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비영리 단체 ‘루트 임팩트(Root Impact)’의 창립자이자 CEO인 정경선. 지금 그는 “사람들이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에 기여하려는 선의와 잠재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이 한줄의 문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하려 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아직은 낯선 ‘전략적 자선(Strategic Philanthropy)’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루트 임팩트의 사업을 통해 그 국내 도입 가능성을 타진해보려 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정경선이라는 개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사회의 문제들과 그가 생각하는 해결방법, 그리고 그가 속한 루트 임팩트라는 단체의 비전과 잠재역량까지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나눔이란,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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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법으로 나눔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눔이란 것에 관심을 두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

어려서부터 항상 어렵고 힘든 분들을 보면 ‘난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떤 특정한 인물을 만나서 감명을 받거나 어떤 상황에서 도와주지 못해 무력함을 느꼈다던가 하는 등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사실 군 전역할 때까지 나눔에 대해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다. 전역 후인 200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일본의 손꼽히는 보험 회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이 CSR 본부를 따로 두고 있었던 점이다. 기업이 CSR을 전략적으로, 자신들의 사업방향과 맞추어 진행하는 것을 실제 목격할 수 있었고, 나눔이라는 것이 단순한 분배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이라는 걸 그때 많이 느꼈다. 그 후 학생 신분으로서 “우리는 이렇게 했으면 한다”는 공익적 성격의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공익적 성격의 행사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말하는가?
인턴이 끝나고 고려대학교에서 쿠스파(KUSPA; Korea University Supporting & Planning Agency)를 만들었다. 대학생들이 입학하자마자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이 너무 팍팍하다고 느껴졌다. 그런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고. 건전한 놀이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기부 같은 것과 연결해서 유의미하게 만들어보자는 의도였다. 쿠스파 활동을 하면서 나눔이라는 것이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고, 기업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는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결과는 어땠나?

쿠스파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내가 떠나고 휴먼라이브러리 라이센스를 받아서 들여오고, 포스트 시크릿도 들여오고, 신문에도 소개되는 등 조직은 잘 되고 있다. 하지만 쿠스파는 대학생 단체였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로만 그 활동 내용이 다소 국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크리에이티브 쉐어(Creative Share)라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재능기부 단체를 만들었다. 크리에이티브 쉐어에서는 대학생 재능기부 공익광고 공모전 등을 이노션이랑 함께 했다. 처음에는 재능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캠페인에 쓰일 포스터, 영상을 공모 받고 이를 이노션에서 심사한 후 인턴십 특전을 줬다. 2년 동안 했는데 특히 두 번째 해에는 사회적기업 광고 공모전을 진행했다. 그게 현재의 이노션 대학생 멘토링 코스에 반영되어 이노션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녹아든 것 같다.

 

어떤 조직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었나?

크리에이티브 쉐어가 도움을 준 경우가 있다. 당시 텀블벅같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마침 콘크리트(대표 이동건)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하는 공익 프로젝트들에 크리에이티브 쉐어가 참여했는데, 그때 용감한 컵케이크를 후원하여 서울대병원 유아병동에 있는 부모들에게 컵케이크를 전달하였다. 전체 목표액 중에서 절반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채우면 나머지 금액은 크리에이티브 쉐어에서 지원하는 방식이었던 거다. 또 차풍 신부님과 함께한 ‘꿈꾸는 카메라’ 등에도 매칭 펀드를 제공했다.

사회문제의 인식 그리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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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나눔재단에서도 일했다고 들었다.

아산나눔재단은 출발부터 다른 재단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외부 압력에 ‘대응하는’ 취지에서 반강제적으로 설립된 다른 대규모 재단들과 달리, 아산나눔재단은 자발적으로 설립된 공익재단이었다. 대부분의 기업 재단은 CSR의 연장선에 있었지만 아산나눔재단은 그룹의 오너들이 내놓은 재단들 중 처음으로 록펠러 재단과 같이 가족들이 뜻을 모은 재단이었다. 나는 10년에서 20년에 걸쳐 오랫동안 진정성 있는 나눔 활동을 하며 의미있는 사회적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다른 고액기부자들을 설득하는 게 꿈이었는데, 아산나눔재단은 이러한 내 꿈을 20년 일찍 달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반가워하면서 합류했었다.

 

본인의 소망과 그 취지가 유사한 재단이 설립되었는데, 루트 임팩트를 따로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산나눔재단에서 활동하면서 한계를 많이 깨달았다. 조금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싶었다. ‘대외협력을 주체적이고 중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체여야 하겠다’는 생각도 루트 임팩트를 만들게 된 동기였고.

 

학생 때의 동아리 활동이나 일본 기업에서의 인턴, 아산나눔재단 활동 등이 루트 임팩트의 창립 기조나 미션에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한다. 루트 임팩트의 미션을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비전은 ‘Everyone can drive your change’이고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재 육성인거지. 인재 육성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많다.

 

그렇다면 루트 임팩트의 미션이 사람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어떤 사회문제가 있기 때문인가?
나는 모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세상을 합리적이고 윤리적이며, 상호존중하고 배려하는 곳으로 만들려면 특정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난 슈퍼맨도 아니고, 엄청난 사람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을 때, ‘역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흔들림 없는 신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그 사람들이 진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루트 임팩트의 미션이 되었다. 굳이 제일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꼽자면, ‘조금만 도와주면 중요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타인들은 왜 이렇게 무심한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무심함, 즉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도우려고 하지 않는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이는 인식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리더들을 육성하면서, 인식도 바꾸는 것인가?
인식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물론 사람이 절대 쉽게 바뀌진 않지만, 대부분의 무관심한 대중들이라고 하더라도 사회를 위해 선의를 발휘할 생각이 전혀 없는 이들은 적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어떠한 형태로든 선의를 가지고 있고 세상이 좀 더 나아져야 한다는 바람이 있지만, 사회적인 구조를 의심하면서 착한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무심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잘 해결해 나가고, 또 대중들이 그런 스토리들을 충분히 접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100년이 걸리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시작은 지금 이 상황에서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의 전환에 관해 많은 사람은 회의적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을 수도 있는데.
단적으로, 인식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부모님을 통해 확인한다. 우리 부모님께서는 도덕적인 잣대도 확실하시고, 관념도 확실하신 분들이다. 항상 책임감 있는 삶을 강조하신 것은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에 이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굉장히 회의적이셨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가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렸고, 조금씩 내가 도운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 또 내가 하는 활동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반응이 있는 걸 보시면서 호의적으로 변하시는 것 같다. 이제는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보시면 먼저 이야기 해주시고 그런다. 이런 식으로 주변에 있는 (부모님 같은)분들도 인식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의 가능성을 발견한 거다.

 

비영리 섹터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영리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현재는 비영리 섹터에서 일하고 있다. 양쪽에서 다 일해보니까 체감상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비영리 섹터와 영리 섹터의 전반적인 간극이 너무 넓다. 영리 섹터 분들은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안목이 더 뛰어나다. 비영리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한 해 운영수익을 충당하는데 바빠서 뭔가 깊이 있는 역량 강화나 개발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고. 그만큼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영리 섹터의 많은 분을 만나면서, 비영리 섹터가 발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 같은 것을 받은 적이 있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많은 대학생들이 비영리 섹터에서 직업을 갖는 것을 하나의 진로로서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도 마찬가지고.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루트 임팩트 팀원들을 보면서도 많이 느낀다. 화려한 영리 기업에 있던 친구들이 당장의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 하고서도 루트 임팩트로 올만큼 비영리 섹터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거니까.

선한 인재와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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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어떻게 데려왔나?

크게 3가지 정도를 약속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원하는 일들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것. 두 번째로는 조직을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마지막으로는 비영리라고 꼭 배고프게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루트 임팩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루트 임팩트는 비영리 단체들 중에서도 처우가 후한 편일 거다. 혹독한 업무 시간은 지양하겠다 했는데, 지금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웃음)

 

루트 임팩트의 비전과 미션, 그리고 대표님의 생각에 팀원 모두 이견이 없나?

정도의 차이는 물론 있다. 왜냐면 인재 육성이라는 것이 직접 사업이 아니라 굉장히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Everyone can drive your change’라는 대전제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어떤 팀원은 우리가 조금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길 원하고 또 어떤 팀원은 나처럼 중개자 성격을 가지고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하고. 이 정도의 차이는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선한 인재의 정의는 무엇인가?
선한 인재가 꼭 자기 희생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기 혼자만이 아닌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일들을 위해 고민하고, 그것을 실제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게 선한 인재,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런 선한 의지를 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재들을 모아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도 중요한 일 중의 하나겠다.
그렇지. 사실 사람을 가려내는 게 항상 고민이다. 사람 보는 눈을 키우는 게 너무나 중요해서, 아쇼카에 거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갖고 있다. 아쇼카는 어떻게 하길래 그런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는지, 그게 정말 탐이 난다.

 

향후 다양한 조직들과 협업도 기대된다. 특히 영리 분야의 기업들과는 어떠한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을까? 혹시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있나?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많다. (웃음) 기업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랑 연계해서 제안하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다. 상징적이면서도 기업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적 효과도 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걸로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은 루트 임팩트가 직접 기업과 파트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파트너인 단체들을 매칭하는 코디네이팅 역할을 하게 될 텐데, 양쪽의 니즈를 모두 고려해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사회적기업 쪽에 특히 집중할 거다. 자체적인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할 수록 사회에 더 큰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적기업 모델을 만들고, 여기와 함께 갈 수 있는 기업과 사회적 기업간의 건강한 파트너십 모델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록펠러 재단, 아쇼카 재단과도 활발한 교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나?
곧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데, 아쇼카와 루트 임팩트의 한국의 비영리 섹터 역량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올 것 같다. 아쇼카 측에서 제안서 초안을 보내왔고, 이에 대해 우리의 피드백을 주며 다시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다. 록펠러 재단과는 얼마 전에 처음 만났다. 우리는 처음 RPA(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s)와 인연이 더 깊었다. RPA는 3월에 처음 소개를 받았고, RPA가 루트 임팩트와 굉장히 비슷한 단체라 생각했다. 아주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그쪽에서도 아시아 쪽의 추가 고객후보군들을 소개해줄 수 있는 단체로 우리를 생각해서 매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계속해서 교류하다 지난 방문 때 RPA에서 록펠러 재단 쪽을 소개해줘서 록펠러 재단의 센테니얼 프로그램(100주년을 정리하고 다음 100주년을 준비하는 이니셔티브)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 마이어스 씨를 뵀다. 그분도 이제 한국에서 이러한 움직임들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보이며, 이를 록펠러 재단이 도울 수 있다면 굉장히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또 이분께서 록펠러 재단에는 현재 ‘Enabling Environment for Innovation(EEI)’이라는, 사회혁신을 가속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을 목표하는, 어떻게 보면 루트 임팩트와 그 취지가 유사한 이니셔티브가 진행되고 있는데, 거기 담당자분을 소개해주셨다. EEI와 한국에 있는 루트 임팩트가 어떻게 협업을 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것도 이번 출장의 목적이다.

 

그동안 한국에 RPA나 록펠러 재단의 사업이 왜 없었을까?
확실히 한국 자선 사업 분야에서 대표적인 사람이 없는 것도 한 몫했다. 록펠러 재단에서도 굳이 자신의 관심을 끄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쪽에 먼저 접근할 이유도 없었을 거다. 또 한국이 지나치게 빠른 성장을 하면서 해외 재단들이 국제개발 원조를 하기에는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았고. 하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한국이란 나라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어쩐지 한국이 해외의 기대에 상당히 모른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웃음)

전략적 자선은 관심과 애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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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임팩트가 생각하는 전략적 자선이란 것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사전이나 록펠러가 말하는 것이 아닌, 대표님이 생각하는 전략적 자선이란?

자선 사업가 등 자선 활동의 주체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그것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서 기부하는 것. 그게 전략적 자선의 기본이고,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하려고 아무 단체에나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어떤 사회문제를 꼭 해결해야 하겠고, 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을 선택하고, 기금을 어떻게 집행할지 기획하고, 잘 됐는지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 전략적 자선이라는 게 절대 쉽지만은 않을 거다. 국내에 도입하는데도 오래 걸릴 것 같고.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여라”는 덕목을 너무나 강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좋은 일에 돈 줬으면 됐지,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지 내가 일일이 알아야 하느냐, 하는 식인거지. 그런데 이건 감시 감독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돈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자신의 기금으로 사업이 좋은 성과를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다시 기부가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전략적 자선이란 개념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어떤 변화의 기회를 봤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소셜 이노베이터로 활동하는 데 있어서 오미디야르 네트워크(Omidyar Network)와 스콜 재단(The Skoll Foundation)이 보여준 전략적 자선에 입각한 활동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들 조직은 사람들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새롭게 정의해서 나아갈 방향,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그들은 기존에 존재하던 자선 활동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대신, 사회문제를 보면서 “이런 식으로 갔다면 더 좋은 해결책이 되었을 거다”라는 고민을 깊이 했던 것이다. 록펠러 재단 같은 경우 이사진 중에 록펠러 가문 출신은 한 명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중립멤버로 구성 되어있는데, 그분들 같은 경우에도 재단에서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이러한 활동들이 단순히 록펠러 가문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이들에게 있어 록펠러 재단을 일종의 지렛대이며, 이들은 이 지렛대를 어떤 방법으로 활용하면 더 많은 사회의 플레이어들과 연계해서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서 항상 1년 이상 고민 하고,
3년 이상 함께 활동하며 평가 하고, 앞으로 더 지속할지 말지 결정한다고 하더라. 소셜 임팩트의 극대화에 집중하는 이들의 이러한 접근 방식을 보면서 전략의 중요성을 배웠다. 록펠러 재단이 학계, 정계 등 굉장히 여러 영역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지렛대 삼도록 해주고, 필요한 곳에 기금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흐름을 조성해 내는 것 보면, 재단의 진정한 전략적 운영이 어떤 것인가를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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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임팩트가 사업을 잘 유지하고 소개하는 것과는 별개로 전략적 자선은 기존 기부 문화와 양립하지 않을까 하는데. 전략적 자선으로 인해 국내 기부문화나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사실 우리나라 대중들은 어느 정도 싱크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자선이란 개념이 들어와서 성공사례를 몇 개 만들어 내고, 그중에 굉장히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분들의 예시가 몇 개 나오고 나면 굉장히 유행을 탈 것 같다. 전략적 자선의 가장 큰 위기 사례는 그때가 되겠지. 전략적 자선을 이름을 빙자하여 기업에 가까운 형태로 재단을 운영하고 영리적인 평가지표를 가지고 비영리를 재단하는 일들을 재단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 같은데, 그때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사회적 미션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그러면서도 전략적인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전략적 자선 쪽으로 많이 흘러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전략적인 자선으로 다 옮겨올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누군가는 기존 형태의 ‘여러분의 선의를 믿고 드립니다’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 절대 나쁜 건 아니다. 그분들까지 굳이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보다 전략적 자선의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는 건 확실한 거고.

 

전략적 자선과 관련된 여러 활동, 가령 자문 등을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낯설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 본 방법이 특별히 있나?
그래서 우리는 접근방법을 달리했다. 전략적 자선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지금부터 조언이나 자문을 하기보다는, 전략적 자선의 성공 사례들을 먼저 만들어내는 것으로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보완했다. 초기에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시의적절한 지원을 제공해 그들이 잘되는 케이스를 만들어서, ‘이런 게 바로 전략적 자선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고 나면, 다른 분들도 진입을 하실 거라 생각한다.

 

전략적 자선에 초점을 맞췄던 이유가 있나?
초기 사업 구상 할 때 전략적 자선에 집중했던 이유는, 이 전략적 자선에 공감하고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개인들이 바로 내가 가장 잘 끌어올 수 있는 자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전략적 자선을 통해서 굉장히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것 같은 분들이 많으니까, 우리가 가진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임팩트 비즈니스의 ‘뿌리 깊은 나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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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 임팩트에서 가장 근래에 벌어질 일은 무엇인까?

곧 임팩트 스퀘어, 딜라이트와 함께 사회 혁신가들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인 허브 서울(HUB Seoul)을 선릉에서 런칭하려고 한다. 딜라이트 김정현 대표가 인큐베이팅한 소셜 벤처 두 팀이랑, 우리가 인큐베이팅 하고 있는 소셜 벤처 한 팀을 포함해서. 이런 소셜 섹터를 위한 각종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구현할 수 있는 장소를 일단 오픈할 예정이다.

 

루트 임팩트의 최종목표, 마지막 사업모델은 무엇인가?
플랫폼이다. 앞서 말한 허브는 오프라인 플랫폼이고, 온라인 플랫폼도 생각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비영리 플랫폼들이 특정 기능들(크라우드 펀딩, 기부, 재능기부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커뮤니티 성격을 강화해서 자기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 정말 활발하게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서로의 이야기가 공유되는 장을 만드는게 가장 큰 목표다. 거기에 있는 아이디어들이 오프라인에서 현실화되는 장이 바로 허브였으면 한다.

 

그곳에서 착한 인재 육성을 비롯한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
인재를 인위적으로 육성한다기 보다는, 육성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거다. 그래서 사실 아쇼카 펠로우 등의 외부 플레이어들을 유치하는데 관심이 많은 이유가, 이 모든 것을 우리가 다 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런 플레이어들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 장이 활성화가 될테니까. 그래서 앞으로도 항상 외부 조직과의 협업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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