면밀한 문제 정의와 규정을 통해 가장 적합하고 명확한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을 목표하며, 이 솔루션을 실제 실행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 서비스까지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협력적이면서도 실제적인 임팩트 창출이 가능한 혁신적인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의 힘을 통한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 디자인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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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지역사회를 위해, 세상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흔히 디자인을 생산품 개발이나 단순 미화사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디자인은 세상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데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디자인의 힘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있다. 2012년 시작된 범세계적, 다학제적 디자인 프로젝트 디자인캔두(Design Can Do, 이하 DCD)가 그것이다. DCD는 디자인 사고와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하며, 지역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 사회에 공익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것을 실제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혁신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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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DCD로고와 다이어그램 (출처: 디자인캔두 제공)

 

DCD는 2012년 설립 이후 서울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두 차례의 워크숍을 개최하며 직접 개발한 디자인 프레임워크와 툴킷의 실용 가능성 및 파급효과를 살펴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본 글에서는 지난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개최하였던 워크숍의 사례를 통해 DCD프로젝트를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무지개 도시를 꿈꾸는 케이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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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의 선진화와 경제를 이끄는 선도국가이지만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혼재로 많은 갈등 또한 겪고있는 나라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 당선으로 최초의 흑백연합 정부가 수립 될 때까지 존재했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인종차별 정책은 백인과 유색 인종간의 모든 관계에 대해 극단적인 사회적 분리와 차별을 그 내용으로 했다. 이러한 차별이 공식적으로 사라진지 지 20년이 흘렀지만, 다인종·다민족이 공존하는 ‘무지개 국가(Rainbow Nation)’를 표방하는 남아공에는 아직도 뿌리 깊은 상처가 남아있다. 특히 현재 남아공의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은 백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부유한 도시인 동시에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서 흑인보다 못한 차별을 받았던 유색인(Coloured, 아시안 계)의 주된 거주지였는데, 따라서 인종, 소득, 신분 등에 의해 사람들의 교류가 단절된 형태로 도시가 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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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DCD 워크숍 단계 및 구성 (출처: 디자인캔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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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DCD 툴킷과 매뉴얼 (출처: 디자인캔두 제공)

 

그러나 현재 케이프타운은 역동적인 변화의 파고 속에 있다. 케이프타운 파트너십(Cape Town Partnership)이라는 케이프타운시 산하 기관이 도시부흥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4년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되어 창의혁신 도시로의 도약을 고대중이다. 또 민주화가 된지 20년, 케이프토니안(Capetonian, 케이프타운 주민)들의 의식도 변화하고 있다. 손놓고 정부나 기업의 조치를 기다리던 수동적인 주민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인식하고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능동적 태도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의 초기 단계에서 DCD 프로젝트는 케이프타운의 로컬 단체인 락 시티 파운데이션(Rock City Foundation)과 협력, 변화에 눈뜨기 시작한 케이프토니안들을 이끌기 위해 DCD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을 통해 시민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보다 지역과 밀착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해당 지역의 문제를 풀어보고자 한 것이다. 워크숍은 케이프타운 내 ‘프린지 지구(The Fringe District)’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도심 가까이 위치한 프린지는 문화와 산업이 활발하게 발달한 지역이었으나, 아파르트헤이트 시기를 거치며 주민들의 강제 이주를 겪어야 했고, 그 활발했던 에너지와 지역 정신이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케이프타운은 황폐해진 프린지 지구를 이노베이션 허브로 회생시키고,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착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마라톤 회의? No, 해카톤 스타일의 디자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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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 과정으로 진행된 워크숍의 정식 주제는 ‘프린지에서의 사회 통합(Social Integration at the Fringe)’이었다. 중심부에 위치한 해링턴 스트리트를 기점으로 하여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 공용 공간을 제안하고, 그 곳에서 지역
주민들간의 다이나믹한 교류를 통해 지역사회 통합을 모색하고자 했다. 그 변화의 시작점으로 우선 차량운행을 자제하고, 누구나 비교적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등 비동력, 무탄소 교통수단을 장려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이를 통해 환경 오염을 줄일 뿐만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마주침과 부대낌을 통해 주민들간에 서로 교류하는 기회가 많아지도록 설계하여, 이를 통해 나이, 성별, 인종, 문화 등의 사회적 장벽을 넘어서는 사회통합의 촉진을 목표했다.

2012년 11월 의 마지막 주말, 36시간 과정의 DCD 워크숍을 케이프반도 기술대학교(Cape Peninsula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개최하였다. 사전 공모를 통해 다학제적 전문가 30명을 맥시마이저(Maximizer)로, 디자인 프로세스와 워크숍 진행에 익숙한 6명을 카탈리스트(Catalyst)로 선발하였다. 대학교 졸업반 학생부터 현직 교수, 공무원, 전문 디자이너까지 20대에서 50대를 아우르는 36명의 참가자들은 1명의 카탈리스트와 5명의 맥시마이저가 한 팀이 되어 총 6팀으로 나뉘어진다. 카탈리스트들은 각 팀에서 리더 역할을 담당하는데, DCD 운영진들과의 사전 미팅을 통하여 워크숍의 전반적인 세부사항을 숙지하고 주제에 대해 미리 고민하게 하였다.

DCD 워크숍의 구성은 시작하기(Initiate), 영감 얻기(Inspire), 정제하기(Distill), 아이디어 만들기(Ideate), 발전시키기(Develop), 전파하기(Disseminate)라는 6단계의 디자인 프로세스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자체 개발한 구성이다. 모든 참가자에게 각 프로세스의 내용이 정리된 DCD 매뉴얼과 툴킷을 제공하였는데, 매뉴얼에는 워크숍 도중에 생길수 있는 크고 작은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가이드는 물론, 이후에도 누구든지 자체 워크숍을 개최할 수 있도록 자세한 프로토콜과 기획 방법까지도 상세히 기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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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크로스폴리네이션 다이어그램

 

금요일 오후 6시, DCD와 툴킷, 매뉴얼 소개와 케이프타운파트너쉽의 세부 주제 브리핑으로 워크숍의 첫 단계 시작(Initiate)이 진행되었다. 1분 동안 6개의 이미지로 자신을 소개하는 세션 진행을 통해 참가자들 간의 어색함을 없애고 두 번째 단계인 영감얻기(Inspire)를 시작하였다. 이 단계에서는 주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현 상태를 조사하며 다양한 영감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 팀별로 정보 공유, 콜드브레인스토밍, 현장 야간 답사 이후 팀별로 얻은 영감의 결과물을 취합하여 공감지도(Empathy mapping)를 만드는 것으로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토요일 오전 9시, 크로스폴리네이션(Cross-pollination)을 통해 팀을 새롭게 재편성, 3단계인 정제하기(Distill)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처음 만나는 팀원들에게 각자가 진행한 전날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올바른 질문하기'(Asking Right Questions)를 통해 이를 정리했다.

오후에는 각 팀별로 만들어낸 질문들을 바탕으로 4단계인 아이디어 만들기(Ideate)가 진행되었다. 도중에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면 툴킷에 있는 수평사고(lateral thinking) 카드와 매뉴얼에 있는 여러 가지 프레임워크를 활용하여 생각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이 단계는 각 팀별로 가장 좋은 5개의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그 중 하나를 선별하는 과정으로 마무리 된다.

아이디어 선별 후 일요일 오후까지 24시간 동안 5단계인 발전시키기(Develop)를 진행하였는데,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다시 프린지 현장으로 돌아가 더욱 심도있는 리서치를 진행하고 컨셉을 검증하였다. 각 팀은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다이어그램, 스토리보드, 프로토타입 등을 만들며 각자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이 단계에서 카탈리스트들과 DCD 운영진들은 정기적으로 각 팀별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팀별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였다.

워크숍 중간 중간에는 작업에 활기와 영감을 주기 위한 3개의 미니강연이 진행되었는데, 케이프타운 도시계획 전문가, 프린지 지역 전문가, 그리고 스케이터이자 웨스턴케이프(Western Cape)지역 대중교통 전략 담당 공무원의 강연을 진행하였다. 또한 이해관계자와 만나는 시간(Stakeholders Meeting)을 통해 케이프타운파트너쉽 담당자들, 프린지 지역 주민, 스케이터들을 초청, 각 팀별 아이디어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밤샘작업을 통해 팀은, 모형, 시나리오 영상, 스케치 등으로 결과물을 완성했고, 일요일 오후 3시, 마지막 단계인 전파하기(Disseminate)의 첫 시작으로 심사위원들 앞에서 각 팀의 결과물들을 발표하게 하였다. 케이프타운파트너쉽 및 정부 도심개발담당자들, 도시계획과 디자인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결과물을 평가하기 보다는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지속가능하도록 발전시킬 수 있을지 유용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멘토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발표가 끝나면 수상작을 선정하고 작은 상품을 수여하지만 결과물 경연의 의미가 아니기에 모든 팀에게 수상하고, 함께한 노력에 대해 축하하며 축제 분위기로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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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워크숍 참가자들이 완성한 공감지도 (Empathy map) (출처: 디자인캔두 제공)

 

주말 워크숍을 끝낸 다음 날인 11월 26일 월요일에는 워크숍 참가자는 물론, 케이프타운시 관계자 및 지역 이해관계자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초청된 공개 이벤트로 미니 세미나를 진행하였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팀별 아이디어의 실현화 가능성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발전적인 의견들이 오고 갔으며, 또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자, 후원자를 찾는 기회를 모색하기도 하였다.

워크숍은 끝났지만 변화는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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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결과물로 도출된 아이디어의 실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참가자 36명 개개인의 경험이다. DCD와 함께한 36시간 동안 사람들의 프린지, 그리고 케이프타운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디자인의 힘, 협력의 힘으로 만들어 낸 사회 혁신의 긍정적인 힘을 기억하며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 더 크고 지속적인 사회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실제로 워크숍이 끝난 지 두 달 남짓 지난 현재, 케이프타운에서는 여전히 꾸준한 대화와 교류가 지속되고 있다. 결과물들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지, 어떤 협력 파트너와 얼마의 예산이 필요할지, 좀 더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디자인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케이프타운파트너십이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고 펀딩의 기회를 찾고 있기에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희망적이며, 오랜 기간 동안 지역 개발에 목말라 있던 프린지 지역 상주들에게도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은 큰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DCD는 36명의 케이프타운 디자이너, 건축가, 인류학자, 엔지니어들에게 함께 36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으며, 이들이 스스로 도출해 낸 해결책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시 관계자 와 지역 이해당사자들을 불러모았다. DCD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36명의 카탈리스트와 맥시마이저들은 그들 스스로 체인지메이커가 되어 변화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DCD는 다시 새로운 도시에서 이러한 변화와 희망의 불씨를 마련하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tabs type=”horizontal”] [tabs_head] [tab_title] 케이프타운 프린지 지구 워크숍에 참가한 여섯 팀의 결과물 [/tab_title] [/tabs_head] [tab]

1. 무동력 교통수단 전용도로를 현재 차로에 따라 설치하고, 이를 둘러싼 다섯개 녹지 구역의 단계적 개발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만드는 동시에 지역 내 식량 안전보장(food security) 확보

2. 환경과 지역 비즈니스, 대체 교통수단에 대한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는 커뮤니키 공간을 만들어 해링턴 스트리트를 다방면으로 지속가능한 보행자중심 에코 거리로 개발

3. 무동력 교통수단의 움직임에 의해 소리가 작동되는 구조물을 보도블럭에 설치, 주민들이 통근길을 무대 혹은 놀이 공간으로 즐길 수 있게 하여 대체 교통수단 이용을 장려

4. 해링턴 스퀘어에 이동과 조합, 변형이 가능한 모듈형 공공시설물을 설치하여 필요에 따라 스케이터들의 스테이지로 사용하거나 거리 상점으로 사용

5. 프린지의 유입로인 캔터버리 스트리트를 곡선도로로 변형하여, 차량의 저속운행, 궁극적으로는 차량 유입을 감소시켜 해당 공간을 보행자들의 휴식 공간으로 변화

6. 나무 그늘 아래서 커뮤니티가 형성되던 아프리카의 전통을 반영, 해링턴 스퀘어의 랜드마크로 커다란 인공 나무를 설치하고, 이 곳을 주민들의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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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R 편집부는 본 기사를 진행하며 미국에 있는 DCD 박지원 대표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모든 질문에 꼼꼼하게 멋진 답을 해준 박지원 대표와의 대화를 지면 관계상 많이 편집해야만 했던 점이 매우 아쉽다. DCD의 설립 취지, 활동, 미래 계획과 박지원 대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한 독자들은 이 인터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1. 디자인캔두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가?

 

DCD를 공동설립한 나와 박윤녕씨는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에서 주관하는 ‘차세대디자인리더'라는 육성사업의 2011년 11기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 분야로 각각 선발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2012년, 기존 선발자들의 성과를 평가해 2차 지원자를 재선정하고 최대 1억 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주는 새 프로그램이 시작했는데, 거기에 둘 다 다시 뽑혔고 1억 원이라는 큰 지원금, 그리고 첫 시작이라는 점에 대해 개인 작업보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뜻에 공감하여 이메일과 스카이프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일을 이어나갔다. 이후 미국과 영국에 있던 나와 박윤녕씨는 2012년 4월 뉴욕에서 처음 만나 DCD를 기획했고, 각자의 역량과 전문분야를 어떻게 활용할지 아이디어를 나누다 2010년 참가했던 소셜이노베이션캠프(SiCamp36)의 경험이 떠올랐다. 따라서 해카톤 스타일 워크숍을 제안하게 되었고, 영국 왕립미술학교(RCA)에서 튜터로 계신 박윤녕씨가 이미 학교 내외에서 많은 워크숍을 진행해 왔기에 윤녕씨의 디자인 사고와 방법론에 대한 지식과 나의 사회적 섹터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더해 디자인캔두를 구체화하게 되었다. 

 

2. 디자인캔두의 설립 목표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DCD의 설립 목표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매년 세계 각 도시에서 DCD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 두번째는 이를 바탕으로 워크숍 기획 및 진행에 대한 매뉴얼과 툴킷을 개발하고 배포함으로써 누구나 이를 따라 자체적으로 DCD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DCD 설립 후 초기는 디자인 사고 과정 및 방법론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DCD의 36시간 프로그램과 매뉴얼 개발에 집중했고, 결과물로 나온 버전 1 매뉴얼 툴킷을 2012년 8월 서울 워크숍과 11월 남아공 케이프타운 워크숍에 적용해보았다. 워크숍을 통한 매뉴얼의 발전이 목표기 때문에 두 번의 DCD 워크숍은 조금씩 다른 시도를 하며 진행되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버전 2가 개발되고 있다.  

 

3. DCD의 지역 프로젝트 파트너들은 어떤 곳들인가? 

 

DCD 워크숍의 협력단체는 지역 정부 기관, 역내 비영리 조직 혹은 사회적기업일 수도 있다. 파트너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지역사회 내 영향력 여부이다. 이는 워크숍에 다양한 인재를 섭외하고, 향후 결과물을 전파하고 현실화시키는 능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워크숍 이후에도 그 결과물을 더 발전시킬 의사가 있어야 한다. 결과물을 실제 적용하고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임팩트를 내도록 물질적, 제도적 후원을 해줄 수 있는 곳이면 더더욱 좋다. 이 외 워크숍 장소 제공 등 필요한 후원이 가능한 단체인지, 디자인적 사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등도 고려하는 점이다. 

 

4. 서울 워크숍 이후 케이프타운으로 가게 된 계기는? Rock City Foundation과는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DCD의 사실상 첫 프로젝트였고, 연고가 없는 곳에서 개최하고자 했기에 장소 선정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첫 워크숍을 개발도상국에서 개최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고려했지만 인맥의 한계를 절감했다. 이 와중에 남아공의 Jacques Lange라는 분의 소개를 통해 케이프타운 록시티파운데이션 (Rock City Foundation)의 Suné Stassen과 연결이 되었는데, Jacques는 세계그래픽디자인협회(Icograda)의 회장을 역임한 디자이너이자 교육자로 2009년 본인이 어도비디자인어워드(ADAA) 수상차 베이징을 방문하였을때, 수상자와 수여자로 만나 멘토와 멘티로 인연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이렇게 연결된 Suné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DCD를 믿고 서울 워크숍에 참여해 주었고, 이후 모든 기획이 원활하게 준비될 수 있었다. 또한 케이프타운이 2014년 세계디자인 수도로 선정되면서 현재 정부와 시민들은 디자인이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켜 나갈지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큰데, 이러한 환경적 조건 역시 DCD의 취지와 뜻에 잘 맞아 좋은 워크숍을 기획할 수 있었다. 

 

5. 워크숍을 진행한 케이프타운과 프린지 지구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처음 케이프타운에 도착했을 때, 탁 트인 자연경관 보다 건물들과 수 많은 고급차, 그리고 화려한 백인들의 모습에 놀랐다. 그러나 중심부를 조금 벗어난 곳에 격리되어 위치한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판자집들을 보며 이내 뿌리깊은 도시 내 차별과 구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제도가 철폐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에는 많이 개선되었을거라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DCD 워크숍에 참여한 36명, 자원봉사, 스탭까지 모두 포함하여도 흑인은 단 한명 뿐이었다. 백인은 남아공 인구의 10%에 불과하며, 흑인이 80%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케이프타운에 머무는 동안 만나고 이야기 나눈 흑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흑인들은 아직도 남아공에서 극소수에 불구하며, ‘스트리트 피플 (Street people)’이라고 불리는, 거리에서 구걸하고 노숙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오갔다. 

 

6. 첫 워크숍의 결과물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한 제안이 있었다면?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Design can TRANSCEND 팀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동력 교통수단의 움직임에 의해 소리가 나는 구조물을 보도블럭에 설치하여 주민들이 통근길을 무대 혹은 놀이 공간으로 즐길 수 있게 하여 대체 교통수단 이용을 장려하는 아이디어였다. 핵심은 이 보도블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재질이 다른 다양한 소재를 반복 배치하면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가 지나가면서 속도에 따라 특정 음향을 만들어낼 것이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화음을 만들어 주민간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녁 이후에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위험한 케이프타운에서 작은 이동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범죄를 예방하는 치안 역할도 가능하다. 이 뿐 아니라 어린이가 많이 지나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속도를 감속시키는 소재를, 소음이 줄어들어야 하는 곳에서는 소리를 흡수하는 소재를 사용할 수 도 있다. 디자인으로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공익적인 행동변화를 유도하며, 저예산으로 바로 실행가능한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가장 좋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7. 첫 워크숍의 결과물들이 실제 적용되는 데 있어 어떤 장애물들이 있을까? 그 극복 방법은?

 

DCD를 처음 기획할 때, 후속작업에 대한 고민 중 가장 크게 우려했던 부분은 ‘지속적 참여’였다. 어떻게 보면 서로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 무작위로 엮여 3일 동안 지낸 것이 전부인데, 이들이 워크숍 이후에도 계속 모여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 이끌어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단지 워크숍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경험을 전달하고, 좋은 결과물은 다른 이해 당사자에게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워크숍이 끝난지 두 달가량 지난 지금, 여섯 팀 모두가 프로젝트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물론 거주지가 멀고 본업이 바빠 함께하지 못하는 팀원도 있지만, 대부분이 원래의 팀 구성 그대로 아이디어를 다듬고 발전시키고 있다. 또 케이프타운파트너십이 중심이 되어 후원 업체, 기업,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고, 여섯 팀 모두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사회 혁신 공모전인 ‘YOUR STREET’에 결과물을 출품하는 등 그 가능성과 파급효과를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8.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꼭 해보고 싶은 이슈/지역/프로젝트가 있다면?

 

DCD는 매년 새로운 곳에서 1~2차례 자체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성을 위해 비교적 개발된 곳과 덜 개발된 지역에서 번갈아 개최하고 싶다. 현재 전자로는 북유럽의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미국 남부 지역을, 후자로는 아프리카의 캐냐와 가나, 보츠와나, 인도 등을 고려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DCD는 TED와 TEDx와 같은 모델로 발전하고 싶은데, DCD가 직접 주최하는 워크숍과 더불어 원하는 누구나 DCD의 매뉴얼의 프로세스를 따라 자체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DCD 워크숍을 기획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한다.

 

9.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자인캔두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사고의 방식(Way of Thinking)이다. 총체적 사고(Integrated Thinking)를 통해 기회를 발견(Identifying Opportunities)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질문들(Asking Right Questions)을 던지며 적합한 아이디어를 도출(Generating Ideas)해내는 창의적인 과정(Creative Process)이 디자인이며, 이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찾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 혁신의 툴로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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