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오스트리아 제 2의 도시이자 전세계 문화 중심지 중의 한 곳인 잘쯔부르크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바로 잘쯔부르크 글로벌 세미나(Salzburg Global Seminar, 이하 SGS로 표기)가 주관한 “Value vs. Profit: Recalculating ROI in Financial and Social Terms”세션으로, SGS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아젠다를 선정하고, 관련 분야 내 영향력 있는 리더들과 조직을 전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초대하여 연간 약 20-30회의 개별 주제를 가진 세션을 개최하고 있는 미국의 비영리 조직이다. SGS의 미션은 “글로벌 문제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그리고 미래의 리더들에게 질문을 던진다(challenge present and future leaders to solve issues of global problems)” 정도로 번역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슈들은 크게 예술 및 문화, 교육 및 지속가능성, 글로벌 경제, 건강 및 보건 혁신, 지역 개발 및 세계 안정, 평등 및 인권 등의 분야에 걸쳐있다.

임팩트스퀘어의 멤버이자 IBR 편집부의 일원인 필자는 특별한 기회를 통해 SGS의 497번째 세션에 참가하게 되었다. “Value vs. Profit: Recalculating ROI in Financial and Social Terms”라는 제목으로 열린 본 세미나는 사회적 편익을 위한 모든 종류의 활동을 각각 수익이라는 재무적 가치와 투입 대비 창출된 사회적 임팩트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무엇보다도 임팩트 비즈니스 필드에서 관찰되고 있는 거의 모든 이슈, 즉 임팩트 투자, 임팩트 평가, 공유가치창출, 비영리 혁신, 사회적기업, 관련 정책 연구 등의 다양한 측면들을 폭넓게 논의하는 매우 유익한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접하던 해외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실제 연사로 만나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정말 흔치 않은 기회기도 하였다. 지금부터 전 세계 16개국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으로 구성된 40여명 참석자들과 10여명의 헌신적이고 따뜻한 세미나 스태프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4일 동안의 기록을 핵심만 간추려 시간순서대로 독자들과 공유코자 한다.

첫째날 오후: 환영 및 오리엔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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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인 10월 13일 토요일 오후부터 SGS의 497번째 세션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SGS의 대표 프로그램 디렉터인 클레어 샤인(Clare Shine)의 환영 인사로 시작된 세션은 우선 SGS의 역사와 특성을 간단하게 소개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마셜 플랜과 같은 경제원조가 아닌 지식의 보급과 의식의 고양과 같은 보다 높은 차원의 지원이라는 생각에 의기투합한 세 명의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시작한 이벤트로 출발한 SGS는 현재 60여년이 넘는 역사를 지속하고 있다. 여러 재단과 기업의 후원, 그리고 세미나 참가비 등을 통해 조직이 운영되고 있지만, SGS는 특이하게도 각 세션의 스피커에게 여태껏 한 번도 연사료를 지급한적이 없다고 한다. 이는 잘쯔부르크의 가장 유서깊고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인 레오폴스크론 성(Schloss Leopoldskron)에서 세미나 참석자들이 다함께 지내며 서로 친목을 쌓는 동시에 심도 깊은 사고와 토론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활동이 그만큼 가치를 갖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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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도(landscape)그리기로 시작한 세미나. 한 테이블의 결과물.

 

이어지는 클레어의 설명에 따르면 SGS가 특히 최근 몇 년간 집중하는 이슈는 “분야를 아우르는 혁신”이다. 특히 이번 세미나 기획의 근간이 되기도 한 “변화의 촉매제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은 첫날부터 참가자들에게 일종의 숙제로 던져졌다. 선함에 기초한 전통적인 자선 활동에서부터 수익 창출에 대한 동기를 근간으로 하는 투자 활동까지, 혹은 사회적 편익을 위한 서비스를 전통적으로 제공해온 비영리 영역에서부터 경제적 이윤에 기반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활동이 현재 임팩트 비즈니스 스펙트럼에 혼재된 가운데, 이 안의 움직임들을 이해하고 변화의 방향을 예측하며 아울러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SGS의 이번 세션에서 규명해 보고자 한 것이다.

환영 인사와 SGS의 간단한 소개 이후 프로그램 디렉터인 낸시 스미스(Nancy Smith)가 주도한 오리엔테이션 세션은 “Reviewing the Landscape: The Business of Producing Social Good”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이 세션에서 참가자들은 세션 제목 그대로, 현재 참가자들이 “사회적 편익(social good)을 창출하는 활동”영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표현하는 지도를 각 테이블 별로 그리고 그 위에서 각자가 어느 곳에 위치하는지 설명하라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각 테이블 별로 재미난 그림들이 쏟아졌고, 어떤 팀은 그림대신 재치있는 율동으로 내용을 표현하며 참가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각자 선보인 구체적인 형태와 표현 방법은 달랐지만, 모든 팀의 발표 내용에서 드러난 분명한 공통점은 사회적 편익을 둘러싼 지형이 플레이어 간 그 역할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던 과거의 이분법적이고 경직되어 있던 모습에서 점차 여러 분야에 걸쳐 발생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흐름들로 인해 조금씩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첫날 오후의 환영 및 오리엔테이션 세션이 끝나고, 세미나 참석자들이 머무르는 레오폴스크론 성의 간단한 투어가 이어졌다. 이곳은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저택으로, 20세기 초반 독일의 유명한 연출가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있고 유명한 축제인 잘쯔부르크 음악축제의 설립자인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가 소유하던 사저였다고 한다. 라인하르트와 그의 아내는 이 저택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복원하였지만 세계 대전이 발발한 이후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고, 이후 라인하르트가 별세하고 빈 집으로 남았던 이 곳을 SGS의 창립자들이 라인하르트 미망인으로부터 사들여 오늘날 SGS 거의 대부분의 세션을 여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곳은 사실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촬영지로 더 유명한데, 실제 영화가 오스트리아에서 촬영될 당시 SGS의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SGS측에서 저택 내부의 촬영을 금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택의 아름다운 외관은 영화에서 대령의 집으로 소개되었고, 저택 내부의 가장 화려한 곳인 베네치안 룸은 제작사에서 그대로 복제하여 따로 영화의 무도회 세트로 만들었다고 한다. 잘쯔부르크의 유명한 사운드오브뮤직 투어 버스가 저택 바로 앞 호수 건너편에 매일 관광객을 내려다 놓는 풍경을 보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었다.

둘째날 오전: 소셜 섹터 비즈니스 발전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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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에는 독일의 비영리 단체 전문 평가 조직인 PHINEO의 CEO 안드레아 리케르트(Andreas Rickert)와 미국 FSG의 Managing Director인 카일 피터슨(Kyle Petersen)이 주도하는 “Improving Social Sector Business”라는 세션이 있었다. 정보와 데이터 수집을 통한 비영리 조직의 활동 성과 분석 그리고 이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 PHINEO의 활동에 대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또 카일 피터슨이 소개한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의 개념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소셜 섹터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또 목표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정보와 데이터가 그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할 수 있는 구조와 성공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션의 주요 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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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네슬레의 존 비(왼 쪽), 플로어에서 질문하는 매튜 버숍(오른쪽)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이 이날 오전이었던만큼 전반적인 토론과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그리고 모더레이터가 이를 셋팅해 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첫번째 세션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모더레이터 역할을 맡았던 카일 피터슨은 이슈에 관계가 있을 법한 사람들을 바로바로 앞으로 불러내거나 직접 질문을 던지면서 논의에 모든 사람들이 깊이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미국 뉴욕에 위치한 기관 투자자들간의 트레이딩 네트워크 조직인 Liquidnet에서 필란스로피 관련 사업 분야의 대표를 맡고 있는 브라이언 월시(Brian Walsh)가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였고 이후 세션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의 활동과 발표 중 인상에 남았던 것은 정보라는 단순한 조각이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최종 목표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데이터가 정보로, 정보는 지식으로 다시 전환되고 인사이트로 발전, 결국 이 인사이트가 더 나은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에 최종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따라서 최대한의 성과를 달성하고 보다 효과적, 효율적인 소셜 섹터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같은 기초적인 자료들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취합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언뜻 듣기에는 매우 간단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소셜 섹터에서, 특히 국내 현장에서 특별히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이라 생각되었다. 데이터에 기초한 정보의 생성, 정보를 통한 지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결국 조직의 학습, 역량 강화, 문제 파악 및 개선에 필요한 유용한 인사이트를 마련해주는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서비스와 조직에 대한 정보화 작업이 다소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소셜 섹터 내 조직들이 얼마만큼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받을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벗어나, 조직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가장 효과적으로 이것을 전달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으로 관점을 이동하는 중요한 포석이 될 것이다.

둘째날 오후: 사회적 편익 창출의 동인이 되는 기업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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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Business as a Driver of Social Good”이라는 제목으로 네슬레의 Public Affairs Communications Manager인 존 비(John Bee), 웨스턴 유니언 재단의 Social Ventures 사업부분 Vice President인 탈리아 보쉬(Talya Bosch) 등이 카일 피터슨이 진행하는 세션의 패널로 참여하였다. 패널들이 속한 조직들이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 전략인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 이니셔티브를 적극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오간 시간이었다.

네슬레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CSV 사례이기에 설명을 생략한다. 다만 비교적 덜 알려진 웨스턴 유니언의 케이스는 최근 CSV에 주목하고 있는 국내의 많은 금융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판단되어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웨스턴 유니언은 전 세계 200여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송금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로, 기업의 거래처로 지정된 곳에 가면 누구나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인도의 시골 마을의 가게에서도 계좌가 없는 사람들이 송금/출금과 같은 기초적인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웨스턴 유니언은 스스로를 미션 중심 기업(mission-driven company)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정체성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공유가치창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탈리아는 금융기관으로서의 CSV활동은 결국 더 혁신적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라 밝힌다. 다만 이러한 활동과 가치가 기업 본연의 활동과 강력하게 연계가 되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그녀는 고객들의 니즈, 그리고 경영 환경을 면밀히 살핀 뒤 가장 연관성이 높은 활동을 발굴하고, 스코어 카드 통합(scorecard incorporation) 등의 방법을 통해 조직의 전략과 활동 목표를 직원들의 지속가능성 성과지표와 연계시킬 것을 주문한다. 또한 내부 교육과 아이디어 경쟁 등의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조직 내 CSV 목표에 대한 통일된 이해와 헌신적인 몰입(engagement)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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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FSG의 카일 피터슨(좌), PHINED의 안드레아 리케르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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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모더레이터를 맡은 라지 타모터람

 

동 세션에서 많이 등장했던 단어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와 의도(intention)라는 표현이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과연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있는가? 공유가치가 창출된다고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업이 영위하는 활동들 중 지속가능성이 결여되는 부분을 다른 활동으로 보충(off-set)할 수 있는가? 토론 내내 이러한 질문들이 플로어와 패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는데, 비즈니스로 CSV를 실천하고 있는 패널들은 이들의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경제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창출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트레이드 오프가 아니라고 답하며, 기업들이 이에 대해 얼마만큼의 의도를 가지고 노력을 기울이는지가 CSV 성공의 핵심 조건이라고 답하였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그 의도(intentionality)와 노력(commitment)을 어떻게 조직 내에 불러일으킬 것인지, 즉 어떤 인센티브를 통해 이를 조직 내 부서간, 산업 내 기업 간, 나아가 지역과 국가까지 다양한 범위와 스펙트럼에 있어 비즈니스의 활동의 책임, 지속가능성, 혁신 등에 대한 당위를 공유할 수 있을지 그 방안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러한 의문을 다른 이들도 공유하였는지 곧이어 좋은 기업/나쁜 기업을 구별하는 것의 정당성, 혹은 정부의 정책 아젠다 설정을 통한 해결책 모색 등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셋째날 오전: 임팩트 투자의 잠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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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3일째인 15일 오전에는 “The Power of Investors?”라는 주제의 세션이 열렸다. 동 세션에서 오고간 많은 이야기들이 IBR 파일럿호의 주제이기도 한 임팩트 투자와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필자가 특별히 흥미있게 경청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세션의 패널은 UBS에서 Global Philanthropy and Values Based Investing 부서의 대표를 맡고 있는 마리오 마르코니(Mario Marconi), 비영리 조직에 대한 정보 서비스를 통해 미국 비영리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미국 가이드스타의 설립자이자 현재는 F.B. Heron Foundation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아서 버즈슈미트(Arthur “Buzz” Schmidt), 그리고 투자 자문 전문가이자 투자자, 학계 및 다양한 섹터의 국제 네트워크인 The Network for Sustainable Financial Markets의 대표 라지 타모터람(Raj Tamotheram)이 맡아 주었다. 각 패널은 각자의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 투자자와 현재 투자 시스템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임팩트 투자의 잠재력을 실현시키기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이끌어 나갔다. 우선 라지는 2010년에 있었던 BP의 원유시추시설 사고 사진을 슬라이드로 띄우며 세션을 열었다. 엄청난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 가치로 표현되는 BP의 기업가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그래프를 보여주며 재무적 가치가 과연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를 정당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어 올해부터 조직에서 임팩트 투자 펀드를 본격적으로 마련했다는 마리오는 임팩트 투자 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양극단으로 대비되는 투자자의 성향 차이를 들었다. 임팩트 투자라는 새로운 조류에 대해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듯 보이지만 아직도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는 단기간의 견고한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순수 투자 관점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관심을 제쳐두고 본인의 관심에 따라 자선이나 기부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이후 버즈는 실제 자산의 소유자가 아닌 전문 운영 대리인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분리(detachment)로 인해 재단과 같은 대규모의 기관 투자자가 임팩트 투자 필드를 충분히 이끌어주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분야 내 중간 기관(intermediaries)들 또한 새로운 모델이나 혁신에 대한 유인이 부재하기 때문에 느린 발전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투자 여력을 갖춘 재단과 기관 투자자는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중간 기관의 인프라가 서로 유리되어 정체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임팩트 투자에 대한 활발한 담론과 관심에 비해 해외에서도 아직 실제 성과와 케이스가 많이 발굴되지 않았음을 알게 해주었는데, 이후 세션에서는 이러한 이슈들의 해결방안에 대해 패널과 플로어 간의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이 중에서도 마리오가 제기한 투자자 스펙트럼의 접점 찾기는 결국 임팩트 투자라는 새로운 투자 자산을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어디에 위치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에 대한 당위를 투자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에 대해 답을 찾는 논의로 발전하였다. 또 이 과정에서 임팩트 투자에 앞서 출현했던 대안적 투자 전략들, 대표적으로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SRI)와 같은 투자 분야도 아직 충분히 개발과 평가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선발적 대안 투자가 아직 전체 시스템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점 또한 임팩트 투자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보다 지속가능한 대안적 투자에 대한 시장 요구가 어느때보다도 높다는 점, 또한 아시아 투자 시장의 부상, 선도적인 플레이어들의 인프라 투자, ESG 성과 분석 매트릭스의 지속적인 진화 등과 같은 여러 현상은 임팩트 투자의 밝은 미래를 점치게 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임팩트 투자 분야의 견고한 발전과 진화는 기존의 대안적 투자 수단의 성숙화 작업과도 관련있으며, 젊은 세대와 민간 투자자, 이 각 두 부분에서 나오는 리더십 또한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렀다.

한편 버즈가 제기한 재단 및 기관 투자자에 대한 이슈는 이들의 임팩트 투자에 대한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규제와 인센티브의 적절한 활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의 마인드셋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 되었다. 여기서 마인드셋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기존에 진행하던 선한 활동 혹은 투자에 더욱 헌신하고 많은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활동이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하는지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인식하는 일이다. 또한 이는 수익과 임팩트 간의 연결 고리를 찾는 작업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결국 이러한 가치 확인과 분석 작업의 결과물은 다시 올바른 규제와 인센티브의 근거를 마련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선순환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기초가 된다. 이러한 논의 후 규제와 인센티브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플로어로부터 쏟아졌다.

셋째날 오후: 정책 및 기타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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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열띤 세션을 뒤로하고, 오후의 마지막 공식 세션에서는 지난 이틀 동안 제기되었던 여러 질문들에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Policy Tools and Other Mechanisms”로 이름붙여진 이 세션에는 웨스턴 유니언 재단의 탈리아와 함께 스탠포드 대학의 방문 교수이자 자선 및 기부 컨설팅 전문 조직인 Arabella Advisors의 매니징 디렉터인 루시 베른홀츠 (Lucy Bernholz), 그리고 이코노미스트 뉴욕 오피스 편집국장이자 «박애자본주의(원제: Philanthrocapitalism)»의 저자인 매튜 비숍(Matthew Bishop)이 패널로 나섰다. 

우선 루시는 정책 환경의 근본적 속성에 대한 코멘트로 논의를 시작했는데, 최근 이슈가 되는 비영리, 자선 분야의 성과 측정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비영리 및 자선 분야 플레이어들의 활동과 성과에 대한 보고는 과연 어떤 이해 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 또한 이들을 다스리는 정책과 규제, 법률적 영역(domain)은 대개 그 관할 해당 부처와 기구가 서로 다르고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여, 종종 각각의 룰이 서로 유리되어 충돌을 일으키거나 불필요한 낭비를 초래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인센티브 지급 혹은 세금 혜택 등 전통적인 프레임워크에 근거해 기존과 유사한 정책을 하나 더 내놓는 것보다, 대안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을 통해 변화를 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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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필자가 속한 워킹그룹에서 마지막 날 그린 지형도

 

그녀는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의 환경 변화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두 가지를 든다. 그 첫째는 바로 디지털 컨텍스트의 보편화다. 자선 섹터는 전통적으로 대중들에게 활동을 알리고 기부금을 모집하는데 우편과 전단지를 활용하였으나 이제는 아무도 우편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에 자선 섹터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한 두번째 요소는 법률, 규제 영역의 다층화와 복잡화이다. 루시는 자신이 거주하는 샌프란시스코에만 세 곳이 넘는 카셰어링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필자가 이후 찾아본 결과, 세 곳이 아니라 무려 네 곳이나 된다! City Carshare, Zipcar, Relayrides, Getaround가 그들이다) 이 조직들은 각각 상장 거래 기업, 비영리 조직, 그리고 B Corp 인증 기업으로 조직의 법률적 지위가 모두 다르고, 따라서 각기 다른 규제와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예는 더이상 사회적 편익을 생산하는 데 있어 기존의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이 무의미하며, 보다 창조적인 모델과 사례를 확장하는 데 있어 B Corp과 같은 하이브리드 법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그녀는 거시적 환경의 변화와 이 흐름 안에 숨어있는 잠재적인 혁신을 일깨우고 확산시키는 것이 참된 정책의 역할이며,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접근 방법과 마인드셋에서 벗어나 실제 필드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기저의 동력을 파악하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받은 매튜는 정책 디자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정책 도입을 통해 무엇을 레버리지할 것인지 파악하는 일에 달려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편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정책은 크게 자선과 비영리 섹터, 기업, 정부, 그리고 대중의 오피니언 이 네가지를 레버리지할 수 있는데, 이 레버리지의 도구로는 자본, 법률 및 규제, 세금과 보조금, 리더십과 창출 가치 이 네 가지로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레버리지의 대상이 되는 영역과 그 도구에 대한 가벼운 소개 이후 매튜는 최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가치 측정(measurement)에 대한 흥미로운 논지를 제기해주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처한 경제 위기는 경제와 사회가 생산하는 가치를 측정하는 기존의 방법이 다양한 종류의 위험과 경고 신호를 보여주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오늘날 경제적 생산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로서 거의 절대적인 권위를 갖는 국내 총생산(GDP) 지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경제 상황을 보다 잘 표현하는 데이터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간 GDP는 세계 경제에 내재된 불안 요소를 드러내지 못하였고, 그 결과 오늘날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발전을 모두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측정 툴을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최근에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현상을 완벽히 담아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최대한 통합적인 관점을 적용해 다양한 가치와 리스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된 측정 프레임워크는 자본주의의 전환점을 맞은 오늘날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넷째날 오전: 워킹 그룹 발표 및 전체 세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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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과 셋째날에는 오후 세션 이후 지정된 워킹 그룹끼리의 토론이 이루어졌다. 약 7-8명으로 구성된 워킹 그룹 세션은 그날 오전/오후 세션에서 이야기 된 내용들을 각자의 분야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그리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변화의 지렛대(lever)를 무엇으로 꼽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의 결과물을 마지막 세션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마리오 마르코니(Mario Marconi)와 루시 베른홀츠(Lucy Bernholz), 그리고 경영학과와 사회학과 교수, 글로벌 비영리 조직의 재무 관리자와 경영대학원 학생, 기업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등 실로 다양한 참가자들로 이루어진 그룹에 배정되었다. 우리는 세미나 측에서 나누어준 질문들의 답을 구하는 대신 기존 세션들이 암묵적으로 가정했던 논리들, 즉 “자선은 전략적, 성과 중심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혹은 “기업의 경영 활동은 공유가치창출 혹은 사회책임 활동 등으로 그 부정적 임팩트를 상쇄시킬 수 있다” 등과 같은 기초 전제들을 완전히 새롭게 뒤집어 보면서 첫 날 시도했던 지형 그리기를 새롭게 시도해 보았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온 마지드의 훌륭한 그림 솜씨를 빌려 우리는 3일간 오갔던 모든 논의를 담아내는 지도를 새롭게 완성할 수 있었고 이를 마지막 세션에 결과물로 발표하였다. 그림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오른쪽 맨 위의 분리된 지역에는 고층 빌딩으로 표현된 큰 기업들이 있다. 기업들과 구불구불 연결된 길에는 공장도 있고 기업을 둘러싼 압력 집단과 학교도 존재한다. 사회적 편익을 창출하는 필드는 아래쪽 가운데 큰 섬으로 표현되었다. 그 섬에는 깡마른 사람들로 표현된 수혜자들, 사회적기업가들과 일부 사회책임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교회로 표현된 비영리 단체들도 있다. 이 섬은 아직까지 전체 그림과 유리되어 있으며, 섬 아래쪽에 놓인 작은 다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출입하는 유일한 경로이다. 섬 외부를 둘러싸고는, 공장과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있고, 배에 물음표가 그려진 뚱뚱한 사람들도 있다. 이 물음표는 우리 그룹의 질문을 담고 있는 표식으로, 예를 들면 네슬레가 아무리 사회공헌, 사회책임, 공유가치창출 활동을 한다고 해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비만을 초래하는 초콜렛과 과자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반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장 그림 옆에 적힌 양과 음의 비즈니스 순가치(Net Value)는 세미나의 제목인 ROI에 대한 우리 그룹의 대답을 담고 있는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전체 활동의 결과는 결국 순가치의 관점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섬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보화 하여 임팩트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섬 위쪽의 아이디어 전구 모양으로 나타났다. 기술을 활용한 정보와 데이터의 레버리지는 왼쪽 상단의 아직 풀리지 않은(unleashed) 자루 속의 잠재적 투자들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기업 활동으로 축적된 자본이 섬으로 다시 투자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화살표를 통해 표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패널들과 함께 했던 세션들보다 오히려 더 신선하고 참신한 의견이 활발히 오가서 더 재밌었던 워킹 그룹 세션이었다. 마지막 날 우리 그룹의 이 멋진 지도는 모든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으며, 그림과 발표를 모두 훌륭히 맡아준 마지드는 세션 참가자들 중 최고 인기남으로 떠올랐다.

지도 위에서 임팩트 비즈니스를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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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S의 특별한 점은 스태프를 포함해도 60명이 안되는 비교적 적은 수의 참석자들이 아름다운 저택에서 4-5일간 함께 머물며 친목을 쌓고 세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친밀감과 여유로운 분위기의 조성을 위해 매일 밤 저택의 지하 바를 개방하여 참여자들이 술과 게임, 음악, 춤 등을 다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필자는 여러 사람들과 한국의 임팩트 비즈니스 필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규모와 현황, CSV에 대한 국내의 높은 관심, 정부 주도로 단기간에 양적 성장을 이룬 사회적기업 섹터, 임팩트 투자와 소셜 임팩트 본드와 같은 해외 최신 담론들의 빠른 도입, IBR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최초 B Corp 딜라이트 사례 등은 임팩트 비즈니스 필드에서 특별한 포지셔닝을 가질 수 있는 한국의 잠재력을 소개하기에 충분했다.

4일간의 세션 동안 실로 다양한 이력를 가진 참석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의견 충돌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박수와 웃음으로 서로의 의견을 지지해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들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고와 행동을 통해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는 입을 모아 동의하였다. 기업과 비영리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과 재단, 정부를 포함한 모든 조직은 내부적 미션과 목표의 단순 달성을 넘어 어떤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팩트를 어떻게 측정하고 커뮤니케이션할지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세미나는 임팩트 비즈니스 지형의 지도 그리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우리는 이 지도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이를 더 나은 모양으로 꾸준히 수정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남겨진 과제임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형 위에서 각자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그것이 이번 세미나가 던져준 핵심적인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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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Thoughts for Imp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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